“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가 진짜 역사”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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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재조명하는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 감독 이장호
이장호 감독이 서울 서대문구 북아현동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 현재 북한인권 관련 영화을 상영하는 서울락스퍼영화제 심사위원을 맡고 있다. ©노형구 기자

1945년 해방둥이로 태어나 1974년 데뷔작 ‘별들의 고향’으로 당대 최다 영화 관객 수를 갈아치웠던 이장호 영화감독은 한국 영화사의 거장 중 한 명으로 평가된다. 이 감독은 이후 ‘바람불어 좋은 날’ ‘낮은대로 임하소서’ 등 리얼리즘 영화를 연출하며 1980년대 상업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감독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그는 2014년 ‘시선’ 연출 이후 10년 만인 올해 가을 개봉을 목표로 ‘하보우만(하나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약속’을 제작하고 있다. 이장호 감독은 이 영화에서 독재자로만 알았던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재조명할 예정이다.

길교회 은퇴 장로이기도 한 이 감독은 “중국 영토에서 북한 땅을 바라보며 분단의 현실 속에서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가 진짜 역사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이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하보우만의 약속’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라며 “이 영화를 통해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싶었다”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현재 제작 중인 ‘하보우만의 약속’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린다.

“구두회사 CEO를 역임했던 김세재 목사가 10년 전 창립한 ‘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김 목사가 은퇴 이후 목회의 길을 걷고 싶다며 백석대 신학대학원에서 목회 안수를 받고 설립한 교회다. 김 목사의 권유로 길교회에 출석하고 있다. 길교회는 창립 이후 구국기도회를 시작했다. 매년 대한민국의 동서남북 한 군데를 찾아 수련회를 열었다. 첫째 해는 독도, 둘째 해는 남해 땅끝마을, 셋째 해는 서해 백령도, 넷째 해는 백두산으로 갔다. 중국 장춘에서 백두산으로 가는 길 옆 허허벌판에 끝없이 펼쳐진 옥수수밭을 봤다. 그런데 두만강 건너편 북한 함경도 땅을 보자 잡초로 뒤덮힌 민둥산뿐이었다. 눈물이 핑 돌았다. 기도를 드렸다. 그러면서 생각지도 못한 말을 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분단을 통해 하나님의 뜻을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이다.

역사에 대한 자각이 들었다. 개인적 감각으로만 사회를 비판하고 역사를 바라봤었는데 하나님의 시선으로 바라본 역사가 진짜 역사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대한민국의 건국 과정을 공부하면서 이를 다루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하보우만의 약속’을 제작하기로 결심한 계기다. 이 영화를 통해 이승만과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바로잡고 싶었다. 이러한 편견이 대한민국 국민의 인식 속에 오래 머물면 나라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려야겠다는 생각에서 ‘하보우만의 약속’을 제작하기로 했다.”

한성감옥의 종신수 이승만(맨 완쪽)과 앞줄의 유성준(좌3) 이상재(좌4) ©기독일보DB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바라보는 이승만 초대 대통령은 어떤 인물인가?

“모세처럼 하나님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청년 이승만은 배재학당을 통해 하나님을 만났다. 오랜 유교적 배경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를 인정하지 않았다가, 전제주의 국가에서 벗어난 조선을 꿈꾸다 역모죄로 붙잡혀 한성감옥에 수감됐다. 그때 아펜젤러 등 미국 선교사들이 이승만을 면회했다. 이승만은 그들이 놓고 간 성경을 읽고 기도를 드리다가 ‘시련과 억울함이 사라지고 광명’을 본 것이다. 이승만을 통해 감옥에서 전도 폭발이 일어나면서 이상재 등 많은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믿게 됐다. 그리고 저술한 책이 ‘독립정신’이었다.

이후 감형을 받은 이승만은 미국 유학길에 올랐다. 그때부터 하나님의 일꾼이 된 것이다. 만주, 연해주 등 중국·러시아 변방으로 넘어간 독립운동가들은 사회주의 영향을 직접 받았다. 그런데 이승만은 미국 유학 시절 자유민주주의의 윤택함을 직접 경험했고, 소련 공산주의의 폐해를 파악한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해방 이후 공간이 자유민주주의와 공산주의의 충돌 상황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악착같이 자유민주주의를 고수한 것이다. 해방 이후 미군정이 시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남한 국민의 77%는 남조선노동당을 지지하는 등 공산주의에 호감이 있었다. 그러나 한국전쟁 발발 1년 전, 이승만 대통령의 농지개혁 성공은 남한 국민들로 하여금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로 선회하도록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당시 북한은 국가가 소유권을 가지면서 토지를 몰수하고 무상분배를 했다. 그러나 이승만 전 대통령은 농지개혁을 통해 농사짓는 땅만 지주들로부터 싼 가격에 매입하고, 농민들에게 유상으로 분배했다. 그리고 토지를 매입할 능력이 안 되는 농민들에게 매년 농사를 짓고 나온 수익 일부를 국가에 할부하는 방식으로 갚으라고 한 것이다. 이런 농지개혁의 성공엔 당시 사회주의자였던 조봉암에게 농지개혁을 맡긴 이승만 전 대통령의 리더십도 작용했다. 하나님이 이승만 전 대통령을 택하셔서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수립될 수 없던 대한민국을 극적으로 건국하신 것이다.”

-사사오입 개헌과 3·15 부정선거 등 이승만 초대 대통령에 대한 비판 의견도 있다. 영화에서 이를 어떻게 다룰 생각인지?

“영화에서 그대로 밝힐 것이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4.19혁명 때 오히려 부상당한 학생들을 찾아가 눈물을 글썽이며 ‘부정을 보고 일어나지 않는 학생은 오히려 문제가 있다. 여러분께 고맙다. 국민이 원한다면 하야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이승만 대통령은 하야했다. 당시 1960년 4대 대통령 선거에서 민주당 대통령 후보였던 조병옥 씨가 미국에서 치료받다가 급사했다. 그래서 이승만 전 대통령은 선거를 치르지 않아도 대통령에 자동적으로 당선됐을 상황이었다. 이승만 전 대통령은 나이가 많았다. 오히려 부정선거를 자행한 주범은 이승만 대통령의 자유당 수하들이었다. 권력에 눈이 먼 그들이 부통령 선거에서 이기붕을 당선시키려고 부정선거를 자행한 것이다. 영화를 통해 이승만 전 대통령은 부정선거와 전혀 관계가 없었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확실히 알리고 싶다.”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은 이승만과 함께 박정희 전 대통령을 동시에 다룬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일반적인 오해는 무엇이고, 영화를 통해 그를 둘러싼 오해를 풀고 싶은 바는 무엇인가?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유신 독재자로서 이에 대한 과(過)가 있다. 이를 분명히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이 선각자로 대한민국을 오랜 기간 통치한 결과 오늘날 부강한 나라로 성장했다고 본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민주화는 산업화가 끝난 후에나 가능하다. 이런 인물을 독재자라고 말하는 것은 언어도단이다. 박정희는 누가 뭐래도 세계가 본받고 싶어 하는 모델’이라고 극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국민이 잘사는 나라, 부강한 나라를 만들겠다는 목표가 너무 강했다. 박 전 대통령이 만든 국민교육헌장에도 그의 이러한 생각이 담겨 있다. 오직 나라 발전에 대한 희망과 신념뿐이었다. 이것도 하나님의 인도하심이라고 생각한다. 하나님께서 기독교도만이 아닌 때를 따라 박정희 전 대통령 같은 위인을 선택해 대한민국의 경제발전을 인도하셨다고 본다.”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은 기독교와 대한민국 정체성과의 연관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여호와께서 너희를 기뻐하시고 너희를 택하심은 너희가 다른 민족보다 수효가 많기 때문이 아니니라 너희는 오히려 모든 민족 중에 가장 적으니라’(신명기 7장 7절)에서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택하신 이유는 가장 작은 민족이기 때문이다. 이 말이 꼭 대한민국을 두고 얘기한 것 같다. 반도 국가인 미약한 대한민국을 선택해서 키워내시는 하나님이시다. 하나님은 40일이면 가나안으로 가는 길을 40년 동안 광야훈련을 통해 이스라엘의 DNA를 바꾸셨다. 대한민국도 식민지, 전쟁 등 고난을 통해 하나님이 강하게 만드시는 것이다.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어린이, 청소년 등 다음 세대들에게 대한민국의 긍지를 심어줘 대한민국의 부흥을 이루는 기초석이 되길 바란다.”

서울 이화장에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동상 ©기독일보 DB

 

-일각에선 기독교 신앙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며 기독교 신앙으로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을 다루는 것에 대한 비판도 제기한다.

“나는 정치와 상관이 없이 역사를 보고 싶다. 하나님은 역사를 다루신다. 전 세계는 하나님의 창조 역사 이후 하나님의 뜻대로 갈 것이다. 하나님은 핵전쟁에 의해 지구가 멸망되는 등 악마가 성공하도록 허용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 때에 이리가 어린 양과 함께 살며 표범이 어린 염소와 함께 누우며 송아지와 어린 사자와 살진 짐승이 함께 있어 어린아이에 끌리며’(이사야 11장 6절)의 말씀이 역사의 끝날에 성취될 것이라고 믿는다. 이 역사의 과정 속에 이승만과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기독교는 역사다.”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견지하는 대한민국 역사의 결말은 무엇인가?

“대한민국 자유통일은 반드시 이뤄질 것이다. 기독교 대부흥이 일어났던 평양이 현재는 공산치하에 놓인 암울한 도시가 됐다. 하지만 북한 기독교인들이 지하교회에서 순교신앙을 견지하고 있다. 장마당과 지하교인들을 통해 민주화 여론이 형성되고 물꼬를 트면 북한 정권이 무너질 것이다. 그때 대한민국이 자유통일을 이뤄내 북한의 풍부한 지하자원을 힘입어 미국과 함께 세계 G2 반열에 오르는 경제강국이 될 것이다. 이것이 영화 ‘하보우만의 약속’이 꿈꾸는 대한민국의 장밋빛 결말이다.”

-감독님은 언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셨는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한 결정적인 계기가 궁금하다.

“‘별들의 고향’을 만들고 이후 대마초 파동 사건에 휘말렸다. 당시 연예인 다수를 비롯해 저 또한 여기에 연루돼 무기한 활동 정지를 받았다. 이러한 시련을 겪으면서 성장했다. 그때 내 심성이 나빠지면 모든 게 끝난다는 자각이 있었다. 심성을 지키고자 책을 읽고 신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1980년 명보극장 사장이었던 영화배우 신영균 씨는 기독교 장로이기도 했는데, 그가 만든 신우회에 참여했다. 그때 온누리교회 설립자 하용조 목사가 신우회에서 예배와 성경공부를 인도했는데, 하 목사님 설교를 듣고 어린 시절 교회를 다녔던 추억과 신앙이 회복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지갑 속에 부적을 넣고 다녔던 죄를 하 목사님께 고백하고 그 자리에서 부적을 불에 태워버렸다. 한편으론 불안하기도 했지만 당시 개봉을 앞둔 ‘바람불어 좋은 날’이 흥행에 성공했다. 비로소 부적의 미신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러면서 차츰 신앙이 성장해갔다. 열등감이 사라졌다. 인생의 모든 가치관이 살아있는 육체가 아닌, 예수 그리스도의 구원과 사랑에 있음을 깨닫기 시작했다.”

-이장호 감독에게 복음은 무엇인가?

“기독교는 체제가 아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부활하셔서 우리의 죄를 속죄하려는 구원의 역사가 기독교다. 인간의 악엔 희생이 뒤따른다. 그것이 구약시대엔 죄를 지으면 양을 광야로 내보내서 죽게 만든 희생이고, 신약시대에 들어서 하나님이 이를 보여주신 것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구속 사건이다. 인간은 성경의 역사를 자신의 감각으로 치환하는 경향이 있다. 성경 자체를 바라보지 않고 말이다. ‘의식화’가 인간의 가장 큰 문제다. 인간의 자아 의식이 반(反)기독교다. 우리가 예수를 믿어도 내 안의 이기적인 모습이 앞서게 된다. 그걸로 성경을 보려 하니까 해석이 어려워지고 골치 아픈 종교가 돼 버린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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