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근 경찰청장이 1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해병대 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와 관련한 여러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윤 청장은 수사팀의 판단을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히며, 야권이 제기한 대통령실 외압 의혹을 강하게 부인했다.
윤 청장은 "경찰청장으로서 경북경찰청의 11개월에 걸친 수사와 판단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밝혔다. 또한 대통령실과의 수사 결과 발표 시점 협의 의혹에 대해 "전혀 없었다"고 단호히 부인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한 경찰 수사는 법에 정해져 있는 업무상과실치사 책임이 누구에게 어디까지 있는지 법리적으로 접근했다"며, 정치적 고려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김철문 경북경찰청장도 "수사와 관련해 외부로부터 일체의 전화나 청탁을 받은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수사 결과 발표일과 수사심의위원회 개최에 대해서도 "정치 일정과 관련해서는 전혀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야권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VIP'에게 채상병 사건 피의자인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 로비를 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윤 청장은 "그 부분에 대한 사실관계 확인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수사 진행 중인 부분이므로 제가 여기서 사실이다, 아니다 확인하기 어렵다"고 답변을 회피했다.
한편, 이날 행안위에서는 임 전 사단장 불송치 의견을 낸 경찰 수사심의위원회 명단 공개를 놓고 여야 간 충돌이 있었다. 윤 청장은 "경찰청 예규에 근거해 수심위 위원 명단이나 논의 내용은 공개하지 않고 있다"며 명단 공개 요구를 거부했다. 그는 "명단이 공개되면 제도 운영 취지가 무너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수사심의위원회의 지역 편중 의혹도 제기됐다. 이상식 민주당 의원은 참여 위원 11명 중 대구경북 외 다른 지역 출신 위원이 있었는지 질의했으나, 김 경북청장은 "그건 모르겠다"고 답했다.
앞서 경찰 수사심의위원회는 지난 5일 채상병 사망 사건 피의자 9명 중 6명에게만 혐의가 있다고 결론 내렸으며,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과 하급 간부 등 3명에게는 혐의가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경북경찰청은 8일 임 전 사단장을 제외한 현장지휘관 6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송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