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개혁특별위원회가 11일 제5차 회의를 개최하여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 특위는 의료사고에 대한 높은 민·형사상 부담이 필수의료 기피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되는 상황에서, 2012년부터 시행된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강도 높은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의료분쟁 조정제도는 의료사고 발생 시 직권조사와 의학적 감정을 통해 사고의 실체를 파악하고, 120일 이내에 조정·중재를 통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제도다. 그동안 이 제도는 적은 비용으로 빠른 시간 내에 분쟁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환자단체는 감정과 조정절차가 의료계에 편향적이라고 지적해왔고, 의료계는 과실 인정 여부를 불문한 조정 유도 경향에 불만을 제기해왔다.
이날 회의에서는 의료사고 예방을 위한 의료기관의 사전 대응과, 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진 간의 소통을 통한 갈등 증폭 방지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 이를 위해 의료기관 내 의료사고 예방위원회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이 논의되었다. 병원장이 당연직 위원장을 맡아 기관의 책임을 강화하고, 진료과별 안전관리자를 선임하도록 하는 안이 제시되었다.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 의료인 간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해, 해외 사례를 참고하여 사고 경위 설명과 위로·유감 표시 등을 제도화하는 방안도 검토되었다.
감정과 조정 절차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높이기 위한 혁신 방안도 세밀하게 논의되었다. 감정 기구 구성에 무작위 배정 방식을 도입하고, 감정 쟁점 선정 시 非의료인 감정위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방안이 제시되었다. 또한, 감정서에 당사자가 제기한 쟁점을 충실히 반영하고 소수의견 기재 절차를 명확히 하는 등의 개선책이 논의되었다.
특히, 의학적 지식이 부족한 환자를 위해 '환자 대변인제' 신설이 검토되었다. 이는 의료사고 초기부터 피해자의 관점에서 전문 상담을 수행하고 감정 쟁점 선정 등을 조력하는 제도다.
의학적 신뢰성 제고를 위해 복잡한 사건의 경우 의료인 감정위원을 현재 2인에서 3~4인으로 확대하고, 감정위원단 풀을 대폭 확충하는 방안도 논의되었다.
조정 시스템의 개선을 위해 조정 협의 횟수를 늘리고, 감정 결과에 대한 불복 절차를 신설하는 안도 제시되었다. 또한, 의료분쟁 조정제도의 운영을 모니터링하고 개선안을 제안할 별도 기구 설치와 감정 및 조정 결과의 공개 방안도 논의되었다.
특위는 이날 논의 결과를 바탕으로 의료사고 안전망 전문위원회에서 안건을 구체화하고, 각계 의견수렴을 거친 후 8월 말 제6차 특위에서 관련 입법계획을 보고할 예정이다.
한편, 이날 특위에서는 정부의 2028년까지 필수의료 분야 10조원 이상 투자 계획에 대한 점검도 이루어졌다. 향후 특위는 필수의료 투자 우선순위 및 원칙을 정립하고, 행위 중심 수가 체계의 근본적 개편과 가치기반 중심의 대안형 지불제도 도입 등 보상 관련 개혁방안 논의를 가속화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