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천 환 목사, 이하 한장총)의 ‘제16회 한국 장로교의 날’ 집회가 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남서울교회에서 열린 가운데, 이에 앞서 연계 행사로 ‘장로교 미래포럼’이 진행됐다.
‘장로교 헌법의 이론과 실제’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는 이재국 박사(시광교회 협동목사)와 이성호 교수(고려신학대학원)가 강연했고, 박경수 교수(장로회신학대학교)와 안상혁 교수(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가 논찬했다. 다만 안 교수는 원고로 대신했다.
◆ 사무엘 러더포드의 장로회 정치 신수론
첫 강연자로 나선 이재국 박사는 ‘사무엘 러더포드의 장로회 정치 신수론(divine right)’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스코틀랜드의 장로회 신학자인 사무엘 러더포드(1600~1661)가 신수론을 통해 변론한 장로회 정치체제의 몇 가지 중요한 원리들인 열쇠의 힘, 가시적 보편교회, 치리와 교회 회의체제와 같은 주제를 고찰하면서 어떤 신학적이고 목회적인 특징이 있는지를 살폈다.
이 박사는 “러더포드가 신수론을 주장할 때 강조한 것은 입법자로서 교회 정치체제를 세우신 그리스도였다”며 “그리스도께서는 성경을 통해 교회가 어떤 모습을 갖추고 어떻게 운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을 충분하게 주셨다고 그는 확신했다. 이 점에서 그의 신수론이 오직 성경(Sola Scriptura)에 근거한다는 점을 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교회의 사역적 역할에서 중심이 되는 것은 교회를 세우고 은혜를 베푸는 방편을 제공하시고 그 효력까지 보증하시는 그리스도와 삼위 하나님”이라며 “그리스도께서 세우신 방편에 의존하고 삼위 하나님의 효력에 의지하는 것은 러더포드의 장로회 정치체제 신수론이 오직 은혜(Sola Gratia)의 원리도 잘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 박사는 “무엇보다 러더포드의 신수론은 입법자이자 교회를 다스리시는 통치자로서의 그리스도를 강조한다”며 “러더포드에게 그리스도는 장로회 정치체제를 구체적으로 세우시고, 열쇠의 힘을 사역자들에게 주고 그 효력을 보증하시며, 자신의 교회가 잘 세워지고 성도들이 자라도록 말씀, 성례, 치리라는 방편을 주신 왕이셨다”고 했다.
그는 “그렇기에 러더포드의 장로회 정치체제 신수론은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의 원리도 잘 반영하고 있다. 그러므로 러더포드의 장로회 정치체제 신수론은 종교개혁과 개혁신학의 주요한 원리를 담고 있으며, 이 원리들이 신학적 개념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교회 사역으로 이어지는 연결점이 된다는 사실을 볼 수 있다”고 했다.
◆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에 나타난 ‘천국의 열쇠’
이어 “장로교 신학에서 본 ‘천국의 열쇠들’”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이성호 교수는 ‘천국의 열쇠’에 대해 ‘하이델베르크 요리문답’을 인용하며 그것을 아래 7가지로 요약했다.
①천국의 열쇠는 설교와 권징으로 이뤄진다.
②목사는 설교를 통해 천국의 문을 열고 닫는다.
③치리회(장로들의 모임)는 권징으로 천국의 문을 열고 닫는다.
④천국이란 결국 ‘성도의 교제’(사도신경)를 말하고, 열고 닫는 것은 시벌과 해벌을 의미한다.
⑤권징의 목적은 연약한 자를 보호하고 드러난 죄인을 회개하게 하기 위한 것이다.
⑥순수한 복음의 설교가 하나님의 말씀인 것과 마찬가지로 정당한 치리회의 결정은 하나님의 결정과 동일하다.
⑦목사와 장로는 그리스도의 종으로서 맡겨진 직무에 충실해야 하며 그것을 남용하지 않도록 심히 주의해야 한다.
이 교수는 “매주 우리가 고백하는 주 예수님은 교회의 왕이시요 머리이시다. 이것은 막연한 신앙이 아니다. 그분은 교회의 머리로서 자신의 직분자들을 세우신다”며 “더 나아가서 그분은 그들에게 은사를 주실 뿐만 아니라 교회를 다스리시는 천국의 열쇠를 부여하신다”고 했다.
이어 “이 열쇠는 복음의 설교와 권징으로 구성되며, 목사와 장로는 이 직무에 수종드는 자들”이라며 “따라서 장로교회 신자들은 당회를 통해 그리스도의 영적 통치를 구체적·실제적으로 경험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그렇지 못하다면 그리스도께서 교회의 머리라는 신앙고백은 허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또한 그는 “천국의 열쇠는 예배 시간마다 구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 중에서 성찬은 천국의 열쇠가 가시적으로 표현되는 현장”이라며 “성찬식에서, 분병과 분잔은 목사가 하지만 장로들은 목사와 협력해 천국의 회원들에게 그리스도의 살과 피를 배병 및 배잔하고 회원이 아닌 자들에게는 이것을 유보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 배병과 배잔 행위를 통해 장로들은 예배에 참석한 모든 이들에게 천국을 여닫는 권세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며 “문제는 한국 개신교의 경우 일년에 겨우 성찬을 한두 차례 시행하기 때문에 성찬이 교회 행사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는 것이다. 당회가 정말로 바뀌기를 원한다면 하루빨리 예배 중심의 교회로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