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여기 있는 탈북민들 돕는 것이 북한 선교”

교회일반
인터뷰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힘내라! 한국교회 시즌3] 북부중앙교회 담임 김강오 목사
김강오 목사의 요청에 따라 찍은 그의 뒷모습이다. 김 목사가 향후 통일 이후 북부중앙교회가 북한에 세울 교회 50곳이 표시된 지도를 가리키고 있다. ©노형구 기자

기독일보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 시즌3’를 진행한다. 여섯 번째 주인공은 서울시 노원구 소재 북부중앙교회 담임 김강오 목사(66)다. 그는 2005년 탈북한 목회자다. 2017년 교회를 개척한 지 7년째를 맞은 지난해부터 김 목사는 교회로부터 사례비 20만 원을 받기 시작했다고 한다. 현재 김 목사의 사모가 식당 일을 통해 생활비 대부분을 충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 교회는 매월 첫째 주마다 모은 헌금으로 탈북 성도들이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에게 송금하도록 지원하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김 목사는 탈북 성도들이 송금 과정을 통해 북한에 있는 친족들에게 복음을 전한다고 했다.

그는 “이 과정을 통해 북한에 있는 친족들이 신앙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교회의 이 사역을 통해 구원받은 북한 가족 숫자는 총 13명”이라고 했다. 이어 “한국교회가 탈북민과 탈북 목회자를 신앙 안에서 올바로 세우도록 영적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북한 선교”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목회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저는 탈북민이다. 첫 탈북 시도 과정에서 한 선교사님의 도움을 받았다. 그분으로부터 성경을 배웠다. 그러다 2003년 10월 중국 공안에 붙잡혀 북송됐다. 함경북도 소재 보위부에 4달 정도 감금돼 매일 밤 보위부원으로부터 구타를 당했다. 기독교 신앙을 가지는 등 종교적 죄명이 있는 사람은 보위부에서 계속 구타를 받다가, 이후 정치범수용소로 끌려가거나 심하면 총살을 당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하나님께 서원기도를 드렸다. ‘나를 구출해 주신다면 하나님의 사역을 하겠다’고 말이다. 이후 하나님께서 나를 강권적으로 석방해 주셨다. 2005년 대한민국으로 올 수 있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도착하자 신앙을 지키기 어려운 유혹들에 힘들었다. 니느웨로 가지 않고 다시스로 간 요나처럼 노르웨이에서 1년 7개월 동안 체류했다. 하나님의 약속을 지키라는 강권적 부르심으로 결국 2009년 총신대에 입학해 목회자 과정을 밟았다.”

-신앙 안에서 북송이라는 고난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신앙 연단과 가정을 구원하기 위한 하나님의 뜻으로 생각했다. 첫째, 나의 교만, 탐욕, 정욕 등 죄적 본성을 뿌리 뽑게 하시기 위한 것. 둘째, 가정의 구원을 위한 것. 나의 북송 소식을 들은 어머니와 형님, 여동생이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했다. 셋째, 하나님이 나를 통해서 중국 내 탈북민들의 예배를 인도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개척 목회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2017년도 북부중앙교회를 개척했다. 처음엔 나와 사모가 함께 예배를 드리다가 탈북민 7명이 합류했다. 현재는 35명 정도 출석한다. 이 가운데 3분의 1은 남한 사람, 3분의 2는 탈북민으로 구성됐다.”

-북부중앙교회만의 특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우리 교회는 앞으로 하나님께서 남과 북을 통일로 인도하셨을 때 남한과 북한 영혼들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예배하는 신앙의 공동체를 추구하고 있다. 특히 문화와 언어적 통일이 이뤄지고 있다. 남한 사람은 북한의 문화를 알고, 탈북민은 남한의 문화를 깊이 알아가는 감동이 있다. 이를 통해 물리적 통일에 앞서 탈북민 교회를 통해서 남과 북이 통일을 이뤄가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교회를 소개해 달라.

“북부중앙교회는 어려운 시기에 개척됐다. 저와 사모 모두 탈북민이니 물질적 도움을 받을 곳이 없었다. 교회에 반주해 줄 사람도 없었다. 저는 부교역자 경험도 없었다. 교회 행정 등 여러 가지를 잘 몰랐다. 재정적 어려움 때문에 목회를 접을까도 생각했다. 그때마다 귀한 손길을 통해 재정적 어려움을 해결해주셨다. 여러 차례 이런 경험이 있어 하나님께서 나를 목회의 길로 인도하신다는 생각이 든다. 현재 순종하면서 나가고 있다.”

-현재 교회의 재정적 어려움은 해결됐는가?

“하나님께서 목회의 과정에서 재정 등 많은 도움을 주셨다. 지난해부터 사례비를 받기 시작했다. 20만 원 정도다. 그 이전까지는 사례비 없이 목회했다. 현재 사모가 식당에서 일을 해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교회 개척에서 사모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심방 등 사모가 교회 행사 대부분을 책임지며 섬기고 있다.”

-교회 사역은 구체적 무엇을 하고 있나?

“현재까지 3년째 둘째 주일 오후마다 성도들이 노방 전도를 한다. 열매는 많지 않지만, 복음을 들은 그들이 인생에서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해서 다른 교회로 갈 수 있다면, 이것도 성령의 열매이지 않겠는가? 물론 우리 교회로 전도하는 게 좋다. 하지만 이런 열매가 많지 않을지라도 우리는 주님의 지상명령을 따라 꾸준히 전도하고 있다. 올해 2월 9일 전도 잔치를 열었다. 총 20명이 와서 5명이 교회를 다니고 있다. 매월 마지막 주 금요일은 복음통일, 북한에 남겨진 탈북 성도들의 친족들을 위해 특별기도회를 열고 있다.

또 매월 첫 번째 주일을 ‘선교헌금 주일’로 제정해, 모은 헌금으로 연 1회씩 탈북 성도 가정 한 곳에 50만 원 정도를 지원하고 있다. 특히 북부중앙교회 탈북 성도 대부분은 북한에 남겨진 가족들과 통화하면서 브로커를 통해 필요한 돈을 송금하고 있다. 이 헌금이 북한 가족들을 돕는 데 사용되고 있다.”

-선교헌금 사역에 대해 더 알려달라.

“북부중앙교회에서 현재 북한에 친족이 있는 탈북 가정은 총 6곳이다. 북한 가족들과 연락하면 돈을 보내달라는 요청을 받는다. 그래서 북한 가족들을 돕고자 작게나마 교회에서 돈을 모아 송금하고 있다. 전제조건이 있는데 송금을 할 때 복음이 반드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교회의 한 탈북민 가정은 북한 가족들에게 돈을 송금하면서 ‘주님을 향한 감사편지’를 써서 보내라고 했다. 계속 편지를 주고받다가 이후 ‘주님은 바로 예수 그리스도’라고 소개하면서, 복음을 북한에 있는 친족들에게 설명한다. 이 과정을 통해 북한에 있는 친족들이 신앙을 가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교회의 이 사역을 통해 구원받은 북한 가족 숫자는 총 13명이다. 그러나 현재 송금 브로커들이 요구하는 수수료가 과거보다 약 50%까지 올랐다. 또 탈북민 성도들 대부분이 가난하고 재정적 여유가 없다. 한국의 대형교회들이 탈북민 교회들에 재정적 지원을 해준다면, 탈북민 교회도 살리고 북한의 많은 영혼을 구원의 길로 인도할 수 있다.”

-한국교회에 바라는 탈북민이나 탈북 목회자에 대한 지원은?

“첫째 영적 지원이다. 한국교회에서 오랜 기간 믿음 생활을 잘하고 사람들에게 본이 되는 집사나 권사분들이 1년 정도 탈북민 교회에 파송하는 사역을 진행했으면 한다. 여기서 탈북민들을 말로 가르치려 하지 말고 행동으로 본이 되는 모습을 보이면 좋겠다. 수요·금요·새벽·주일 예배나 교회 봉사, 심방 등 신앙생활을 묵묵히 하는 모습을 보이면, 탈북민이나 탈북 목회자들이 그 모습을 보고 배운다.

둘째 재정지원이다. 탈북민 교회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절실하다. 북한에 남겨둔 친족이나 자녀들에게 돈을 보내야 하는데 탈북민 교회들이 이를 충당해줄 재정적 여유가 많이 없다. 북한 선교부를 가진 한국 대형교회들은 막연히 북한 주민을 어떻게 도울지보다, 하나님이 지금 남한에 보내주신 탈북민과 탈북민 교회를 바라보며, 이들이 교회를 세우고 운영하는 데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

-탈북민과 탈북 목회자에 대한 지원이 북한 선교로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가?

“그래야 북한 땅이 열렸을 때 믿음 안에서 신앙을 잘한 탈북민들이 북한에 가서 토착민 선교를 할 수 있다. 북한 사람의 정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들이 바로 탈북민이지 않은가. 그래서 한국교회가 탈북민과 탈북 목회자를 신앙 안에서 올바로 세우도록 영적 물질적 도움을 주는 것이 바로 북한 선교라고 생각한다. 현재 탈북민 교회는 70여 개다. 특히 탈북민 목회자 대부분은 사례비를 받지 않고 목회하고 있다. 한국교회가 그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해줘서 맘껏 영적 사명에만 집중하도록 도와준다면 감사하겠다.”

-지난 주일 설교 내용이 궁금하다.

“‘잠언 4장 20-27절’을 갖고 말씀을 지키는 자들이 되라고 설교했다. 하나님의 말씀을 지키고 새기며 순종하라는 내용이다. 말씀을 따르면 우리 삶이 형통해진다고 강조했다. 성경 66권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인간으로서 이해되지 않는 사건이 많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은 인간 이해의 범위를 초월한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계시로 받은 성경을 통해서 하나님을 이해할 수 있다.”

-목사님에게 복음이란 무엇인가?

“생명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은 육신의 생명을 넘어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다.”

-기도 제목이 있다면 말해달라.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리 교회엔 북한에 친족이나 자녀들을 놔두고 온 탈북 성도들이 많다. 한 탈북 성도는 북한에서 낳은 쌍둥이 형제가 있는데, 첫째 아들이 수술받아야 한다. 북부중앙교회에서 50만원의 선교헌금을 모아 지원을 해드렸지만, 600만원 정도가 더 필요하다고 하더라. 재정적으로 채워질 수 있도록 기도를 요청드린다. 북부중앙교회가 믿음 안에서 부흥할 수 있도록 중보해달라. 특히 탈북민들 가운데 우울증을 앓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아마 탈북 노정에서 경험한 어려움이나 북한에 놔두고 온 가족들에 대한 그리움이나 죄책감 때문일 것이다. 탈북민들의 우울증이 치료돼서 잘 살기를 기도 부탁드린다. 마지막으로 북부중앙교회 여름수련회와 청소년 수련회, 10월 연천에서 열릴 ‘복음통일을 위한 기도회’를 잘 마칠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린다.”

#북부중앙교회 #김강오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