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서 기독교인 살해한 범인들 옹호한 대규모 집회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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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한국VOM 2일 전해
지난 5월 25일 폭도들의 공격에 목숨을 잃은 기독교인 순교자 나지르 마시(Nazeer Masih). ©한국VOM 제공

한국순교자의소리(한국VOM, 대표 현숙 폴리)는 “지난달 파키스탄에서 개최된 대규모 집회에서 수많은 군중이 신성모독 혐의로 기소된 기독교인 제화업자 노인이 살해된 사건을 지지했다”고 2일 밝혔다.

지난 5월, 파키스탄 펀자브주 사르고다시에서 74세의 기독교인 제화업자 나지르 마시 길(Nazeer Masih Gil)이 살해됐다. 이에 대해 사건 다음 달인 6월에 파키스탄 군중 2,500명이 같은 장소에 모여 그 살해 사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이슬람 극단주의 집단인 ‘테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Tehreek-e-Labbaik Pakistan)’이 주최한 이번 집회에서 그 기독교인 제화업자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사람들이 체포된 것에 항의하는 시위도 벌어졌다.

‘테리크-에-라바이크 파키스탄’ 지도자 무함마드 나임 차타 카드리(Muhammed Naeem Chattha Qadri)는 이날 집회에서 군중들에게 “코란을 불태운 그 ‘쭈흐라(chuhra, 불가촉천민)’를 죽인 것이 뭐가 잘못인지 말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앞서 지난달 25일, 기독교인 나지르 마시 길이 코란을 모닥불에 태웠다는 비난이 사원 확성기를 통해 방송되자 이슬람 극단주의자 2,000명이 항의했고, 일부 폭도들은 그 기독교인 노인을 구타했다. 이어 노인의 신발 공장과 집을 약탈하는 모습을 촬영한 뒤 영상을 소셜미디어에 게시했다. 현숙 폴리 대표는 “폭도들은 경찰이 개입하려 하자 경찰을 향해 돌을 던졌고, 나지르를 병원으로 싣고 가는 구급차에 벽돌을 던졌다”고 했다. 부상당한 나지르는 9일 후 사망했다.

나지르의 아들은 폭도들을 설득하기 위해 애쓰며, 자신의 아버지가 잘못한 것이 있다면 사과하겠다고 했지만, 폭도들은 듣지 않았다고 한다. 최근 이 신성모독에 대해 제기된 주장은 2023년 이후 사르고다시에서 아홉 번째로 발생한 것이다.

현숙 폴리 대표는 파키스탄에는 기독교인들이 코란을 태웠다는 근거 없는 비난이 쓰라린 역사처럼 되풀이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2020년 성탄절 전야, 펀자브주 나로왈 지구의 작은 마을 코틀리 무함마드 사디쿠에에서는 300명이 넘는 폭도들이 교회 밖에서 코란 몇 페이지를 불태웠다는 이유로 기독교인들을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 따르면, 청년들의 혐의는 결코 입증되지 않았다.

한편, 한국VOM은 박해받는 위 기독교인을 돕기 위해 영국 릴리즈 인터내셔널을 통해 1천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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