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평화연구원(KPI) Issue Brief 6월호는 박종수 KPI연구위원(前 대통령직속 북방경제협력위원장)의 글 ‘푸틴의 2차 방북 배경, 평가, 전망 및 대책’을 게재했다.
박 연구위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19일 방북해 김정은 위원장을 만났다. 푸틴은 방북 일정 동안 김정은과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23개항)을 체결했다. 이는 2000년 2월 북-러 간 체결된 ‘친선, 선린 및 협조 조약’(2조)의 위기 시 ’즉각 접촉’을 ‘군사 접촉’(4조)으로 구체화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 조약은 옛 소련 동맹조약의 ‘자동 군사개입’을 의미하는지의 여부는 불분명하다. 서방에서는 4조에 대한 해석을 놓고 갑론을박 중이다. 2008년 한러 간 맺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보다 상위개념인 것은 부인할 수 없디. 냉전 이후 가장 강력한 북러관계로 부상한 근거가 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서방세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조약이다. 러시아 언론은 이 조약에 따라 러북 간 군사기술협력의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며 “현재 러시아와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있는 나라는 북한만이 아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몽골, 베트남, 아르헨티나, 우즈베키스탄 등이 있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국내 전문가들도 ‘침략 시 상호 지원을 군사동맹 수준의 자동개입이나 참전으로 이해하기 어렵고, 러시아가 안정적인 무기지원체계 유지·확대를 위한 외교관계 명문화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그러면서 “북러 양국은 서방의 제재로부터 벗어나야 할 동병상련의 운명공동체”라며 “우크라이나전쟁은 단순히 미러 간 군사 대리전을 넘어 경제전쟁이다.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를 극복하지 못하면 ‘전투에서 이겨도 전쟁에서는 패한다’는 위기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푸틴과 김정은의 평양 정상회담은 바로 대북 제재와 그 다음으로 대러 제재를 단계적으로 무력화시키는 액션플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최우선적으로 푸틴-김정은 간 비공식회담에서 논의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현안은 북한의 노동력 송출 문제다. 북한은 12만명의 대러 노동력 송출을 강력히 희망해 왔다. 1인당 연간 3만달러를 잡아도 36억달러의 외화수입을 보장받을 수 있다”며 “게다가 무기공장이나 전선에 투입될 경우에는 첨단군사기술과 실전경험까지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했다.
이어 “러시아로서도 2차 동원령없이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선택이다. 북한 청년들만큼 양질의 노동력도 없다”며 “특히 보위부의 자체 감시체제로 통제가 용이하다. 러시아 당국은 전쟁 이후 대규모로 유입된 중앙아시아나 중동 출신 노동자들의 비행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푸틴 방북은 한국에게는 적지 않은 외교·안보적 부담을 안겨줬다. 24년 전에는 한러관계가 돈독해 러시아의 대북관계 개선을 오히려 환영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반대”라며 “러시아는 불과 2년 전까지 남북한 등거리 입장을 취했다. 북러 간 밀착은 전적으로 한러 간 적대관계의 반작용이다. 전쟁 직전까지 러시아 시장에서 1·2위를 차지했던 한국의 자동차·가전제품은 6·7위로 밀렸다. 현대자동차는 15만원에 공장 매각 후 철수했다”고 했다.
아울러 “안타깝게도 한미동맹을 외칠수록 러북관계는 견고해지는 제로섬적 대결구도가 됐다. 더 나아가 한러관계 복원은 북한의 결사반대에 봉착할 수 밖에 없다. 한반도 정세는 예측불가능한 시계제로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했다.
특히 “북러 두 나라는 우크라이나전쟁 과정에서 보다 노골적으로 공조할 것이다. 양국 간 쌍방향의 군사적 지원이 현실화된 상황에서 북한은 종전 이후 전리품을 톡톡히 챙길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또한 “두 나라는 서방의 대북·대러 제재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긴밀하게 협력할 것이다. 러시아와 북한은 서방의 지옥같은 제재로 고통스러워하는 동병상련의 입장이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전쟁에서 고전할 경우 북한의 민감기술 전수에 대한 요구를 서둘러 수용할 것”이라고 했다.
박 연구위원은 “북한은 핵미사일의 경량화·고도화·다양화에 전력투구할 것이다. 북한은 핵많은 러시아와 핵없는 우크라이나의 싸움을 예의주시하면서 명실상부한 핵보유국의 지위를 확보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황에 따라 북한은 국부적인 대남·대미 도발을 감행할 수도 있다”고 했다.
그는 현 상황의 대책으로 “단기적으로 한러관계를 복원시킬 수 있는 카드는 매우 제한적이다. 현재로서 공공·민간 외교와 국회차원의 의원외교를 통해 비정부적 외연을 넓히는 것”이라며 “러시아와의 인적 네트워크는 한국이 북한보다 견고하고 지속가능하다. 왕래의 편의를 위해 직항로의 조속한 재개가 필요하다”고 했다.
아울러 “중장기적으로 한국은 해륙국·통상국·분단국의 한계를 순기능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주변국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화해와 협력을 유도하는 글로벌 중추국의 지혜가 필요하다. 30년이상 답보상태에 있는 유엔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프로젝트를 활성화해 동서 간 평화공존의 장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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