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 북한군 수십명이 군사분계선(MDL)을 무단 침범하는 일이 또다시 발생해 한반도 군사적 긴장 고조가 우려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오전 8시 30분경 중부전선 지역에서 북한군 20~30명 가량이 작업을 하다가 MDL을 20m 가까이 침범한 것이 포착됐다.
우리 군은 즉시 경고방송을 내렸고, 이어 경고사격까지 가해 북한군 병력이 제지선을 넘지 않도록 했다. 결국 북한군은 경고사격 직후 다시 북상했다. 군 당국은 지난 9일 MDL 침범 사례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경계력 보강 작업 중 단순 월경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북한군의 MDL 침범이 잇따르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이번에 침범한 북한군 병력 대부분이 작업도구를 든 채 MDL을 넘어온 것으로 확인됐고, 일부는 무장도 했던 것으로 전해져 우발적 충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실제로 북한군은 올해 4월부터 전선지역 곳곳에서 대규모 병력을 동원해 불모지 조성, 지뢰 매설, 도로보수, 대전차 방벽 설치 등 다양한 경계력 보강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수차례 지뢰 폭발로 다수 사상자가 발생했음에도 작업을 무리하게 이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 군 관계자는 "북한이 이런 활동을 벌이는 이유는 체제 내부 통제력 강화 차원에서 MDL을 사실상 국경선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는 "북한의 이 같은 작업이 더 확대될 경우 우발적 충돌 소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며 "군사적 긴장 고조를 초래할 수 있어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북한은 지난해 11월 남북 군사합의 파기를 공식화한 이후 MDL 일대에 철수했던 GP(감시초소)를 복원하고 지뢰까지 매설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이어오고 있다. 올해 1월에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남북 간 연결교통로 차단 조치를 직접 지시하기도 했다.
향후 북한은 기상과 작업병력 및 자재 수급 사정 등을 고려해 경계력 보강 작업 지역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우리 군도 전선지역 일대에서 북한군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유엔군사령부와도 긴밀히 공조 중이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방안에 대해서는 "작전 보안을 위해 세부사항을 공개하기 어렵다"며 밝히지 않았다. 군사 전문가들은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비해 굳건한 군사대비태세를 유지하되, 동시에 대화의 문을 열어둬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