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세의 나이로 별세한 ‘희망의 신학자’ 위르겐 몰트만(Jurgen Moltmann) 박사에 대해 그의 제자인 김균진 박사(연세대 명예교수, 한국신학아카데미 원장)가 5일 애도사를 발표했다. 故 몰트만 박사는 생전 한국신학아카데미 명예자문교수였다.
김 박사는 ‘세계 신학계의 거성 위르겐 몰트만 교수님 소천하시다!’라는 제목의 애도사에서 “한때 독일 개신교회의 총회장이었던 하인리히 벧포르드-슈트롬(Heinrich Bedford-Strohm) 목사님에 의하면, 몰트만 교수님은 ‘세계 교회의 위대한 스승’이셨다. 마음속 깊은 슬픔과 함께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 앞으로도 세계 신학계에 그분을 능가하는 학자가 등장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김 박사에 따르면 1926년 4월 8일 함부르크에서 태어나신 몰트만 교수는 1943년 17세 때 독일 공군에 강제 징집되어 복무하다가 연합군의 포로가 되어 영국 포로수용소에 수감됐다. 포로수용소에서 성서를 접하고 신학 공부를 시작한 그는, 석방 후 부퍼탈(Wuppertal) 신학대학에서 신학 공부를 계속해 박사학위를 받고 독일 북부 브레먼(Bremen) 지역에서 목회를 하다 부퍼탈 신학대학의 교리사 교수로 초빙됐다. 1963년 본(Bonn) 대학 교수로 초빙돼 봉직하다 1967년 튀빙언(Tübingen) 대학의 조직신학 교수로 초빙됐다. 미국 여러 대학으로부터 교수 초빙을 받았지만 이를 거절고 계속 튀빙언 대학에 있다가 1994년 은퇴했다.
김 박사는 “몰트만 교수님의 신학은 한 마디로 ‘희망의 신학’이라 말할 수 있다. 함부르크 도시 전체가 연합군의 폭격으로 불바다가 되고, 자기 곁에 있던 친구가 파편에 맞아 온몸이 찢기는 참화를 보았던 그는, 파멸과 고난과 죽음 속에서도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을 기다리고 희망하는 성서의 말씀을 발견하고, 이를 그의 신학의 초석으로 삼았다”고 했다.
그는 “어떤 고통과 고난 속에서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계를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 속에서 하나님의 정의와 평화가 있는 세계를 추구해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세계 신학계에 깊은 영향을 주었다”며 “카를 바르트(Karl Barth)의 문헌을 넘어서는 그의 수많은 저서들이 한국을 위시한 세계 수많은 나라에서 번역되었다. 어떤 저서는 한국에서 가장 먼저 번역, 출판되었다. 그리고 수많은 학자들이 그의 신학에 관한 논문과 저서를 발표하였다”고 했다.
김 박사는 “몰트만 교수님의 기본 사상은 나에게도 깊은 영향을 주었다. 우리는 어떤 난관과 역경 속에서도 하나님의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기다림과 희망을 잃지 않아야 하며, 이 희망의 빛 속에서 성서를 읽고 해석해야 한다”며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 곧 ‘하나님의 나라’가 먼저 우리 자신의 인격과 생활 속에서 체화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새로운 하늘과 새로운 땅’에 대한 우리의 말은 거짓말이 된다는 것을 나는 몰트만 교수님에게서 배웠다”고 했다.
또한 “내가 체험한 몰트만 교수님은 참으로 인간적인 분이었다. 1971년 본인이 튀빙언 대학에 공부하러 갔던 당시에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나라에 속했다. 한국 유학생들에게 관심을 가지는 독일 교수는 거의 없었다”며 “유명한 판넨베르크(W. Pannenberg), 윙얼(E. Jüngel) 교수는 세상 떠나기까지 한국 유학생 중 한 명도 박사학위 후보자로 받아주지 않았다. 몰트만 교수님은 예외였다. 그는 나를 박사학위 후보자로 받아주심은 물론, 내 자녀들에게 세례를 베풀기도 하고, 딸 마리아(Maria Wildermuth)의 결혼 주례를 맡아 주셨다”고 했다.
이어 “1977년 본인이 연세대학교 교수로 초빙되어 한국에 돌아왔을 때, 그는 ‘난방비’(Heizkosten) 보태 쓰라고 두 번에 걸쳐 수십만 원의 돈을 보내주시기도 하였다”며 “내가 실수하는 일이 있어도 너그러이 용서하시고 끝까지 스승과 제자의 관계를 이어가셨다. 나의 뒤를 이어 김명용, 이신건, 유석성, 곽혜원, 이성희, 김도훈 등, 여러 한국 학생들이 박사학위를 얻도록 지도하셨다. 2021년부터 본인이 원장으로 있는 한국신학아카데미(전 혜암신학연구소)의 명예자문교수가 되어 주시기도 하셨다. 아무런 대가도 요구하지 않았다”고 했다.
김 박사는 “몰트만 교수님의 소천을 맞이하여 이런 생각을 해본다. 몰트만 교수님이 가장 기뻐하시는 일은 무엇일까? 그것은 그분의 정신을 이어가는 것”이라며 “위기와 고난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하나님의 ‘새로운 하늘과 새 땅’을 바라고 희망하며 그것을 추구하는 일이다. 먼저 우리 자신의 인격이 ‘새로운 피조물’ 곧 ‘하나님의 모습(형상)’으로 변화되어야 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추구하는 일이다! 몰트만 교수님의 이같은 가르침이 이 땅의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