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시철)는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64)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63)의 이혼소송 항소심에서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 3808억원의 재산을 분할하고, 위자료로 20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는 1심 판결에서 각각 665억원과 1억원으로 결정된 금액에 비해 크게 증가한 것이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 취임 첫해인 1988년 9월 청와대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최 회장은 2015년 혼외자의 존재를 알리며 이혼 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은 2017년 7월 이혼 조정을 신청했으나, 조정이 결렬되며 2018년 2월 정식 소송으로 이어졌다.
노 관장은 2019년 12월 최 회장을 상대로 반소를 제기하며 위자료 3억원과 함께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 1297만5472주의 절반에 해당하는 648만7736주의 분할을 청구했다. 이는 시가총액 기준 1조 3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금액이다.
1심 재판부는 2022년 12월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재산분할 665억원과 위자료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SK 주식은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재판부는 "노 관장이 SK 주식 형성과 유지, 가치 상승 등에 실질적으로 기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노 관장 측은 항소하며, 1심 법원이 SK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판단한 부분을 수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 주식을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키며, 재산분할 금액을 1조 3808억원으로 크게 증액했다. 또한 위자료 20억원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최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인 1심 판결과는 상반된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최 회장 측은 SK 주식이 특유재산이라 주장하며,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유재산은 부부 일방이 혼인 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을 가리키며,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인정하며, SK 주식을 포함한 재산분할을 명령했다.
이번 판결은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소송에서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모두 항소심 판결에 불복할 가능성이 있으며, 향후 대법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