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근로자들의 체감 임금 수준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정부가 30일 발표한 실질임금 지표를 보면, 연초부터 3개월간 물가 상승분을 제외한 실제 임금 수준이 전년보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4월 사업체노동력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상용근로자 1인당 월평균 실질임금은 371만1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 감소했다. 이는 물가를 반영한 실제 구매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상여금 등의 영향으로 2월 잠깐 반등했던 실질임금도 3월에는 다시 0.2% 하락해 352만원 수준에 머물렀다. 고물가가 지속되면서 근로자들의 체감 생활임금이 계속 낮아지고 있는 셈이다.
반면 명목임금 총액은 올랐지만 실제 구매력을 반영한 실질임금은 오히려 후퇴했다. 1분기 상용근로자 월평균 명목임금은 421만6000원으로 전년비 1.3% 올랐지만, 물가를 고려한 실질임금은 1.7% 하락한 것이다.
정부 발표를 종합하면 높은 물가 오름세에 임금 인상분이 밀려 근로자들의 '주머니 사정'이 점차 나빠지는 모습이다. 상용직뿐 아니라 임시·일용직 등 전 계층에 걸친 임금 상승분이 물가에 밀려 '쪽박'을 맞은 것으로 해석된다.
업종별로는 보건·복지 등 일부 서비스업에서 고용이 다소 늘었지만, 제조업의 취업자 증가세는 예년에 비해 많이 꺾였다. 향후 경기 흐름에 따라 고용 지표도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3월 전체 근로자 1인당 근로시간도 전년비 7.3% 줄어든 153.9시간을 기록했는데, 이는 월력상 근로일수 감소에 주로 기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고물가 지속으로 실질 생활임금 수준이 낮아지고 있는 데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고용 증가세도 꺾이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가계 형편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물가와 생활임금의 '팔장' 격차 해소를 위한 정부의 노력이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