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훈 목사가 지난달 서울 용산구에 교회를 개척했다. 교회 이름은 그가 이끌고 있는 PLI(Practical Leadership Institute)에서 가져온 PL교회(Practical Leadership Church)다. 한때 출가까지 했던 불교 신자가 극적으로 회심한 뒤 목사가 되어 마침내 교회까지 개척했다. 마치 한 편의 드라마 같다. 개척 후 한 달 남짓 지나, 건물 4층에 있는 PL교회에서 이정훈 목사를 만났다. 그는 “정말 하나님의 말씀으로 목회하고 싶다”고 했다. 현재 매주 목요일에 집회가 있으며, 주일에는 두 번 예배를 드린다. 예배당엔 의자들이 빽빽했다. 이마저 주일엔 모자라 예배당 뒤편에 있는 교역자들 책상을 벽 끝으로 완전히 민다고. 특히 말씀에 갈급한 청년들이 교회에 많이 찾아온다고 한다. 예배당 한편에 있는 그의 집무실은 신학책들로 가득했다. 아래는 이정훈 목사와의 일문일답.
예배 사모하는 이들이 작은 공간에 모여 시작
성경적 제자도로 사회에 선한 영향력 끼칠 것
-교회를 개척하신 소감이 어떠신가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기쁘고 행복해요. 예배를 드릴 장소도 쉽게 구했고 시작도 순조로웠습니다. 마치 준비된 것처럼요(웃음).”
-PL교회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하나님 말씀에 갈급하고, 예배를 사모하시는 분들이 용산의 작은 공간에 모여 시작된 교회입니다. 주일 오전과 오후에 한 번씩 예배를 드리고, 주중엔 목요집회가 있습니다. 말씀 중심의 교회,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들이 모인 교회가 되고 싶습니다. 말씀과 삶이 분리된 신앙이 아니라, 충만한 말씀의 은혜가 있고 그 말씀대로 한번 살아보는 그런 참된 예배자들의 교회요.”
-앞으로의 목회 계획은요?
“PL교회의 신학적 정체성은 종교개혁 정신 위에 있는 복음주의 교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이 하나님의 영감으로 된, 오류 없는 진리를 담고 있는 책임을 믿습니다. 앞으로 말씀이 중심이 된 신학적 목회를 하고자 합니다. 교인들에게 성경적 제자도를 가르쳐 그들을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예수의 제자들로 양육하려 합니다.”
목요일 집회와 두 번의 주일예배서 강해설교
교회 힘 약해지는 건 말씀에서 멀어지기 때문
-설교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목요집회에선 사도행전, 주일예배에선 요한계시록을 각각 강해설교하고 있습니다. 사도들의 실제 선교역사가 기록된 것이 사도행전이라면, 그 영적 전쟁의 기록은 요한계시록이라고 할 수 있기에 그 두 책들을 꼼꼼히 보면서 공부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마치면 또 다른 성경의 책을 가지고 강해설교할 예정입니다. 그래서 성경 전체를 다 그렇게 설교해볼 생각입니다.”
-강해설교를 하시는 이유가 있으신가요?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 오직 하나님의 말씀만 전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말씀을 통해 성경적 세계관으로 무장하고 또 기도회를 통해 성령이 충만해진 성도들이 세상으로 나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게 하기 위함입니다. 교회가 힘이 약해지는 것은 결국 하나님의 말씀에서 멀어져 있는 까닭입니다. 성경의 말씀을 늘 선포하고 가르치며, 그것을 배운 이들이 또한 교사가 되어 다른 이를 가르치는 일들이 우리 PL교회에서 넘쳐났으면 좋겠습니다.”
-교회의 모토 같은 게 있나요?
“‘내 삶의 신앙 개혁’입니다. 진짜 신앙은 삶과 신앙이 일치되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모토입니다. 진짜 기독교인이라면 정말 말씀대로 살아야 하니까요. 그래서 PL교회는 평신도 사역을 강조합니다. 성도들 하나하나가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가 되고, 또한 그들이 성경을 가르쳐 제자 삼도록 하는 것입니다.”
무속과 유·불교 영향받은 교회… 삶·신앙 분리
탈종교화 속 강해지는 종교성, 무속 현상 기승
이런 현상에 교회 대안되고 답 줄 수 있을까?
-개척 후 한 달여가 지났는데, 어떻게 보내셨나요?
“눈만 감았다 뜬 것 같은데 한 달이 지나 있네요. 하하. 정말 정신없이 보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성경을 읽고 연구할 수 있는 시간이 더 많아져서 행복합니다(웃음).”
-이제 한국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습니다. 목사님은 원래 불교 신자셨다가 회심하셨는데, 이후 경험해보신 한국교회의 모습은 어땠나요?
“특히 무속신앙과 유교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가끔은 불교적인 모습도 보입니다. 교회에 다닌다는 청년들만 봐도 경제관은 거의 유교와 다르지 않더군요. 정치 문제에 있어서도 그렇고…, 삶과 신앙의 연결이 안 되는 것이죠. 최근 한국교회 안에서 소위 신사도운동에 대한 논란이 생기는 것도 무속적 영향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는 사실 전혀 기독교적이지 않은 것들인데 잘 고민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한편 자유주의신학에 빠진 이들은 성경을 상대화 하고 인본주의에 빠집니다. 이들은 한국교회에 동성애 쓰나미가 몰려올 때 그것을 막아내기는커녕 오히려 지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물론 한국교회의 건강하고 좋은 모습들도 많습니다. 그러니 아시아에서 거의 유일하게 부흥한 것이겠죠. 다만 한때 다른 종교를 믿다 회심했고, 법철학자(이정훈 목사는 울산대 법학과 교수였다-편집자 주)로서 세계관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많았기에 한국교회의 이런 모습을 말씀드린 겁니다.”
-최근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을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보십니까?
“제도화된 기성 종교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점에서 탈종교화는 맞지만, 그렇다고 종교성 자체가 약해지고 있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영성을 추구하는 인간 내면의 갈망은 더 커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특히 우리나라에선 그런 경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급속한 근대화와 경제성장으로 인해, 많은 경쟁 속에 있는 청년들의 삶은 더 치열해졌습니다. 여기에 포스트모던적 무질서까지 겹치니 더욱 혼란스러울 겁니다. 그래서 찾게 되는 것이 결국 점집이에요. 청년들이 많이 다니는 거리에 한 번 가보세요. 길옆으로 이런 점집들이 죽 늘어서 있습니다. 두렵고 불안한 마음을 이런 데서나마 달래보려고 하는 겁니다.
앞으로도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은 계속 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만큼 그들의 실제 생활은 점점 더 주술화·무속화 되겠죠. 그들 삶에 우상숭배가 판을 치는 겁니다. 교회가 과연 여기에 대안이 되고 그들의 물음에 답을 줄 수 있을까요?”
-PL교회에도 해당되는 질문 같습니다.
“네 물론입니다. 교회가 정말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할 시대입니다. 교회가 사람 숫자에 연연하고 세상과 타협하기 때문에 무속이 기승을 부리고 교회조차도 그것에 넘어지는 것입니다. 무속에 빠진 사람들을 탈출시켜 예수의 제자로 삼아야 할 교회가 거꾸로 무속화 되면서 인기에 영합하려고 하니까 쇠퇴하는 것이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요?
“성경에 답이 있다는 겁니다. 그 안에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있습니다. 성경대로의 바른 신앙을 추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참된 제자로서 살고자 한다면 교회는 강해질 것입니다. 20세기 영국교회가 말씀으로 부흥한 것처럼, 숫자나 크기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질적으로 제자도에 승부를 거는 교회가 승리할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런 PL교회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정훈 목사는
동국대학교에서 불교학을 전공했고,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법철학으로 법학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한때 출가까지 했던 불교 신자였다. 이후 기독교로 회심했는데, 그는 자신이 기독교를 공격하기 위해 했던 종교개혁 등에 대한 공부가 오히려 개종의 단초가 된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울산대학교 법학과 교수로 오랫동안 일했다. 현재 PLI를 통해 복음주의 기독교 세계관을 교육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교회 해체와 젠더 이데올로기」 「기독교와 선거」 「성경적 세계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