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급등한 물가상승과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의 역풍이 가계 민생경제를 흔들고 있다. 특히 청년층의 전세가구에 미친 타격이 가장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은행이 27일 발간한 ‘고물가와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이후 물가와 금리 동시 상승으로 2021~2022년 중 민간소비 증가율이 약 5%포인트 가량 위축된 것으로 분석됐다.
보고서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물가로 인해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큰 폭으로 떨어진 데다,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 증가 등 이중고를 겪으면서 소비가 크게 위축됐다고 지적했다.
연령별·소득수준별로 고물가의 영향은 상이했다. 식료품 등 생필품 비중이 높은 고령층과 저소득층일수록 실제 체감하는 실효물가상승률이 높아 타격이 컸다. 반면 공적이전소득 등의 영향으로 일부 충격은 완화된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대출을 일으켜 전세 거주를 선택한 청년층 가구의 경우 물가와 금리 인상 모두에 시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물가상승에 따른 전세보증금 실질가치 하락은 물론 주택담보대출 이자부담 증가라는 이중고를 안았기 때문이다.
정동재 한은 조사국 거시분석팀 과장은 “주담대로 자가주택을 마련한 가구는 물가상승에 따른 주택가격 상승과 부채감소 효과를 동시에 누렸지만, 전세가구의 경우 전세보증금 가치하락과 이자부담 증가로 손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특히 30대 청년층에서 이 같은 사례가 많이 나타난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주택가격 급등으로 내 집 마련이 어려워지자 전세 수요가 몰리면서 전세보증금도 큰 폭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물가상승의 소비 영향을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고물가로 2021~2022년 중 소비증가율이 약 4%포인트 내외 낮아졌다고 추정했다. 여기에 가계 금융자산·부채의 실질가치 변동에 따른 효과까지 더해지면서 소비는 5%포인트나 위축된 셈이다.
정 과장은 “향후 물가오름세가 둔화되면 가계소비 위축 효과도 약화될 것”이라며 “하지만 고물가는 실질구매력 약화, 취약층 경제적 어려움 가중 등의 문제를 초래하므로 물가안정 기조 유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과 저소득·취약계층도 고물가의 직격탄을 맞았다. 앞으로 물가 수준과 추이, 금리 인상 속도에 따라 민생 역경은 더욱 가중될 수 있어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