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 정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가 갈등을 빚으면서, 집단 사직한 전공의들 중 일부가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이들의 곤궁한 처지에 주목하고 긴급 지원에 나섰다.
의협에 따르면 지난 21일 기준 총 1만 3천여 명의 사직 전공의 가운데 659명만이 복귀한 상황이다. 이 와중에 무려 1,646명의 전공의가 의협에 생계지원금을 신청했다.
의협은 지난 2일부터 생활고를 겪는 전공의들을 대상으로 1인당 100만 원의 긴급생계지원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전용 콜센터와 온라인으로 접수를 받아 본인 확인 과정을 거친 후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이다.
콜센터에는 정부의 '집단 사직서 수리 금지' 지침에 따라 병원이 사직서를 거부하면서 새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전공의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일용직을 전전하거나 마이너스 통장으로 버티는 등 눈물겨운 사연들이 많았다고 한다.
한 의협 관계자는 "의료 현장을 떠난 지 3개월이 넘어서면서 일부 전공의들이 극심한 생활고를 호소하고 있다"며 "과외 지도나 일용직, 심지어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하는 등 궂은 길을 걷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의협은 지원 활동과 함께 '전공의 대상 수기 공모 사업'도 진행 중이다. 보건의료 정책 및 제도 개선 의견을 듣기 위한 것으로, 어려운 처지의 전공의들도 자신의 사연을 들려줄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단체와 정부 간 대립이 장기화되면서 전공의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의협의 긴급 지원이 이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라며, 근본 원인 해결을 위한 양측의 대화와 노력도 시급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