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일보는 한국교회 목회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연중 기획 인터뷰 ‘힘내라! 한국교회 시즌3’를 진행한다. 세 번째 주인공은 경기도 부천시 소재 더라운드교회 담임 최정훈 목사다. 최 목사는 새로운 형태의 개척을 시도했다. 바로 부채가 있는 기존 교회를 맡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전에 부목사로 담임했던 교회 청년부에서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이 교회를 새롭게 갱신하면서 지역 복음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최근 30대 신혼부부 신자들이 이 교회로 등록하고 있다고 한다.
최정훈 목사는 부목사로 사역한 뒤 “다른 목회자처럼 청빙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계획대로 여러 곳에서 제안이 왔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저와 크게 달랐다”며 “저는 하나님의 또 다른 부르심에 따라 개척을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가 죽으면 그분이 더 커지니깐. 목회가 정말 편해졌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이뤄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목회자가 된 계기는 무엇인가?
“세상 사람들은 ‘내가 오라는 데는 없어도 갈 데는 많아’ 이런 말을 자주 한다. 분명 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리스도인은 그 반대로 부르심에 따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하나님을 따라 살아가는 저의 존재가 세상에 메시지가 되고 싶었다. 어떻게 목회자가 되었지?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는 ‘부르심’이다.”
-개척 목회를 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5년 전 세상의빛동광교회(류재상 목사) 청년부 디렉터로 사역하면서 청년들 중심의 둥근교회를 개척했다. 짧은 시간 커다란 사랑과 귀한 열매를 경험했다. 그 벅찬 감정을 마음에 고이 접어두고, 다른 목회자처럼 청빙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준비했다. 계획대로 여러 곳에서 제안이 왔다. 그러나 하나님의 뜻은 저와 크게 달랐다(웃음). 이미 하나님께서는 저의 모든 개척을 준비하셨다. 예배드릴 처소와 함께 만들어 갈 제자들이 저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면서 저는 하나님의 또 다른 부르심에 따라 개척을 시작했다.”
-시무하고 있는 교회를 소개해달라.
“더라운드교회(The Round church)는 둥근교회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왔다. 위치는 부천시 오정구 오정동에 있다. 기존에 있던 부천중앙교회와 인수 합병했다. 아마도 이런 개척은 처음 들어 봤을 것이다. 기존에 있던 교회는 부채가 심각하고, 성도 헌금으로는 매달 운영조차 어려웠다.
그런데 하나님은 나에게 너무 또렷하게 말씀 해주시는 것 같았다. 이 교회를 맡아달라고 부탁하실 때 저와 제자들은 기도했다. 그리고 작년 11월에 새로운 마음으로 ‘더라운드교회’가 시작됐다. 흥미로운 점은 저도 현재 인천에 거주하고, 제자들도 교회에서 멀리 떨어진 안산, 시흥, 서울, 역곡에서 살지만 매주 교회를 출석해 섬기고 있다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부천 오정구에 지역 복음화를 위해 부르셨다고 믿는다. 실제로 이 지역에 거주하는 젊은 세대가 새 가족으로 등록하여 더라운드교회를 함께 세워나가는 중이다.”
-개척 목회의 장점은 무엇인가?
“아마도 기성교회가 담아내지 못하는 사역을 열린 마음으로 언제든 만들어 갈 수 있는 것이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분명 시대가 달라졌고, 세대가 변했다. 그럴수록 더 중요한 것은 속도보다 방향이다. 커다란 배는 한번 방향을 정하면 다시 선회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 부분에서 목표가 뚜렷하다면 개척은 누구에게나 기회이고, 언제나 정답이라고 생각한다.”
-개척 목회자로서의 고충은 무엇이었는가?
“없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있다고 말하기에도 애매하다. 저는 대형교회에서만 사역했다. 그 기준에서 보면 원하는 사역은 있는데 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크고,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세 자녀의 가장으로 살짝 고민되는 지점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채워주실 것이라는 확신과 부르심의 뜻이 분명하기에 고충까지는 아니고, 조금의 넋두리로서 가볍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개척 목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모든 목회자가 교회를 처음 세울 때 자립해야 하는 문제를 놓고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분명 조급해질 수 있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까지 놓치는 실수를 범할 수 있다. 그럴 때마다 우리가 모인 이유가 무엇인지 떠올린다. 우리는 동창회도 아니고, 동호회도 아니다. 교회다. 교회는 복음을 고백하기 위해 모였다. 더라운드교회의 핵심 양육은 복음이다. 단계별로 복음을 공부하고, 배운 것을 매주 설교와 프로그램을 통해 훈련받는다.”
-개척 목회를 하면서 성도들과의 관계에서 인상 깊었던 기억이 있는가?
“우리 교회는 이제 개척한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인수 합병하기 전에는 정말 작은 간판 하나를 걸어놓고 시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모차를 끌고 나란히 교회에 오셔서 예배드린 분들이 계셨다. 한 가정은 곧장 그날 등록하셨고, 다른 가정도 얼마 지나지 않아 등록하셨다. 이후로 30대 가정이 계속 등록했다. 그때 느낀 점은 ‘교회를 찾는 분들이 정말 많구나’라는 것이다. 이분들에게는 간판이 중요하지 않았다. 길게는 2년, 짧게는 6개월 교회를 찾아다니다가 등록했다. 진짜 말씀과 복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지금 이분들은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제자들이 되어 함께 교회를 잘 섬기고 있다.”
-지난 주일 설교 내용이 궁금하다.
“올해부터 온 세대 ‘창세기’ 말씀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 주일에는 창세기 33장 야곱에서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꿔주신 하나님의 마음을 전했다. 야곱은 이름 그대로 평생 속고 속이는 인생을 살았다. 그런 야곱에게 얍복강에서 하나님은 묻는다. ‘What is your name? 너의 진짜 이름이 무엇이냐?’ 20년 전 이와 똑같은 질문을 아버지 이삭이 물었을 때 야곱은 ‘에서’라고 답했다. 그래서 하나님은 의도적으로 야곱의 정체성을 찾아주기 위해 물어보신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어진 야곱의 진짜 모습을 말이다. 그 과정이 우리에게는 복음이다. 죄로 인해 깨어진 하나님과의 관계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로 다시 회복시켜 주셨다. 하나님께서 야곱을 이스라엘로 이름을 바꿔주신 것처럼 복음이 우리의 존재를 다시 하나님의 자녀로 바꿔주실 줄 믿는다.”
-목사님에게 복음이란 무엇인가?
“복음은 제가 사는 길이다. 개척하면서 주변 사람에게 어려운 길을 간다고 제 삶을 포장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다. 복음은 뉴스이다. 그 소식을 받아들일 것인가? 말 것인가? 중간이 없다. 그 복음을 받아들이면 거짓말을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고, 내가 드러나는 선택을 하면 그날 자기 전까지 계속 마음의 불편함이 나를 짓누른다. 그러면서 바울이 했던 말들이 기억난다. ‘나는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 약할 그때가 강함이라(고후 12:10)’ 내가 죽으면 그분이 더 커지니깐. 목회가 정말 편해졌다. 내 뜻대로 안 되는 것이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는 과정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기도제목이 있다면 말씀해달라.
“제가 이 교회에서 처음 설교할 때 예레미야처럼 믿음으로 밭을 사자고 말씀을 전했다. 지금 그 땅을 사는 일은 아무짝에 쓸모없다는 걸 알면서도 막연한 기대가 아니라, 실제적인 행동을 통해 진짜 믿음이 됐던 예레미야처럼 우리 모두 믿음으로 밭을 사자고 성도들에게 권면했다. 교회가 어렵다. 현실적으로 보면 답이 보이지 않는다. 그런 곳에 저를 부르셨고, 오정동에 더라운드 교회를 세우셨다. 교회에 많은 일꾼과 성도가 채워질 줄 믿는다. 이 글을 보시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기도해달라. 더라운드교회가 오정구의 복음을 위해 널리 전하는 통로가 되길 응원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