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지방사립대병원들이 도산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3개월 가까이 이어진 전공의 파업으로 병원 경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것이다.
6일 의료계에 따르면 비수도권 지방사립대병원들은 만성적 적자에 시달려왔지만, 이번 사태로 직격탄을 맞았다. 인건비는 고정적인데 전공의 등 인력 부족으로 수익이 크게 감소하면서 적자 규모가 확대된 것이다.
순천향대천안병원은 지난달 비상경영에 돌입했고, 충북대병원, 울산대병원 등도 전시 상황에 준해 경영 안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제는 버텨왔던 병원들도 이제 한계에 다다랐다는 점이다. 일부 병원은 이미 도산 위기에 직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사립대병원 교수는 "급여 1순위 지급으로도 빚이 쌓이고 있다"며 "외부 자금 확보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토로했다.
병원들이 납품업체에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면서 이들 영세업체의 연쇄 도산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수개월간 대금을 받지 못하면 사채 시장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아울러 병원 신규 채용 중단으로 간호사 등 보건의료직 실업률 상승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사립대병원장은 "보건의료계열 졸업생들의 취업 문이 좁아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채 승인 한도가 제한적인 지방사립대병원들에 정부가 은행 대출을 보장해주는 등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정부에서 손을 놓아 지방사립대병원부터 도산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2020년 한시적으로 기채를 허용하는 등 지원에 나섰지만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전향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