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가계소비 증가율이 외환위기 직전에 비해 4분의 1 수준에 그치는 등 거시경제 충격에 따른 실업 경험이 장기적으로 가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30일 '실업경험이 가계소비에 미치는 장기효과 분석'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분석했다. 19712008년 실질 가계소비 증가율은 연평균 20.3%였지만 20092021년은 5.2%에 그쳤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거시경제 충격 이후 발생하는 이른바 '상흔 소비' 현상이 가계소비에 영향을 주는지를 미시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그 결과 실업 경험은 가계소비에 통계적으로 유의한 부정적 영향을 미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1997년 외환위기의 실업 경험이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가계소비에 부정적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실업 경험으로 인한 미래 소득에 대한 비관적 전망이 중장기 가계소비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같은 상흔 소비는 미래 소득 감소보다는 저축 증가를 통한 자산 축적 경로를 통해 주로 발생한 것으로 분석됐다.
계층별로는 소득 및 자산 취약계층의 가계소비가 크게 줄었고, 품목별로는 비내구재 중심으로 상흔 소비가 나타났다.
보고서 작성자인 최영준 연구위원은 "국가 실업이 높을 때 미래 소득과 자산 감소 우려로 현재 소비를 줄이고 자산 축적을 늘리는 현상이 발생했다"며 "소득 취약계층의 소비 감소를 막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