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혁신학회(회장 소기천 교수)가 25일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는 유신진화론을 배격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최근 서울신학대학교 측은 박영식 교수의 ‘창조신학’을 소위 ‘유신진화론’으로 보고 이것이 학교가 속한 기독교대한성결교회의 신학 정체성에 위배된다고 판단했다. 학교 측은 이런 이유 등으로 징계위에 그에 대한 징계를 요구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학교 측 결정의 정당성 유무를 두고 논란이 일었으며, ‘유신진화론’과 관련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학회는 “일부 신학자들이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그 무엇보다도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론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본 성명서를 발표하고자 한다”며 “유신진화론에 동조하는 일부 신학자들의 목소리가 최근에 신학교와 학회와 교회를 어지럽히는 상황에서 한국개혁신학회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론이 신구약성경에 근거한 신앙과 진리를 굳게 세워줌으로써 그 어떤 악조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교회를 지키려는 성도들의 기도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어 “종교개혁자 칼빈은 하나님께서 세계를 무로부터 창조하셨으며, 모든 생물의 종(kind)들을 계통을 따라 구분하여 창조하셨다고 선언하면서(기독교강요 1.14.20) 창조 세계를 유지하고 질서를 부여하시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강조했다”고 했다.
또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제4장은 창조를 삼위일체 하나님의 사역으로 고백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는 한국개혁신학회는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일부 신학자들이 기독교가 추구하는 창조신앙의 뿌리를 간과한 소견에 일침을 가하면서 변함없는 진리와 신앙을 수호하고자 한다”고 했다.
이들은 “성부와 성자와 성령 하나님께서는 태초에 천지를 창조하셨다(히 1:2, 요 1:2-3, 창 1:2). 그리고 태초 이래로 피조물들은 창조주를 드러낸다”며 “이는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일부 신학자들이 겸허한 마음으로 귀담아들어야 한다. 하나님께서 기쁘신 뜻대로 세상을 창조하였으니 그 피조물은 창조주 하나님의 영원하신 권능과 지혜와 선하심의 영광을 드러내야 한다(롬 1:20, 렘 10:12)”고 했다.
학회는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엿새 동안 창조하신 세상은 유신진화론이 주장하는 혼돈으로부터의 창조가 아니라, 무로부터의 창조(히 11:3, 골 1:16)”라며 “유신진화론이 신의 존재나 활동을 믿으면서 현대진화론을 수용하고 과학으로서의 진화론과 창조신앙 사이에 아무런 모순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과학적 진화론에서 규명되는 변이와 변천을 신앙의 입장에서 충분히 수용할 수 있다고 진화론에 동조하는 것은 자연도태, 돌연변이, 자연선택 등의 무신진화론의 핵심사상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유신진화론은 성경과 과학을 조화시키려는 시도 가운데 하나다. 이러한 시도에서 유의해야 할 점은 그 결론이 성경에서 벗어나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유신진화론은 현대진화론을 진리로 받아들이면서 성경도 진리임을 주장하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이들은 “유신진화론의 의도가 모든 결과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니다. 유신진화론은 하나님께서 이 세상이 진화되도록 창조하셨다고 주장하지만, 창조와 진화는 근본적으로 한길을 갈 수가 없다”며 “진화가 한 종에서 다른 종으로의 진화를 뜻하는 것이라면, 이는 하나님께서 각 종류대로 생물을 창조하셨다는 창세기 말씀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회는 “유신진화론이 창세기 1~3장의 가르침을 역사적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의 신화로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인간이 원숭이에서 진화되었다고 주장하는 진화론은 인간이 성인 형태의 아담과 하와에게서 시작되었다고 하는 창세기 1~3장의 설명을 문자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기 때문”이라며 “그래서 유신진화론자들은 아담과 하와의 역사성을 부정한다. 더구나 그들은 신구약성경의 역사성을 계승하는 사람들을 문자주의자라고 비난한다. 그들에게 우선시되는 것은 성경 말씀 자체가 아니라 과학적 사실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들은 “『아담의 역사성 논쟁』 (서울: 새물결, 2015)에서 진화적 창조론, 즉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데니스 O. 라무뤼가 ‘역사적 아담은 없다’라고 한 억지 논지에서 잘 나타난다”며 “하지만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면 두 번째 아담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역사성도 부정되기 쉽다. 아담의 역사성을 부정하면 원죄가 부정되고 그 결과 예수 그리스도의 죄 용서에서 원죄 용서는 빠지게 된다. 이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의 의미를 약화시킨다”고 했다.
이어 “미국의 많은 기독교대학 중 하나인 칼빈대학의 종교학과에서 가르치던 존 슈나이더(John Schneider)는 진화론을 옹호하기 위해 에덴동산의 존재를 부정하면서 아담과 하와의 역사성을 부정했고 그들의 타락을 문자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에 대해 그는 ‘칼빈대학의 수치’(The Shame of Calvin College)라는 평가를 마이크 루즈(Mike Ruse)로부터 받았다. 칼빈대학교 총장은 슈나이더가 교수 임용계약의 조건을 위반했다고 판단하였고, 슈나이더는 대학에 해를 끼치지 않기 위해 조기은퇴해야 했다”고 했다.
학회는 “유신진화론을 둘러싼 진화론과 돌연변이에 대한 논쟁은 일반세상 학문적 차원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 하지만 목회자 후보생과 영적 지도자를 교육해야 하는 신학교는 각기 교단의 신앙고백과 정체성을 지니고 있다”며 “신학교에서 교육을 담당하는 교수는 그 교단의 신앙고백과 정체성에 동의한 사람이어야 한다. 따라서 학문의 자유는 학교의 설립이념과 정체성을 무시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대한민국 국민이 개인적 취향과 자유와 무관하게 대한민국 헌법을 따라야 하듯이, 신학교 교수도 개인의 학문적 자유와 무관하게 신학교의 신학과 신앙 노선을 따라야 한다”며 “대한민국 헌법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에게 이민 등 거주이전의 자유가 확보되어 있듯이, 특정 신학교의 신학에 동의하지 않는 학자는 자기 소견을 수용하는 학교와 기관을 찾아 이동할 자유가 있다. 학문의 자유는 무제한적 자유(freedom)가 아니라 제한적 자유(liberty)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상의 유신진화론의 주장과 일부 신학자들의 동조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론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것이기에 사도들의 신앙과 진리의 터 위에 세운 교회를 더 이상 흔들어서는 안 된다”고 했다.
학회는 “한국기독교학회에 유신진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의 일부 목소리만 있는 것이 아니라, 신구약성경의 분명한 기록과 영감을 중시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론을 계승하는 다수의 신학자가 신학교를 지키고 있다”고 했다.
이어 “교회와 신학교는 세상 학문이 진화론과 돌연변이를 가르치는 세태에서 다음 세대의 주역인 어린 자녀들이 신구약성경이 가르치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창조신앙이 그 어떤 사변보다 우선적인 것을 자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아울러 “일부 신학자들이 ‘신학이 신앙과 진리의 학문’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자유주의적인 진화론에 편승해 유신진화론을 교묘하게 주장하는 것을 우려하면서 기독교의 영적인 지도자들을 양성하는 신학교 교수들까지 동조하는 일을 당장 멈추기를 간곡히 권면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