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사회가 밑으로부터 변하고 있다. 이것이 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로 나타나고 있다.”
김영호 통일부 장관이 19일 저녁 서울 극동방송(이사장 김장환 목사) 극동아트홀에서 열린 제54회 극동포럼에서 ‘북한의 경제 사회 실태와 정부의 통일정책 방향’이라는 제목으로 강연하며 한 말이다.
김 장관은 정부가 지난 20년간 탈북한 북한이탈주민 6,351명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를 소개하며 이를 토대로 북한의 경제와 사회의 실태가 어떠한지에 대해 분석했다.
정부의 북한이탈주민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그 동안 북한의 사회주의 경제 체제를 지탱해 왔던 ‘배급제’가 사실상 붕괴되었다고 김 장관은 말했다. 권력자에게 뇌물을 주어야만 하는 일들이 많아지고 있고, 주민들은 ‘장마당’을 통해 스스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또 한국의 드라마 등이 북한에 유입되면서 외부 문화에 대한 접촉도 늘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의 이 같은 생활상의 변화는 그들로 하여금 점차 김정은 정권에 대한 불만을 불러오고 있다는 게 정부 조사를 통해 엿볼 수 있는 부분이라고 김 장관은 강조했다. 이것이 바로 “북한 사회가 밑으로부터 변하고 있다”고 한 김 장관 말의 배경이다.
이는 북한 정권의 정책 변화를 통해 확인된다고 김 장관은 말했다. 즉 북한이 반동사상문화배격법 등을 만들고, 김정은이 최근 남한을 동족이나 통일의 대상이 아닌 적대국으로 규정한 것은 북한 주민들의 이 같은 변화를 막고자 한 조치라는 것.
김 장관은 또 우리 정부가 헌법 제4조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지속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북한의 자원이 핵무기 개발에 집중되면서 자원의 왜곡 분배가 일어나고 있다고 했다. 식량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한 것에 자원이 제대로 투입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북핵 문제와 인권은 상호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게 김 장관의 주장이다. 그는 “안보와 인권은 분리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한편, 김 장관은 우리나라에 탈북민 약 3만4천 명이 있다며 이들에 대한 관심도 호소했다. 그는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이라며 “한국에 많은 탈북자들이 있지만 그 수보다 더 많은 수의 북한 주민들이 탈북 과정에서 희생당했을 것이다. 그들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 동안 종교계가 탈북민들에게 많은 관심을 가져주신 것에 대해 정부를 대표해 감사를 드린다. 앞으로도 많은 역할을 해주시길 당부드린다”고 전했다.
한편, 극동포럼은 우리 시대의 주요 명제들을 기독교적 세계관으로 조망하기 위해 각 분야의 전문가를 초청해 지난 2003년부터 열리고 있다. 그 동안 김진표 국회의장(2회), 故 황장엽 선생(3회), 故 김영삼 전 대통령(12·14회), 정운찬 전 국무총리(22회), 이명박 전 대통령(4·39회), 마크 W. 리퍼트(40회)·해리 해리스(48회) 전 주한미국대사, 황교안 전 국무총리(44~47·49회),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51회),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53회) 등이 강사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