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와 고물가 상황 속에서 가계 부담이 커지면서 보험 계약을 통한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 자료를 통해 밝힌 바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으로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의 보험 계약 대출 잔액이 총 71조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분야별로 살펴보면, 생명보험의 보험 계약 대출 잔액은 52조 6000억 원, 손해보험은 18조 3000억 원으로 집계되었다. 이는 2021년 말 65조 8000억 원, 2022년 말 68조 원에 이어 지속적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보험 약관 대출은 보험 가입자가 자신이 가입한 보험의 해지 환급금 범위 내에서 받을 수 있는 대출로, 최근 3년간 보험 해약 건수 역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2021년 1146만 6000건에서 2022년 1165만 4000건, 2023년에는 1292만 2000건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은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한 서민과 소상공인들이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보험을 해지하거나 약관 대출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특히 한국금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보험사에서 대출을 받은 이들 중 32.1%가 3곳 이상의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로 분류되었다. 이는 다중 채무자들이 큰 부채 규모를 가지고 있으며, 채무 변제를 통한 신용 회복률이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연쇄 부실의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서민 금융 지원 정책의 확대와 같은 구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