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렌초 지역에서 목회한지 13년이 됐다. 개척부터 현재 까지를 돌아본다면.
제 목회를 스스로 돌아볼 때 10년 이상 버틴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다. 2011년에 교회를 개척하러 왔을 때 이 일대는 농장지대에서 막 개발이 시작되고 있었다. 1차 산업에 종사하는 분들이 많은 지역이었다가 지금은 아마존 헤드쿼터가 들어서면서 젊은층들 유입이 되고 있는데 세대구성에 있어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그 정도로 급속도로 도시화가 진행되고 있는 곳이다.
원래 저는 계획적이고 목표지향적인 사람이었다. 어떤 목표를 정하면 미친듯이 추진해서 결과를 꼭 만들어내야 하는 성향이었다. 개척 초기에도 정말 공격적으로 목회 푯대와 성도수에 대한 목표를 세웠고, 또 이것을 실행하면서 개척 1년만에 2백명이 출석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가 부족해서 여러가지 우여곡절을 겪게 됐다.
지금도 목회에 있어 목표는 있지만 전과 같이 이것을 저 혼자만의 목표로 정하지 않는다. 성도들과 이야기를 하고 대화를 하고 함께 목표를 정하게 됐다. 목표보다는 그 의미가 좀 더 중요한 것을 알게 됐고, 그 의미를 함께 만들어낼 수 있으면 그것이 가장 최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바뀌고 나니 사람을 대하는데 있어 여유가 생겼고, 목회에도 한결 여유가 생겼다.
그 전에는 막 쫓기는 것 같이 사역을 했다. 부교역자를 모아놓고 목표를 제시하고 다그쳤었다. 지금은 좋은 목사가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제가 목회에 있어 꿈을 꾸지 않는 것은 아니다. 여전히 교회 성장과 좋은 방향성을 지향하지만 그것을 쫓다가 더 좋은 것, 더욱 본질적인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 있다.
-<열혈독서>의 저자로 한국에서도 꽤 알려져 있다. 3천권을 읽은 후 많은 변화들이 있었다고 책에서 썼는데 목회에도 큰 변화가 있었던 것인가.
앞서 말한 목회에서의 우여곡절 이후 현재의 여유를 가지기 까지는 독서라는 큰 변환점이 있었다. 제가 독서를 강조하게 된 계기는 <열혈독서>에도 그 내용이 있지만 멘토인 이동원 목사님과 강준민 목사님의 영향이 컸다. 거기에다 개척 이민교회의 특성상 책상에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이민교회 성도들에게 심방은 때로는 부담일 경우가 있다. 그래서 주중에 심방이 많지 않을 경우 어떻게 시간을 잘 활용할지 고민하다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 때는 목회도 너무 안되어서 목회를 그만두고 싶은 마음이 생겼는데 절박한 심정으로 나부터라도 똑바로 하자는 마음으로 본격적으로 독서를 시작했는데 그것이 큰 변화를 가져다 주었다.
일단 책4권을 쓰게 됐다. 책을 읽기만 하던 제가 책을 쓰는 사람이 된 것이다. 당초 3천권 독서를 목표로 한 것이 2017년이었다. 그 때부터 시작해서 지난 7년동안 3천권을 읽게 됐다. 새벽에 잠을 줄여서라도 독서를 하려고 했다. 책을 8백권 정도 읽었을 때 임계점이라고 할 수 있는 변화가 왔다. 책 읽는 노하우가 생겼고 시중에 있는 책은 대충 그 내용이 이해가 됐고 읽기도 쉬워졌다. 저자의 의도와 책 내용을 매우 빠른 시간 안에 파악하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어떤 분야의 책을 30권 정도만 읽으면 특별한 정보가 담겨 있지 않는 한 큰 틀에서 내용들이 대동소이한 것을 깨닫게 됐다. 1천5백권 쯤에서도 이러한 임계점을 또 한 번 겪었다.
그리고 2천권의 책을 읽었을 때쯤 약간의 권태기 같은 것이 왔다. 처음에는 책을 읽을 때마다 열정이 타올랐는데 그런 열정이 점점 느끼기 쉽지 않았다. 책을 많이 읽은 만큼 밖으로 그것을 쏟아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그 때부터는 책도 함께 쓰게 됐다. 그동안 다독을 하다 보니 이제는 읽는 속도도 크게 붙었고 하루에 한권의 책을 목회를 하면서도 쉽게 소화할 수 있는 수준이 됐다. 몸살이 날 정도로 열심히 했던 독서였고 그 과정에 체력도 부치고 했지만 저의 목회에 너무도 큰 도움을 줬다.
-독서가 목회의 어떤 부분들에 도움이 되었던 것인가.
가장 큰 변화는 먼저 제가 변했다는 것이다. 목회스타일에 큰 변화를 가져다 줬다. 그 전에는 제가 성도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강한 고집이 있었는데 독서를 통해서 내가 먼저 변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리고 얼마나 내가 무지한 사람이었는가를 독서를 하면 할수록 깨닫게 됐다. ‘내가 이 쥐꼬리 같은 정말 작은 목회적 지식으로 사람을 변화시키려했구나’ 하는 것을 알게 됐다. 오만으로 목회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제 스스로 또는 제 능력으로 누구를 변화시키겠다는 생각 자체를 안 한다. 변화라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되는 것이다. 독서 이후 무슨 일이 닥칠 때마다 저의 무지와 부족함을 더욱 여실히 느끼고 있다.
-자녀들도 독서를 같이 하면서 많이 바뀌었다고 들었다.
제가 미국으로 유학 올 때 인공심장 분야가 전공이었다가 신학을 공부하게 됐고 목회의 길을 걷게 됐다. 자녀을 향해서는 여전히 세상에서 성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어 학업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하지만 독서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이후에 아이들과 책도 많이 읽고 이것이 아이들에게도 큰 변화를 가져다 주게 되었다. 저의 본래 성격에 따라 목표지향적으로 끝까지 아이들을 지도했다면 미국의 명문대 진학은 가능했을 성적이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저와 같이 독서를 한 이후에 각각 생각이 깊어 졌고 자기의 앞길을 진지하게 자기가 원하는 길, 정말로 개척하고 싶은 길로 가겠다고 마음 먹었다. 큰 아이는 건축공부를 하고 싶다면서 당초 목표한 아이비리그와 전혀 다른 학교로 진학했다. 갑자기 진학하려는 학교가 달라진 것에 대해 ‘아빠가 나를 교육시켰잖아’라고 말했다. 자기 소신이 분명해 진 것이다. 지금은 자기가 하고 싶어하는 도시계획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 작은애 같은 경우에도 뚜렷하게 본인이 하고 싶은 분야가 있다. 독서하는 동안 아이들과 그동안 책도 같이 많이 읽고 토론도 많이 했다.
-독서 이전의 목회 스타일이 궁금하다.
한참 정신없이 목회할 때는 밤11시까지 목양일을 하고 잠깐 집에서 눈을 붙이고는 다시 새벽2-3시에 교회로 나가곤 했다. 그러나 독서 이후에는 목회에 있어서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가치를 놓치면 안될 것 같아서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하고 있다. 완벽한 균형이란 없겠지만 최대한 균형 잡힌 삶과 신앙을 저부터 유지하려고 한다. 그리고 목회에 있어서도 균형 있게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게 됐고, 그리고 가급적 여러사람들의 생각을 수용할 수 있게 됐다.
제가 독서를 하다보니 한 주제에도 책이 수백권, 수천권이 나오는데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다양한 경험과 삶에 근거한 많은 생각들을 들어보지 않고 한가지만 고집한다는 것이 얼마나 모순된 것인가를 깨닫게 됐다. 목회자들이 어떻게 보면 고집스럽다. 책 한권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고 했다. 독서가 가져다 준 다양한 시각과 균형 감각을 최대한 유지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3천권 중에는 한국교회를 진단하는 책들도 많았을 것 같다. 현재 한국교회가 안팎으로 많은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이에 대한 생각을 나눈다면.
독서를 하고 난 이후 느끼게 된 것은 한국교회의 영향력 감소 중 한 원인은 세상을 선도할 수 있는 인문학적 수준이 많이 약화됐다는 것이다.
제가 책에서도 강조했지만 사람은 하나님의 말씀으로만 변화된다. 성경이 다른 어떤 책들과 비교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을 상황에 맞게 해석하는데 있어서는 지적 능력이 필요하다. 제가 다양한 독서도 필요하다고 책에서 강조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과거 한국교회 초기나 부흥기에는 일반적인 사람들, 즉 성도들의 기본적 소양이 목회자들보다 못했다. 목회자들은 적어도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이었고 그 시대에 다른 보통 사람들보다 많은 책을 읽거나 배운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목회자들이 지도자의 역할을 했다.
하지만 시대가 변하면서 일반 사람들의 지식의 수준이 매우 높아졌다. 인문학적인 수준 또한 목회자들보다 높은 사람들이 태반이다. 교회 전체의 지적 능력이 세상보다 못하게 되면서 사회에 방향을 알려줄 수 있는 지도력을 잃어버렸다. 당장 한국의 교보문고나 영풍문고에 가보면 베스트셀러에 기독교작가가 없다. 김형석 교수, 이어령 교수의 서적들이 있기는 하지만 다른 젊은 기독교 작가들은 없고, 베스트셀러 20위 안에 스님만 10명이 넘는다. 어디서 이런 차이가 나게 됐는지 생각해보면 결국 인문학적 소양의 차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스님들은 책을 정말 많이 읽는다. 신부님들도 교육수준이 목회자들과 많은 차이가 난다. 로스쿨 이상의 수준으로 공부해야만 사제 서품을 얻는다.
세상에 영향력을 줄 수 있을 만한 사람이 결국 기독교 내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어떻게 보면 굉장히 심각한 문제다. 교회는 5만개가 넘지만 한국사회에 우리의 목소리를 대변할 작가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어떤 이슈가 터졌을 때 글로 우리의 생각을 대변하거나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여기에서 한국교회는 뒤쳐지기 시작했다. 우리 안에서 이런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야 할 때다.
독서나 글쓰기가 어쩌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목회자가 변하면 교회도 변화된다고 본다. 목사가 변하면 거기에 맞는 성도들로 변화될 것이다. 저의 직접적인 경험이다. 목회를 공부할 때 목회의 기술을 배우면서 목회자의 인성이나 또 거기에 따른 인문학적 소양들도 같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히려 목회의 기술보다 더 먼저 우선되어야 할 것이 인성과 인문학적 수준이라고 본다.
-한국교회의 위기를 인문학적인 앵글에서 진단하는 것이 매우 새롭게 다가온다. 과거와 현재의 교회가 다른 점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저는 그 해법을 목회자가 책을 읽는 것에서부터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을 선도하는 힘이 교회 안에 있어야 한다. 1세기에 크리스천들이 글을 읽었다는 것이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그 때만해도 글을 읽는다는 것은 고급 정보를 습득한다는 것이었고 시대를 선도하는 엘리트라는 뜻이었다. 그 숱한 핍박 속에서도 기독교가 살아난 것은 바로 글의 힘, 기록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종교개혁도 다 책으로 이뤄졌다. 쯔빙글리, 루터, 칼빈 다 책으로 개혁을 일궈낸 사람들이다. 그런데 종교개혁 시대에 세상을 변화시켰던 만큼의 지적능력이 지금은 없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다. 칼빈의 기독교강요가 5백년동안 읽히고 있는데 그 후속작이 없다. 청교도를 이끌었던 영국의 책을 보면서 그런 안타까움이 들었다.
-코로나 이후 작은 교회들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극복해야 한다고 보는가.
지금 전반적으로 많은 목회자들이 코로나 이후의 목회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코로나 때에 너무 많은 것이 바뀌었다. 목회가 어려운 쪽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가다가는 큰일나겠다 싶을 정도로 위기감을 느낀다. 주일성수나 십일조 등 전통적으로 지켜온 신앙마저도 너무 가볍게 여기는 시대가 됐다. 성도들이 교회에 출석하지 않아도 아무 일이 안 일어 난다고 느끼고, 십일조를 안 해도 금전적으로, 재산상으로도 손해가 없다고 느끼는 시대가 됐다. 이런 근본적인 가치에 대한 훼손이 분명히 있다. 교회를 가볍게 떠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것이다. 교회에 정으로 다녔고 관계때문에, 또 부모님 때문에 교회를 떠나기를 망설였던 사람들이 교회를 이제는 떠나기 쉬운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작은 교회들에게는 더 큰 도전이 닥쳤다. 성도가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자기 건물이 있는 교회가 승자가 되어버렸다. 마치 폭풍전야와 같은 상황이다. 건물만 갖고 있는 교회들이 상황이 어려운 교회들에 손을 내밀어 주지 않는다면 공멸할 것이다. 저는 코로나 이후에 활발하게 교회연합이나 합병이 있어야 한다고 본다. 실질적으로 팬데믹 이후에 세상사람들은 활발하게 합병도 하고 있다. 그리고 일반 사회도 에어비엔비나 우버 등의 플랫폼을 통해 공유경제 시스템을 이뤄서 성공하고 있다. 기업도 공유할 것을 공유하면서 장벽을 허무는데 교회만 이것을 못하고 있다.
풍년은 토끼처럼 오고 흉년은 거북이처럼 나간다는 말이 있다. 3년간의 팬데믹이었지만 정말 이것을 헤쳐 나가기까지는 더 많은 기간이 필요할 것이다. 앞으로 1년 뒤에도 문닫는 교회가 더 많아질 것이다. 교회에 새가족들이나 아니라 불신자들이 새롭게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작은 교회가 없어져서 이동한 성도들이 정착하는 사람들도 분명 많아질 것이라고 본다.
-성도들에게 성경 읽기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1월이면 무조건 성경 일독을 성도들이 하고 있다. 처음에는 ‘한달동안 어떻게 성경을 다 읽지’ 이런 분위기였다. 몇 십년동안 신앙생활을 해도 성경일독을 못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런 성경일독을 매년마다 3-40명이 1월에 다 마친다. 1년에 4-5독하는 사람도 있고 많으면 10독까지하는 성도들도 생기기 시작했다. 이제는 1월이면 이야기하지 않아도 당연히 성경을 읽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아이들이나 중고등부 학생들도 2-3독 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특히 교회에서 큐티를 강조하고 있다. 새벽예배 말씀도 성도들의 큐티를 염두해두고 전하고 있다. 말씀을 상황에 적용해야 하는데 이 컨택스트를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많다. 큐티를 통해 그것을 많이 훈련시키고 있다. 다른 사람이 충분히 이해되는 말로 자신의 소감과 은혜를 전하는 훈련도 하고 있다.
-최근 출간된 <목회트렌드 2024>는 한국교회의 여러 저자들과 함께 공동으로 집필을 했는데 이 책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것은 무엇인가.
결국 목회자가 변화되고 준비되면 교회 또한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다. 여러 저자들로 책을 구성한 것은 많은 사람들이 참여해서 함께 생각들을 모으고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라서다.
다양한 목사님들과 교류를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것은 설교라는 점이다. 우리가 텍스트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할 때 문제가 생기게 된다. 이것은 교회의 브랜드와도 연관이 있다. 교회가 무슨 브랜드냐고 하겠지만 브랜드라고 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는 교회들은 모두 텍스트를 각자의 상황에 맞게 특성화하고 전한 결과다. 코로나 이후에 본연의 색깔이 있는 교회는 살 것이라고 본다.
목회자들의 의식이 변화될 필요가 있다. 제가 한국과 미국 두 곳에서 모두 공부를 했지만 서로 근본적으로 다른 것이 있다. 미국은 공부한 것을 생각해서 글을 쓰게 한다. 자기 생각을 반드시 글로 남겨야 한다. 교수들이 보고 싶은 것은 바로 작성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한국은 이런 글쓰기 훈련이 안되어 있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한국 목회자들이 설교들도 중구난방이고 논리적이지 않다고 느껴질 때가 많다.
빌게이츠도 독서광이었다. 스티븐잡스 또한 문자를 공부하면서 깨달은 것을 비지니스에 적용해 대혁신을 가져다 줬다. 그런 부분들을 교회가 잘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본다. 성도들이 하루에 한권의 책을 읽게 하는 것이 목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