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사립학교들의 연합체인 ‘사학법인 미션네트워크’(이사장 이재훈 목사, 이하 사학미션)가 사립학교법 재개정을 위한 ‘한국교회 100만 성도 서명운동’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사학미션은 13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서울풀만호텔에서 포럼 및 정기총회를 갖고 이 같은 내용이 포함된 성명을 발표했다.
◆ “헌재,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 내려달라”
이들은 성명에서 “한국교회는 범 종교계 사립학교와 함께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며 “기독교학교가 건학이념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그 인사권이 자주적으로 행사돼야 하며 학부모의 교육 선택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헌법이 명시한 교육의 자주성을 구현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재개정에 나서며 이를 위한 한국교회 100만 성도 서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021년 개정된 사립학교법은 제53조의2 제11항에서 사학이 교원 임용을 위해 공개전형을 실시할 때 “필기시험을 포함해야 하고, 이를 시·도교육감에게 위탁해 실시해야 한다. 다만,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시·도교육감의 승인을 받은 경우 필기시험을 다른 시험으로 대체하거나, 위탁하지 아니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것이 교원 임용에 대한 사학의 자율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한 사학미션은 지난 2022년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과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그러나 아직까지 판결이 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사학미션은 성명에서 “교원 임용에 대한 학교의 피해는 물론이고 학생들의 학습권에 있어서 불가역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학교와 학생들의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도록 헌법재판소가 본 법안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판결을 내려주실 것을 강력하게 요청한다”고 했다.
◆ “통제 위주 사학 관련 정책·법령 수정·보완돼야”
이들은 또한 정부에 “교육을 획일화 시킨 50년 전 평준화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고 교육의 자주성과 선택권을 동시에 보장하는 평준화 2.0 시대를 제안한다”며 “기존의 통제 위주의 사립학교 관련 정책 및 법령은 수정·보완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종교계 사립학교의 자주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교원 임용 및 재정 지원’과 관련된 시행령의 개정을 요구하며 기독대학의 자주성과 특수성을 고려한 정책 수립 및 대학평가 방식의 수정을 강력하게 요구한다”고 했다.
또한 “신뢰받는 교육은 기독교학교로부터 시작돼야 한다. 한국교회와 기독교학교는 기독교사학자정위원회를 신설했고, 비리와 비위가 없는 기독교학교가 되도록 강력한 자정운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 “재정 지원 고리로 간섭과 통제의 손길”
이 밖에 이날 포럼에서 ‘국가경쟁력 제고와 사립대학 발전을 위한 제언’이라는 제목으로 기조강연한 유병진 총장(명지대)은 “대학의 교육과 학사행정, 그리고 가장 자유롭게 수행돼야 할 연구 분야에서도 재정 지원을 고리로 삼아 간섭과 통제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며 “실제로 정부 주도의 재정지원사업에서 연구의 주제와 방법론까지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구속받는 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되었다”고 했다.
그는 “상아탑 본연의 역할인 자율적인 교육과 자유로운 연구가 보장돼야 고도의 지식 창출이 가능하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며 “따라서 지금과 같은 정부의 지나친 간섭과 통제는 대학으로 하여금 교육과 연구에 몰두해야 할 교수들에게 또 다른 부담과 간섭, 통제로 연결돼 오히려 대학의 경쟁력 약화를 불러올 뿐”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경쟁력은 커녕 자생력도 키우기 힘든 상황으로 몰아간 지난 정부들의 고등교육정책은 반드시 재고돼야 한다”며 “대학별 특성에 맞춘 장기적인 비전과 전략을 세우고 구현해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방향으로 고등교육정책을 선회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유 총장은 “이를 위해 선결돼야 하는 것이 대학의 자율성 보장”이라며 “특히 한국 고등교육의 근간을 이루는 사립대학의 자율성 보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인식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기독교학교 자율성 훼손 법·정책에 강력 대응”
앞서 개회사를 전한 사학미션 이사장 이재훈 목사(온누리교회 담임, 학교법인 한동대 이사장)는 “기독교학교의 헌신이 없었다면, 교육에 대한 믿음의 선배들의 숭고한 헌신이 없었다면 과연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었을까. 과연 3.1운동은 일어날 수 있었을까. 대한민국의 민주화와 세계 역사에 빛나는 발전이 일어날 수 있었을까”라고 물으며 “우리는 과거를 되돌아보며 기독교학교의 중요성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교육은 그 결과가 늦게 나타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이라며 “국가가 최우선으로 해야 할 것이 바른 교육정책을 세우는 것이라는 걸 정부와 국회가 깨달을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제안하고 앞서 그것을 실천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미래를 다시 얼어가야 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소명”이라고 역설했다.
또 오정호 목사(한교총 공동대표회장, 예장 합동 총회장, 새로남교회 담임)는 “자랑스러운 역사에도 불구하고 기독교학교는 존립의 위기를 겪고 있다. 법과 제도의 위협 속에서 기독교학교들은 건학이념을 구현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대가 되었다”고 했다.
오 목사는 “우리의 자녀들이 건강한 기독교적 가치관에 따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며 “이를 위해 한국교회는 범 교단 차원에서 하나 된 역량을 모아 기독교학교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법과 정책에 대해 강력하게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