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인이 교회 첫 방문자 관련 건의사항 올리자
이 목사 “회의서 다뤄… 아이디어 감사” 답글
이 목사 답글 본 교인 “우와!! 목사님의 답변이”
대형교회가 가진 장점이 있겠지만, 교인들이 담임목사와 가깝게 소통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은 단점 중 하나일 것이다. MZ세대가 많은 교회일수록 그런 단점이 더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소통의 어려움은 어쩌면 대형교회의 구조적 한계일 수도 있다.
이런 면에서 눈에 띄는 교회가 있다. 바로 분당우리교회다. 대형교회로서 이 교회가 가진 특증 중 하나는 교회의 인터넷 홈페이지에 교인들이 자유롭게 삶에서의 은혜 등을 올릴 수 있도록 게시판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물론 글을 쓸 때는 실명을 써야 하고 교회가 정한 가이드라인을 지켜야 하지만, 요즘 다른 교회 홈페이지에서 이런 성격의 게시판을 찾기 힘들다는 점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리고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점은, 분당우리교회의 이 게시판 글에 담임인 이찬수 목사가 종종 ‘답글’을 단다는 점이다. 대형교회의 담임목사가 교인들이 온라인에 쓴 글을 읽고 직접 여기에 답을 달면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분당우리교회의 성도 수는 ‘일만성도 파송운동’ 이후 현재 약 5천 명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 전엔 약 2만 명에 이르렀다. 이 목사의 이런 ‘온라인 소통’은 그 때나 지금이나 그대로다.
최근 이 게시판에 올라온 글에서 이찬수 목사의 답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분당우리교회 집사라고 밝힌 한 교인은 지난 12일 ‘우리교회에 처음 방문하시는 분에 관련한 건의 사항’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다. 예수를 믿지 않는 사람이 전도가 되어 교회를 방문했을 때, 본당에 우선 들어갈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그들이 교회에서 환대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찬수 목사는 이 글에 다음과 같은 두 개의 답글을 썼다.
“오늘 오전 전체 교역자 회의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집사님처럼 좋은 아이디어 있는 분은 언제든지 알려주세요. 다시 한 번, 감사를 전합니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를 주신 집사님. 집사님께서 올려주신 글을 읽으면서 ‘왜 이런 생각을 못했을까?’ 자책해 봅니다. 담당자와 상의해서 의논해 보겠습니다. 이런 좋은 아이디어 주신 집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또 ‘청년시절, 분당우리교회를 만나게 하심에 감사합니다’라는 제목으로, “이제는 분당우리교회 교인이 아니지만, 분당우리교회 덕분에 뜨거운 신앙생활을 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으며, 귀한 배우자를 만나게 되었고, 다시 한번 넓은 영적 시야를 갖게 되었다”며 감사를 전하는 내용의 글에도 이 목사는 아래와 같은 답글을 달았다.
“귀한 청년 부부의 모습이 마음을 기쁘게 하네요. 이렇게 신실한 두 사람이 만나서 가정을 이루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 큰 기쁨이 될 것 같습니다. 작은 교회에서의 섬김이 보람과 즐거움을 가져다 줄 줄 믿고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설교를 듣고 은혜를 받았다며 이찬수 목사에게 감사를 표현한 또 다른 글에 이 목사는 “미국 집회 다녀오느라 답이 늦어졌네요. 이렇게 귀한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성도님처럼 믿음 안에서 성장해 가시는 분들이 많이 계셔서 기쁘고 감사한 요즘”이라고 답했다.
이를 확인한 글쓴이는 “우와!! 이찬수 목사님의 답변이 있었군요”라고 놀라며, 이 목사가 직접 답해준 것이 “신기하다”고 썼다. 그러면서 “교회 다니면서 한 번도 이찬수 목사님을 개별적으로 만나 뵌 적이 없어 아쉬웠고 주변 성도님들의 개인 기도 들은 이야기, 목사님과 사진 찍은 이야기 들으면 ‘부럽다’ 싶었거든요. 감사합니다”라고 이 목사의 답글에 ‘재답글’을 남기기도 했다.
‘탈권위의식’은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에 대한 교계의 평가 중 하나로 꼽힌다. 그는 평소 설교에서 자신의 부족함과 나약함을 숨기지 않고 드러내곤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교인들은 동질감을 느낀다. 이 목사가 온라인을 통해 교인들과 소통하는 것도 이러한 모습의 연장선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