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신학협의회 생면신학연구소에서 한국생명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분석을 담은 책 '오늘의 생명신학 제1집'을 출간했다.
생명신학협의회 생명신학연구소 지음ㅣ신앙과지성사 펴냄 ㅣ2013년7월1일 출간ㅣ397페이지ㅣ20,000원
<발간사>
손인웅 목사 (상임공동대표)
2011년 2월 24일 생명신학협의회 창립은 한국교회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긋는 사건이었습니다. 왜냐하면 한국교회가 "생명" 문제를 신학적 주제로 연구하게 된 것은 중요한 신학적 진화를 의미하기 때문이요, 또한 생명신학과 생태신학을 연구하는 신학자들이 많아져서 생명신학협의회를 결성하여 새로운 시대에 전개될 생명 문제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여 함께 대처해 나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작금에 인류가 처해 있는 범지구적 위기는 인간복제와 생명공학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과학기술이 창조주의 영역을 넘보며 창조질서에 교란을 일으킴으로 생태계의 혼돈을 야기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락한 자본주의가 탐욕의 열차를 타고 경제세계화라는 경기장에서 질주하는 동안 지구촌은 약육강식의 각축장이 되어 빈부의 격차가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80대 20의 분할구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약자들이 분노하여 무차별적 자살테러를 자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세계적인 생명죽임의 문화가 팽배해진 것은 태초부터 창조주의 뜻을 거역하고 생태계를 파괴한 죄의 싹이 자라난 결과입니다.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카인의 후예들이 생명을 유린하고 살상했으며, 파괴의 역사를 멈출 줄 모르고 더욱 광폭해져 왔고, 그 규모는 대형화하고 그 범위는 전지구적으로 확산되어 왔습니다.
산업혁명 이전만 해도 활과 창과 칼 정도의 살상무기가 전쟁에 동원되었고 속도는 범선과 기마병 정도였으나, 산업혁명 이후에 증기기관이 발명되고 육상교통과 해상교통의 발달과 항공수단의 발달로 세계는 더욱 좁아지기 시작했고 생명들의 위험도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서방 해양국들의 항해술 발달은 제국주의자들의 정복욕에 불을 붙여서 세계는 삽시간에 강대국의 전쟁놀이터를 확장하는 식민지 시대를 열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세계는 정복자와 피정복자로 분할되어 생명을 억압하고 짓밟고 착취하는 세력이 창조주의 생명주권을 탈취하는 비극을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이처럼 처참한 역사의 어두운 밤이 지나고, 역사의 여명이 밝아오기를 기다리는 아침에 전쟁의 악령들이 정복자들에게 침투하여 세계 1차 2차 대전을 일으키고 세계를 피바다로 만들고 황폐하게 파괴하였고 드디어 핵무기 개발과 사용이라는 최악의 재앙을 초래하였습니다. 사탄은 계속 살상무기 개발을 부추기고 세계의 무기상들을 유혹해서 한꺼번에 많은 사람을 죽이는 게임을 조종해 오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카인의 후예들의 전쟁놀이에 대항하는 아벨의 후예들이 펼치는 평화운동도 있었습니다. 1960년 세계교회 운동의 주요 관심사는 정의와 평화였으며 1970년대에 와서는 생명이 보전되는 사회가 그리스도교의 핵심 과제임을 깨달았습니다. 1972년에 나온 '로마클럽보고서'는 지구환경 보전을 위한 국제적인 노력의 시발점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1972년 유엔 인간환경회의와 WARC에서 주최한 1990년 서울 JPIC 세계대회의 정신을 이어 1992년 브라질 리우회담 결과를 주목하며 오늘 이 땅의 환경문제에 대한 그리스도인들의 입장을 정리해서 "92 한국기독교 환경선언"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계교회가 생명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룬 것은 1988년 벤쿠버에서 개최된 WCC 제6차 총회에서 "예수 그리스도 우리의 생명"이라는 주제를 정하고 지구상의 모든 교회가 신앙적 결의를 하여 공동으로 대처하기로 결정한 것이었습니다. 또한 1990년 3월 서울에서 열렸던 세계교회의 JPIC 대회는 "홍수와 무지개 사이에서(창 9:1-17)"라는 계약문서의 협의과정이었습니다. 그리고 2013년 10월 WCC 제10차 부산총회에서는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를 다루게 됩니다.
우리 한국의 생명신학협의회에서 이번 생명신학논총을 발간하게 된 것은 21세기 세계가 요청하는 생명 살리기 운동에 대한 응답입니다. 이러한 우리의 시도가 하나의 출발점이 되어 좁게는 한국교회와, 넓게는 이 지구촌의 생태계 보전에 기여할 수 있는 학문적인 밑거름이 되기를 바라마지 않습니다. 아울러 이번 WCC 제10차 총회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주제를 다루는 데 좋은 참고자료가 되기를 소망합니다.
이 논문집 발간을 위해서 그동안 성실히 연구발표하신 집필자 여러분들의 주옥같은 논문들을 소중한 자료집으로 묶을 수 있게 된 것을 감사드리고, 편집을 주관하신 생명신학연구소 김명용 소장님을 비롯한 연구위원들의 노고를 치하합니다. 또한 이 논문집 발간에 필요한 재정을 지원해 주신 위원들과 교회에 감사드립니다. 이 작업을 맡아 수고하신 조용희 사무국장께도 감사드립니다.
<추천사 1>
박종화 경동교회 담임목사(WCC 부산총회 한국준비위원회 총회준비대회장)
WCC 제10차 부산총회가 눈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비록 교회의 분열과 근본주의의 청산이라는 큰 숙제를 우리가 안고 있지마는 긴 안목으로 보아 한국교회의 큰 경사로서 이제는 한국교회가 지금까지의 양적 성장을 넘어 질적 성장으로 도약은 물론, 복음으로 하나된 새로운 틀을 제공함과 함께 세계교회를 껴안을 수 있는 더없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의미 있는 총회의 주제가 '생명의 하나님, 우리를 정의와 평화로 이끄소서'라는 것입니다. 이는 생명신학협의회가 추구하고 있는 신학적 방향과 동일한 선상에 위치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즉 질병, 전쟁, 생태계 위기, 가난, 죽음의 문화, 한반도 통일, 생명존중적 징벌체제, 그리고 생명 중심의 과학을 주요한 신학적 연구 주제로 삼고 있는 생명신학협의회의 신학적 내용을 고스란히 금번 WCC 총회가 담고 있다는 판단입니다. 이것은 생명신학협의회가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해서 진지한 고민과 함께 이 시대가 요구하고 있는 바를 제대로 읽어내고 있다는 반증입니다.
이 책은 바로 이러한 고민의 산물입니다. 이는 역량 있는 학자들의 연구를 통하여 기본적인 생명신학에 대한 개념 정의에서부터 시작하여 생명목회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목회자에 대한 연구에 이르기까지 어떻게 한국에서 생명목회를 실천할 것인가에 대한 대안까지를 담아내는 진지한 연구 결과라는 것입니다. 금번 출판이 담아낸 벨커 교수와 몰트만 교수의 초청강연 글도 결국 이러한 큰 신학적 흐름의 반영이라고 보입니다.
필자는 생명신학협의회에서 발간하는 이 간행물이 금번 WCC 총회의 개최를 통해 한국교회가 새롭게 도약하는 데에 필요한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교회에 주어진 생명의 살림이라는 본연의 메시지를 담고자 하였다는 점에서입니다. 이러한 노력을 독자 여러분과 함께 나누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한국교회가 앞으로 이러한 방향으로 새롭게 정립되기를 간절히 기도하여 봅니다.
<추천사 2>
이영훈 여의도순복음교회 담임목사
생명에 관한 신학적인 이해는 생명의 창조주이자 구원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믿음에서 출발합니다. 우리가 믿는 하나님은 이 세상의 모든 생명을 창조하신 분이십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영적인 생명과 육체적인 생명, 그리고 인간과 함께 살아가는 모든 생물들과 그것을 둘러싼 생태계와 자연 환경을 창조하시고 그 번성을 원하시는 창조주이십니다.
또한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죽음과 파멸의 길을 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구원하시고 회복시키기 위해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이루어 놓으신 구원을 달리 말하면 생명의 회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구원과 생명의 회복은 영과 육, 그리고 개별적 생명과 생태계 전체를 아우르는 것입니다.
아울러 성령께서는 우리를 생명 창조의 하나님, 생명 회복의 예수 그리스도께로 이끌어 주시는 인도자가 되시며, 우리를 생명의 충만함으로 채워주시는 생명의 원천이 되십니다. 이천 년 전 오순절에 강림하신 성령께서는 생명을 주시는 영으로서 온 우주에 하나님의 생기를 불어 넣어주고 계십니다. 성령께서는 우리를 능력 있는 복음의 증인으로 만드실 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의 나타나심을 사모하는 피조물들의 탄식과 신음의 현장에서 새로운 생명의 약속을 주시는 분이십니다.(롬 8:19-23)
이렇듯 참된 생명은 삼위일체 하나님에게만 있습니다. 따라서 "생명의 종교"로서의 기독교는 이 세상에서 생명에 대한 깊은 관심과 배려와 노력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생명의 존중과 회복이야말로 하나님의 뜻이며 교회와 신학의 과제입니다. 기독교 신학은 환경 오염에 따른 생태계의 위기 및 생명을 경시하는 파괴적이고 폭력적인 문화를 향해 예언적인 성찰의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생명신학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이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생명신학협의회가 논문집 『오늘의 생명신학 제1집』을 발행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뻐하며 축하합니다. 본 논문집은 "생명신학의 이해", "생명과 평화", "죽음과 생명", "한국의 생명신학" 등의 매우 시의적절한 주제로 국내외의 저명한 신학자들이 여러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서 발표한 수준 높은 옥고들을 담고 있으며, 그동안 생명신학협의회를 통해 다루어졌던 문제들에 관한 연구 결과들을 망라하고 있습니다.
본 논문집을 통해 한국 신학계와 교계가 하나님께서 주신 생명의 의미와 가치를 더욱 깊이 있고 진지하게 되새겨 보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소망합니다. 아울러 이를 통해 한국교회가 기독교적인 생명 사상을 더욱 발전시켜 나가게 되기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