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총무 김종생 목사)는 18일 ‘2023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성탄절 메시지’를 발표했다.
NCCK는 “우리가 살아가는 공동의 집인 지구촌은 다양한 위기를 심하게 앓고 있다. 자연생태계 파괴로 인한 기후위기 상황 속에서 미-중의 헤게모니 갈등과 신냉전 질서의 구축,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그리고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더욱 염려되는 남북관계의 대치 전선, 반복되는 사회적 참사와 노동현장의 산업재해로 인한 사회 안전의 불안함, 우리 사회 곳곳에 나타나고 있는 초갈등 국면은 미래에 대한 절망의 그늘을 더 짙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점점 더 삭막해지고 서로를 받아들이고 포용하는 품은 좁아지고 있다. ‘나와 다른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고 극과 극으로 달려가며, 서로 대립하고 대치하고 배척하는 분위기가 만연하고 있음을 사회 여러 분야에서 보게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성탄의 기쁜 소식은 교회를 통해 전해오는 우리 삶의 보화이지만 여전히 세상에는 평화롭지 못한 암울한 소식이 가득하다. 감염병과 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는 더 어려워지고, 겨울은 가난한 이들에게 더욱 혹독하다”며 “1주기를 지낸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10주기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참사 유가족들은 여전히 거리에서 한스러운 삶을 지내고 있고, 노동의 자리에서 밀려난 이들의 가슴 저린 소식은 늘어만 간다”고 했다.
이 단체는 “이러한 시기이기에 성탄절의 의미는 더욱 크다고 하겠다. 우리 주님은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오시어 다양한 현장을 찾아 고치시고 회복시켜주시며 사회통합을 도모하셨다”며 “병자를 치유하고 귀신들린 이에게서 귀신을 쫓아내시고 제사장에게 보여 다시 공동체에 소속되게 하셨다. 그러면서 한결같이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며 상대를 대상화하시지 않고 주체로 세우셨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교회와 사회에서 발견하는 제반 문제들을 자신의 문제로 여기기보다, 남의 문제로 치부하고 유체이탈의 방식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고 심판할 때가 많다”며 “주님의 오심을 기뻐하는 교회조차도 약자와 소수자들보다는 우리 사회의 주류에 서기를 원하고, 교회 자체의 문제들에 매몰돼 사회를 향해 예언자적인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NCCK는 “지식인들이 범하는 대표적인 오류는 대체로 충고, 조언, 평가, 판단으로 견인하고 계도 하려는 습관이다. 그렇지만 성인은 물론 어린이조차 그러한 너무나도 자명한 지적과 가르침에 귀 기울이지 않다. 따라서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일들에 대하여 나만이 답을 알고 있는 것처럼 오만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가 알고 있는 문제의 해결방안이 정답이 될 수 없음을 우리는 그동안의 경험에서 잘 알고 있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확신하고 있는 모범 답안 같은 말들이 우리 사회에 별반 도움이 되지 않음을 절감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 주님은 말이 아니라 몸으로 성육신하신 것”이라며 “그것도 성인예수가 아니라 성장의 진통과 투자해야 할 시간이 필요한 아기예수로 문제 많은 세상에 오신 것이다. 영혼 없는 답안을 되풀이하기보다 몸의 언어로 내려오고 낮아지고 작아지는 데에 그 ‘길’이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하나님께서 지름길이 아니라 아기 예수와 십자가라는 좁은 길을 구원의 길로 내신 것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깊이 성찰해야 할 대목”이라며 “우리가 얻은 구원은 값싼 구원이 아니다. 하나님께서 몸소 먼저 자녀를 대신 내주는 가슴 아픈 경험을 하신 것이다. 그 대속의 길이 바로 우리 모두를 위로와 구원으로 인도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했다.
NCCK는 “아기 예수님의 성탄을 함께 축하하며, 복음의 기쁨으로 이 어려운 위기상황을 잘 이겨 내어 친교로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어 가도록 노력하자”며 “아기 예수님의 오심이 문제 많은 우리들에게 희망이 되고 다시금 은혜 안에서 새롭게 출발하는 계기가 되도록 같이 손을 잡고 일어나기를 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