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아말렉에 비유한 이스라엘 총리 “그들의 만행 기억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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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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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엑스(구 트위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하마스와의 전쟁에 관한 연설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고대 적군인 ‘아말렉’을 언급하며 타협 없는 지상전을 예고했다.

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는 지난달 28일(현지 시간) 이스라엘 수도 텔아비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공습 개시를 발표하며, 목표가 “하마스의 군사력과 지배 능력을 파괴하고 인질들을 본국으로 소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네타냐후는 정부의 전쟁 및 안보 내각이 만장일치로 가자지구에 대한 지상전을 결정했다며, 다가올 국면이 “이스라엘 국가의 운명을 결정지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대국민 연설에서 전도서 3장을 인용, “성경은 평화할 때가 있고 전쟁할 때가 있다고 말한다. 지금은 전쟁의 때”라고 말했다. 성경에 나오는 고대 민족인 아말렉(Amalek)은 이스라엘 남쪽 주변 국가에 살면서 이스라엘 민족의 오랜 대적 중 하나였다.

또한 신명기 25장 17절의 “너희가 애굽에서 나오는 길에 아말렉이 네게 행한 일을 기억하라”는 구절을 재차 말하며 “아말렉이 여러분께 한 일을 기억하라”고 당부했다.

야곱의 쌍둥이 형제인 에서의 13번째 아들 아말렉과 그의 후손들은 성경에서 이스라엘 민족의 오랜 경쟁자로 그려져 있다. 2021년 일부 군사 분석가들은 이집트에서 이슬람 국가(IS) 테러 집단과의 전쟁이 이스라엘과 아말렉 사이의 고대 성서적 대립을 재연한 것으로 추측했다.

아말렉은 또한 여호수아가 이끄는 이스라엘 군대를 습격함으로써 출애굽기 17장에 등장한다. 당시 이스라엘 지도자인 모세와 아론과 훌은 근처 언덕에 서서 전쟁을 지켜 보았고, 모세가 팔을 들 때 이스라엘 백성이 우세하지만, 팔을 내리면 아말렉이 이긴다는 사실을 나타냈다.

사무엘상 15장 3절은 하나님이 선지자 사무엘을 통해 사울 왕에게 “지금 가서 아말렉을 쳐서 그들의 모든 소유를 남기지 말고 진멸하되 남녀와 소아와 젖먹는 아이와 우양과 약대와 나귀를 죽이라 하였나이다”라는 지시가 담겨 있다.

지난주 네타냐후 총리는 하마스에 대한 공습을 이사야 예언의 실현에 비유했다. 그는 28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제 우리의 정의에 대한 깊은 믿음, 유대 민족의 영원성에 대한 깊은 신념을 바탕으로,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함께 모여 공동의 힘으로 승리를 거둘 때"라고 했다.

또 그는 이사야 60장 18절을 의역하여 “우리는 이사야의 예언을 깨닫게 될 것이다. 여러분의 국경에는 더 이상 도둑이 없을 것이며, 여러분의 성벽은 영광이 될 것이다. 우리는 함께 싸우고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군은 31일 북부 가자지구의 지하시설을 공격하고, 하마스 무장세력과 전투를 벌였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이번 공습은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에서 1400명 이상의 민간인을 학살한 하마스에 대한 보복 공격이다.

하마스가 운영하는 팔레스타인 보건부는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 이후, 가자지구에서 8300명이 사망하고, 그중 약 3000명이 미성년자이며, 부상자는 2만 1000명이라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이 통계 수치는 부대원과 민간인을 구분하지 않았다.

유엔은 가자지구에서 약 140만 명에 달하는 주민들이 집을 떠난 것으로 추산한다. 유엔의 휴전 요구에도 불구하고 네타냐후 총리는 30일 밤 성명에서 휴전 요구가 “이스라엘에게 테러에 항복하라는 요구와 같다”고 반박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휴전과 관련해 이스라엘의 입장을 분명히 하고 싶다”며 “미국이 진주만 폭격이나 9·11 테러 이후 휴전에 동의하지 않은 것처럼, 이스라엘도 하마스와의 적대 행위 중단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10월 7일의 끔찍한 공격 이후, 이스라엘은 하마스에 항복하고, 테러리즘에 굴복하고, 야만에 굴종하라는 휴전 요구를 받고 있다”며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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