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주의, 종교개혁 핵심 사상 표현하는 대표 용어
복음주의 4인방, 선한 영향 끼쳤지만 계승되지 못해
한국교회, 복음의 정신에서 점차 더 멀어져 가는 듯
지도자들이 영적으로 깨어 교회와 나라 회복시켜야
기독교 영성·문화단체인 ‘아회 <그리운 나무그늘>’이 오는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한국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계승’이라는 주제로 모임을 갖는다. 이 모임을 주도하고 있는 이는 고신대 총장을 지낸 전광식 교수다. 기독일보는 전 교수에게서 이 모임에 대한 자세한 취지 등을 들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
-‘한국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계승’이라는 주제의 모임을 계획하게 된 취지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오늘날 세속화 및 교권화 같은 혼란스러운 한국교회의 모습, 그리고 성장이 정체되고 다양한 내외적 도전들 앞에서 무기력해진 목회현장을 목도하면서 성경적 관점과 복음주의적 전통을 회복할 필요성을 느꼈습니다.
이 와중에 보수교단들은 너무 자기 울타리를 강하게 치므로 자신들의 영향력을 축소해버린 반면, 대중들의 심리에 영합한 설교자들과 신학적 정체성이 모호한 방송스타들이 신자들의 시선을 강탈하고, 가일층 정치화된 극렬인사들이 한국교회와 나라를 시끄럽게 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목회자들을 위한 무슨 세미나가 열린다면 시대의 흐름에 따른 대응에 해당하는 지엽적 주제로 열리곤 해왔는데, 이에 이 모임을 통해 거대담론인 ‘복음’과 ‘복음주의’의 문제를 다시 끄집어 내어 우리가 붙들어야 할 핵심주제를 다루어 보는 게 시급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이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계승’은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는, 말하자면 목회와 사역의 본질을 회복하기 위한 프로그램입니다.
지난날 복음주의 운동을 하시던 생존해 계신 대표적인 지도자들, 그리고 오늘날 한국교회의 복음주의 진영에 속한 몇몇 지도자들이 함께 이 모임을 시작하게 된 것입니다. 이것은 어느 한 개교회가 하기보다 어떤 연합적 성격이 좋다고 판단하여 이분들이 다 속해있는 아회 <그리운 나무그늘>이 주관하게 되었습니다.”
-이 모임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주제의 내용들이 나누어질 예정인가요?
“2박 3일간의 행사는 크게 말씀과 찬양으로 이뤄지는데, 말씀집회에 앞서 찬양집회를 두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말씀은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계승’이라는 취지에 맞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홍정길 목사님은 ‘오직 말씀’이라는 제목으로 복음주의의 사명을, 이동원 목사님은 천로역정을 주제로 복음주의 영성을, 오정현 목사님은 목자의 심정을 중심으로 복음주의 사역을, 이규현 목사님은 설교의 고민을 두고 복음주의 설교를, 그리고 저는 ‘21세기 참목자상’이라는 제목으로 복음주의 목회자에 대해 말씀을 전합니다. 그리고 말씀집회 이후에 강사님들과의 대화시간을 통해 인격적 교제의 시간도 가지려고 합니다
각 집회에 앞선 찬양시간에는 윤형주 장로님, 지선 전도사님, 정계은 교수님이 찬양, 간증, 뮤지컬 등 여러 다른 형식으로 참석자들에게 아름다운 정서적 힐링을 줄 것입니다.
이것에 덧붙여 참석자 전원이 필그림하우스 경내에 꾸며진 천로역정 투어를 할 예정이고, 참석자들 간에 기독교 도서 교환같은 재미있는 시간도 가지려고 합니다. 전체적으로 말씀과 찬양을 통한 영적 충전과 힐링의 시간이 될 것입니다.”
-‘복음주의’란 무엇이며, 이것이 한국교회에 어떤 영향을 끼쳤다고 보십니까?
“‘복음주의’에 대한 정의는 조금씩 다를 수 있지만, 역사적으로는 종교개혁 운동의 핵심 사상을 표현하는 대표적 용어로 볼 수 있고, 내용적으로는 성경영감설, 하나님의 예정과 주권, 예수 그리스도의 유일성, 종말과 천국에 대한 성경의 가르침을 철저히 따르고, 복음전도와 선교의 사명을 감당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최종 목표로 삼는 개신교의 입장을 뜻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신학적으로는 자유주의 신학과 반립의 위치에 있고, 한국교회의 통상적 이해에 따른 네덜란드식의 개혁주의 보다는 넓은 개념으로 보수적인 한국 개신교의 대부분 교파를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1970~2000년대에 한국교회에는 소위 ‘복음주의 4인방’이라고 지칭되었던 지도자들이 있었습니다. 이들은 현장 목회를 모범적으로 했을 뿐만 아니라, 강력한 말씀, 대학생 및 청년훈련, 해외유학생들을 위한 코스타(KOSTA), 북한을 돕는 남북나눔운동, 장애인 및 연예인 특수사역, 다양한 기독교문화 사역, 한미준을 통한 신학생 교육 등등의 폭넓은 사역들을 통해 한국교회는 물론 세계교회에까지 큰 선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하지만 21세기에 접어들어 이런 전통과 영향력은 계승되지 못하고, ‘복음주의’라는 용어는 교회나 목회자들을 비판하는 데에만 주력해온 소위 복음주의 좌파권의 전유물이 되는 듯 보입다. 이에 이런 모임을 통해 이런 부정적 이미지를 극복하고 빼앗긴 용어를 다시 찾고 건전한 한국교파들을 연결시키면서 영향력을 넓히는 의미가 있습니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복음주의에서 멀어졌다고 생각하시나요?
“과거의 어떤 서양신학자는 교회의 역사와 신학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가르친 복음에서 점차 멀어졌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의 견해에 다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교회가 복음주의, 즉 복음의 정신에서 점차 더 멀어져 가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그것은 먼저 한국교회의 세속화 현상과 영적 관심의 퇴화에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세속화는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먼저 교단들마다 교권의 폐해가 심각하고, 일부 목회자들은 정치적 이데올로기에 너무 경도되어 성도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으며, 대체적으로 과거에 비해 기도의 영성이 부족하고 말씀도 영혼의 환부를 도려낼 정도의 예리함과 무게감도 떨어집니다.
특히 어떤 이들은 목회를 사명과 열정으로 하기보다 매너리즘에 빠져서 하고, 시대가 주는 세상의 재미와 쾌락에 몰입하고 있는 듯 보입니다. 그 결과로 자연히 과거 한국교회를 부흥케 했던 회개운동, 전도, 성령충만에 대해 관심이 적습니다. 무엇보다 학원복음화, 민족복음화에 대한 비전도 없습니다.”
-그 회복 방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마디로 지도자들이 영적으로 깨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회복방안입니다. 그러면 교회도 교단들도 달라질 것입니다. 이에 이런 지도자들의 영적 각성과 복음의 정신으로의 회복을 위한 일환으로 이 모임을 하게되었고, 참석자들도 담임목회자로 한정하게 되었습니다.
당연히 이 모임이 유일한 답은 아니겠지만, 이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회복을 위한 취지로 만든 모임이므로 이 모임의 활성화는 매우 의의가 있을 것으로 봅니다.
복음의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영적으로 깨어있는 지도자들이 많이 나와야 합니다. 바울은 혼자서 로마를 감당했는데, 살아있는 소수의 영적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를 근본에서 바꿀 수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날 이렇게 많은 설교자, 목회자들이 있음에도 민족복음화는 커녕, 동성애같은 세상의 죄악화를 막을 힘조차 부족합니다.
우리 모두가 이런 집회 등을 통해 다시 한 번 복음과 그 정신으로 돌아가 목회자들의 회복, 교회의 회복, 이 나라와 이 민족의 회복을 이룩한다면 얼마나 기쁜 일일까요? 저는 그게 이런 작은 모임부터 잘 하면 가능하다고 봅니다.”
-이번 모임을 주최하는 ‘아회 <그리운 나무그늘>’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한국사회 및 교계에서 처음으로 소개되는 아회(雅會)는 본래 조선시대 마음이 맞는 선비들이 모여 음차를 하고 시문을 주고받으며 교제하던 친목모임이었는데, 이것을 기독교 신앙에 기초하여 이 시대에 살린 독특한 모임입니다.
이 ‘아회 <그리운 나무그늘>’에는 신분, 지위, 연령, 활동 등 모든 경계를 뛰어넘어 하나님을 사랑하고 신앙과 삶, 예술과 문화 등을 향유하며, 시대의 문제들을 영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이 참여하고 있는데, 교계 지도자로는 홍정길·이동원·오정현·이규현 목사 등, 예술문화사회계에서는 박부원 왕실명장, 박이도 시인, 윤형주 장로, 안창호 재판관, 단혜향 교장, 찬양사역자 지선, 김윤진 간사 등이 참여하고 있고, 대표는 제가 맡고 있습니다.
아회는 매년 정기모임 외에 이런 복음주의 목회 프로그램, 예술문화 프로그램, 휴식 및 치유 프로그램, 국제봉사 프로그램, 차세대 교육 프로그램, 시대의 문제들에 대한 성경적 해답을 제시하는 글로벌 나침반 활동 등 다양한 활동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번 집회의 모든 강사님들은 다 이 아회 소속이기도 합니다.”
-끝으로 꼭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립니다.
“행사가 열리는 시점은 성탄과 연말연초를 앞둔 때라 사실 교회나 담임목회자들은 1년중 가장 분주할 시기입니다. 그러나 이럴수록 행사만 준비하다가 정신없이 보내지 않고, 이 모임에 오셔서 우리 사역의 핵심주제인 예수님의 탄생을 깊이 묵상하면서 한해를 돌아보고 또 다가올 새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지는게 매우 의미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과거나 현재 한국교회 복음주의권의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계시는 강사님들이 같이 협력하여 집회를 하는 건 매우 드문 기회이고, 게다가 본인들의 목회의 핵심을 나누기에 많은 유익이 되리라고 확신합니다. ”
오는 12월 18일부터 20일까지 경기도 가평 필그림하우스에서 열리는 ‘한국 복음주의 목회의 세대계승’ 모임의 참석 정원은 120명이다. 신청 문의는 bokmokse@gmail.com이나 010-2197-1702(최명주 간사)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