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 공감으로 치유”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최근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소모임 개최
유가족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재)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최근 서울시청에서 코로나19로 잠정 중단됐던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4년 만에 재개했다.

이날 소모임 참석을 위해 강원도 원주에서 서울을 찾은 김기성 씨(남, 65세)는 지난 2012년, 당시 19살이던 아들을 ‘뇌사’로 떠나보냈다. 2010년 직장을 퇴직하고 가족들과 함께 강원도 원주로 귀농해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김 씨. 당시 2월 말, 김 씨 부부가 집을 비운 사이 탄휘 군이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뒤늦게 병원으로 이송된 탄휘 군은 끝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뇌사를 판정받았다. 그리고 당시 열아홉 소년 탄휘 군은 간과 각막을 기증했다.

김씨 부부는 “차디찬 무덤에 탄휘를 묻고 싶지 않았다. 아들의 생명이 누군가에게로 이어져 삶이 멈추지 않기를 바랐다”고 했다. 이후 힘든 시간을 보내던 이들 부부는 2014년, 강원도 영월에서 진행된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찾고 비로소 진정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김기성 씨 부부는 최근 열린 소모임에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30여 명과 사별의 감정을 나눴다. 김 씨는 “도너패밀리라는 울타리 안에서 모처럼 마음의 안정감을 느꼈다”며 “누군가의 삶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을 탄휘가 오늘따라 더 가까이 느껴진다”고 했다.

이어진 특강 ‘Never Ending Story’에서는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을 위한 맞춤형 심리 치료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두 시간가량 진행된 이번 특강은 그림 그리기, 클레이 아트 등을 통해 가족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풀어낼 마음 챙김법 및 사별의 상실감을 줄이는 긍정 감각 깨우기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특강을 진행한 CCC순상담센터 이혜란 센터장은 “뇌사 장기기증 유가족이라는 특수성을 가진 도너패밀리들은 서로의 존재만으로도 큰 위로를 받는다”며 “유가족들이 건강한 애도 과정을 통해 생명나눔의 자긍심을 거름 삼아 행복한 미래로 나아갈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본부 김동엽 상임이사는 “도너패밀리간의 지속적인 교류로 맺어진 깊은 유대감은 서로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됐다”며 “도너패밀리 소모임을 확대해 세상 밖으로 나오지 못했던 유가족들이 상실의 아픔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라고 전했다.

한편, 본부는 2013년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모임인 도너패밀리를 발족하고, 지역별 소모임, 이식인과의 1박 2일 캠프, 1일 추모공원, 기증인 초상화 전시회 등의 예우 프로그램과 뇌사 장기기증인 유자녀를 위한 장학회를 운영하는 등 도너패밀리를 지원하는 사업을 활발히 지원해 왔다. 특별히 오는 10월 21일부터는 본부가 CCC 순상담센터와 손잡고 개발한 뇌사 장기기증인 유가족 심리지원 프로그램을 8주간 진행할 예정이다.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