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중독재활시설인 경기도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 센터장 임상현 목사)가 지역 사회로부터의 이전 요구를 이기지 못해 결국 건물 퇴거 사태를 맞았다. 경기도 다르크 및 인천참사랑병원, 한국중독전문가협회, 한국중독정신의학회 등 다수 참여기관은 27일 서울 종로구 소재 한국기독교회관에서 마약중독 재활시설에 대한 정부 지원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따르면, 경기도 다르크는 올해 3월 노인요양시설로 사용하던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 소재 한 건물로 이전하자 남양주시 지역 사회로부터 ‘혐오시설’로 낙인찍히면서 거센 이전 요구를 받았다. 센터 장소로부터 반경 500m 내 중고등학교가 있어 학부모와 맘카페 등 지역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다수 민원이 제기됐다.
현재 법령상 마약중독재활센터는 교육환경보호구역 내 금지시설로 분류되지 않는다. 그러나 남양주시는 경기도 다르크에 퇴거명령을 내렸다. 정신건강복지법상 중독재활시설로 분류된 경기도 다르크가 예산문제 등 관련 규정에 따른 신고를 당국에 하지 못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신고에 따라 인력 채용 등 내부 규정을 충족해야 하는데 이를 조달할 재원이 부족했다는 게 다르크 측 주장이다. 당국으로부터 지난달 24일 시설 퇴거 명령을 받은 다르크는 지난달 말 이후 건물을 비운 상황이다. 또 다르크는 시설등록규정을 갖춰 관계 당국에 등록신고를 했음에도 지난 12일 시설등록불가 처분을 받았다. 경기도 다르크는 2019년 설립 이후 마약중독으로 입소한 90명 가운데 60명의 단약을 도운 시설이다.
기자회견 주최 측은 이번 경기도 다르크 퇴거 사태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가 정작 마약재활치료사업에 대한 지원이 미진함을 드러내는 한 단면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다르크센터·마약재활치료전문병원 확충 등 정부의 관련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한국중독정신의학회 이사장 이해국 교수(가톨릭의과대학 정신의학과)는 “지난 5년 사이 마약사범의 숫자는 1만명에서 2만명 수준으로 2배로 늘고, 10대 마약사범은 4배, 20대는 3배가 증가했다”며 “그러나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여전히 40%를 육박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강력한 단속과 처벌을 시도했던 나라들이 결국 마약문제를 해결할 유일한 방도는 치료와 재활에 있다며 이에 대한 투자에 앞장서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는 현장에서 마약문제를 범죄로 보고 단속과 처벌 위주의 접근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 교수는 “경기도 다르크 센터는 지역 이기주의로 인해 혐오시설로 몰려 보금자리를 잃게 될 위기를 맞았고, 마약중독자를 치료하는 민간병원들은 경영난에 내몰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현재 정부의 대책으론 40%에 육박하는 재발률을 줄일 수 없다”며 “중독과정에서 경제적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이는 마약중독자들이 외래치료와 병행해, 집중적 재활상담 및 생활관리 등 다양한 수준의 재활시설 확대를 위한 보건복지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 대책이 요구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중단 위기를 맞고 있는 경기도 다르크의 정상화를 위해 우리 사회의 관심과 지원을 촉구하는 바”라고 했다.
경기도 다르크 센터장 임상현 목사는 “약물 중독자들은 정신병원 등 치료시설에서 약물 디톡스(Detox) 과정을 거쳐도 사회 부적응 문제로 약물 재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혼자 힘으로 약물을 끊을 수 없고, 교도소 출소자의 80% 이상은 마약재범자가 된다”고 했다.
이어 “다르크 센터는 회복경험 공유 등 탈마약중독자의 지도아래 중독자들이 24시간 공동생활을 하고 있다”며 “이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단약교육 및 직업재활, 사회 복귀까지 전인격적 변화를 이뤄내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르크는 병원 치료를 받은 이들이 사회나 가정으로 복귀하도록 돕는 장소로 재발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며 “그러나 연간 마약재활치료비용으로 5명당 1억 2천만원이 소요되는데도,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액수는 없었고, 민간 스스로가 운영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임 목사는 “그런데도 오히려 지역사회는 경기도 다르크 시설을 혐오시설로 낙인찍어 현재 건물에서 쫓겨난 상태”라며 “최근 벌어진 일로 인해 다르크 입소자 16명 중 불안을 호소한 2명이 단약에 성공하지 못한 채 자진 퇴소 신청을 했고, 마약재범으로 인해 현재 교소도에 수감 중”이라고 전했다.
임상현 목사는 “시설이 학교 옆에 위치해 있다는 이유로 (남양주시의) 퇴거명령이 내려졌다. 이후 민원이 발생하지 않을 장소로 이전하길 원한다”
또 “4년 이상 운영하면서 정부 예산을 한 번도 받은 적이 없다. 다르크 센터 운영을 위해선 예산이 필요하다”며 “중독재활시설 운영을 위해선 1년간 예산지원없이 운영 후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지난 4년간 운영했던 내용을 소급해 승인해달라”고 했다.
을지대학교 중독재활복지학과 김영호 교수는 “정부가 최근 마약류대책협의회 관련 예산을 2.5배 증액했다고 하나, 전체 예산의 절반 이상은 마약중독자에 대한 처벌과 구속을 위한 정책”이라며 “마약중독자를 건지려면 정신병원 등 마약류해독센터 및 사회 복귀를 위한 다르크 센터 확충에 관련 예산을 확대해야 한다”고 했다.
국립법무병원 조성남 원장은 “현재 일본 전역 90여개 정도 분포한 다르크센터는 지금까지 마약중독자 2000여명의 단약을 도왔다”며 “일본 법원도 마약사범자의 절반 이상을 다르크에 공식 의뢰해, 마약중독재활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경기도 다르크 사태는 대한민국 마약중독재활 치료의 ‘성공 혹은 실패’의 기로가 될 수 있다”며 “마약중독 문제는 질환으로 처벌이 아닌 치료를 통해 해결될 수 있다. 다르크 등 마약중독 재활시설이 확충되도록 관련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경기도다르크입소자 전원도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경기도 다르크 입소자들은 남양주시 행정처분으로 공동생활이 힘들어졌고, 다시금 약물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라며 “다르크는 범죄자들을 가둬두는 교도소나 단순히 약물치료를 통해 단약을 이끌어내는 병원이 아니”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들은 경기도 다르크 안에서 매일 성경말씀을 읽고 신앙심을 키워 영적회복을 통해 단약의지를 다른 약물 의존자들과 나눔으로써 약물로부터 오는 유혹을 이겨내기 위한 근본적 힘을 기르고 있다”고 했다.
이들은 “만일 경기도 다르크가 없었다면 마약 재범으로 인해 사회적 문제를 일으켜 교소도에 가거나, 정신병원에 입원해있거나 결국엔 죽음에 이르렀을 것”이라며 “우리를 범죄자로 바라보기만 할 것이 아닌 치유가 필요한 사회 구성원으로 봐달라. 경기도 다르크는 마약 단약을 원하는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한 시설”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