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은 가장 많은 미군이 피를 흘린 전쟁 중 하나다. 3년간 벌어진 한국전에서 목숨을 잃은 미군 병사 수는 3만명으로 10년간 계속된 베트남전쟁에 비해 그 수가 많다. 그러나 1953년 휴전협정이 체결되고 집으로 돌아온 우린 이내 잊혀졌다."
63년 전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한 미국인 용사의 말이다. 미국에서 한국전쟁은 흔히 '잊혀진 전쟁'으로 불리지만, 13일 LA 한인타운의 필그림루터교회에서는 어느덧 팔순이 훌쩍 넘은 미국인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초청해 이들의 희생을 기리고 위로하는 행사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이날 행사는 방주교회(김영규 담임목사)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미국인 참전용사와 가족 일행 23명을 초청한 가운데, 독거노인들과 함께 하는 '사랑의 무료 점심식사'로 치러졌다. 남가주 경기고동문회를 비롯 국제문화연합회, 미주 3.1여성동지회가 후원하고 한미은행 자원봉사팀이 동참하는 등 훈훈한 인정을 꽃피웠다. 행사는 한미 양국의 국가 제창에 이어, 한국의 전통 화관무와 소고춤을 비롯해 최금옥 여사의 맛깔쓰러운 전통 춤사위 무대가 잇달아 펼쳐졌고, 참석한 참전용사 11명을 대상으로 감사패 및 선물 전달식 순으로 진행됐다.
한 참전용사는 "미국인으로서 자유를 위해, 한국을 위해 싸웠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품고 살아왔다"면서 "전쟁터에서 맺은 끈끈한 전우애와 그 비극적 희생 모두를 지금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또 다른 한 참전용사는 "전쟁은 우리에게 실존 그 자체다.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마음 속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면서 "한국전 이후 한국이 엄청난 경제성장을 이뤄, 나뿐 아니라 젊은 나이에 목숨 바친 다른 많은 장병들도 함께 기뻐할 것 같다. 전쟁이 끝난지 반세기 가까이 흘렀는데도 우리를 잊지않고 이 같은 자리를 마련해줘서 고맙고 기쁘다"고 말했다.
남가주 경기고 동문회 김양기 회장은 "동문간 친목도모도 좋지만 커뮤니티 차원에서 한국전 참전용사들을 위로하기 위한 행사라 더욱 뜻깊고 보람을 느낀다"고 소감을 밝히면서 "이 행사를 계기로 '더불어 함께 사는 삶'을 확산시키는데 동문회가 앞장서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