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장로교총연합회(대표회장 정서영 목사)가 10일 오전 서울 연동교회 ‘가나의 집’에서 제15회 한국 장로교의 날 기념 장로교 미래포럼을 개최했다.
‘코로나19 이후 장로교 예배회복’이라는 주제로 열린 포럼에선 안교성 교수(장신대), 이승구 교수(합동신대), 정대운 목사(삼송제일교회)가 차례로 강연했다.
◆ “개혁교회는 원래 개혁하는 교회로 출발”
먼저 ‘개혁과 위기 극복: 개혁교회에서 개혁하는 교회로’라는 제목으로 강연한 안교성 교수는 “종교개혁 500주년 이후 그리고 최근 팬데믹 이후 한국 장로교회는 주로 회복 패러다임에서 뿌리 찾기와 역사 성찰에 노력을 많이 기울였다. 그런데 이제는 두 가지가 더 요청된다”며 “첫째, 한국 장로교회는 개혁교회가 ‘개혁된 교회’가 되기에 앞서서 먼저 ‘개혁하는 교회’였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즉 한국 장로교회는 ‘개혁된 교회’만이 아니라 ‘개혁하는 교회’라는 점에 더욱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며 “한국 장로교회는 이 시대에 무엇을 어떻게 개혁할 것인가를 명료화하는 작업부터 시작해야 한다. 즉 이 시대가 요청하는 개혁의 과제가 무엇이고, 그것을 성취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며, 그 방법을 실현할 수 있는 교회의 자원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둘째, 한국 장로교회는 ‘개혁하는 교회’를 ‘개혁된 교회’의 유산이란 맥락 속에서 평가할 필요가 있다. 종교개혁은 초대교회와 중세교회를 염두에 두고 개혁을 시도했다”며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는 초대교회, 중세교회, 종교개혁을 염두에 두고 개혁을 시도해야 한다. 즉 개혁교회는 개혁의 대상 가운데 개혁교회 자신을 포함시켜야 하고, 개혁의 방법에 미치는 개혁교회의 유산의 영향력을 고려해야 한다. 다시 말해, 개혁교회의 개혁은 자기 개혁에서 시작되고, 자기부정과 자기 초월에서 비롯된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의 현실은 처참하다. 한국 장로교회는 교회 내적인 자성의 수준을 넘어서, 사회의 지탄거리가 된 ‘맛을 잃은 소금'과 같은 처지가 되었다는 사실을 직면해야 한다”며 “그러나 개혁교회는 원래 개혁하는 교회로 출발했음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즉 위기가 개혁교회를 만들었다. 그렇다면 오늘날도 위기가 새로운 개혁교회를 만들 수 있고, 한국교회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종교개혁 당시 개신교가 근대사회의 도래라는 세계사적인 변화에 적극 응답함으로써 근대적 교회로 부상했듯이, 오늘날 한국 장로교회는 후기근대사회의 도래라는 거역할 수 없는 세계사적인 변화에 적극 응답함으로써 후기근대적 교회로 부상할 수 있다”고 했다.
◆ “하나님과 함께 생각하고 살 것이냐, 아니면…”
두 번째 강연자로 나선 이승구 교수는 ‘챗(Chat)GPT 시대에 설교와 예배에 대한 개혁신학적 제안’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교수는 “궁극적으로, 인공지능에게는 ‘영혼’이 있지 않다. 고도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특이점(singurality) 이상을 지나가 그들의 독특한 존재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표현될 수는 있지만, 그런다고 해도 인공지능은 전통적 의미의 영혼을 가지지 못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인공 지능은 결국 사물(thing, it)이고, 인간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물론 인간들이 잘 하지 않으면 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을 날이 곧 올 수 있다”며 “그 지배는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된다. 이전에 사람들이 하던 사소한 일을 하지 않고 인공지능에 의존하는 것으로부터(예를 들어 전화 번호 기억과 사용 등) 시작해서, 점점 더 많은 일들을 인공지능이 할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바로 여기서 우리는 생명 윤리적 사유를 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적 생명체는 아니다. 그러므로 인공지능은 생명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다”며 “사람이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생명 윤리적 판단도 사람이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따라서 사람이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러므로 윤리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인공지능을 과연 어디까지 발전시켜야 하는 지에 대해서 사람들이 미리 깊은 생각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인공지능 시대에도 우리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결국 살아계신 하나님께로 갈 수밖에 없다. 여기에 우리의 궁극적 ‘이것이냐 저것이냐(Either/Or)’가 있다”며 “살아계신 하나님과 함께 생각하고 살 것이냐, 아니면 점점 더 그것을 버려버릴 것이냐? 살아계신 하나님의 생각을 따라서 생각하며 사는 계시 의존 사색과 계시 의존적인 삶이냐, 아니면 인공지능을 극도로 발전시켜 결과적으로 그 지배를 받고, 그것과 함께 멸망할 것인가? 이 선택을 바르게 하지 않으면 우리들이 스스로 멸망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이 교수는 “성경의 가르침과 장로교 예배 모범을 돌아보면서 우리들의 예배에서 고쳐져야 할 문제들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을 아래와 같이 하기도 했다.
△그리스도의 공로와 십자가와 부활에 의존한 성령님 안에서의 예배라는 점이 확실히 인식되어야 한다.
△성경으로부터만 예배의 요소들을 이끌어 내어 예배하려는 진리 안에서의 예배, 이와 함께 성경의 충족성에 대한 분명한 천명, 즉 성경에 제시된 하나님의 전 경륜 이외에 그 어떤 것도 계시도 언급하거나 덧붙이지 않으려는 태도가 자명한 것으로 여겨지도록 해야 할 것이다.
△온 교회가 같이 드린다는 공동체 예배, 공예배 의식의 함양
△공예배 중에 구약과 신약의 말씀을 연속적으로 읽고 듣는 순서의 회복
△예배가 지나치게 의식화되는 일(ritualization)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치려고 하는 일
◆ “칼빈에게 있어서 교회의 표지들은…”
정 목사는 “칼빈에게 있어서 교회는 타락한 세상을 향한 하나님의 구속적인 목적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는 데 가장 중대한 것이었다. 칼빈은 죄인의 구원이 진공 상태에서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시적 교회 안에서 혹독한 훈련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임을 믿었다”고 했다.
그는 “그래서 후대 학자들은 ‘칼빈이 종교개혁을 이전 시대에는 완전히 억압된 채 발견되지 않았던 참된 보편적 교회의 부흥으로 보았다’는 사실에 주목한다”며 “칼빈에게 있어서 교회의 표지들은 ‘하나님의 말씀이 순결하게 선포되고 그 말씀을 들으며, 그리스도께서 정하신 규례를 따라서 성례가 시행되는 곳, 그리고 권징이 적절히 시행되는 곳은 어디든지 하나님의 교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의심해서는 안 될 것이다’”라고 했다.
포럼에 앞서 김보현 목사(예장 통합 사무총장, 한장총 장로교발전위원장)의 인도로 드린 예배에선 표성철 목사(예장 고려 총무, 대구광명교회 담임)가 ‘질그릇의 보배’(고린도후서 4:7~10)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