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청소년사역 컨퍼런스가 서울 용산구 소재 신용산교회(담임 오원석 목사)에서 3일부터 5일까지 열린 가운데, 5일 마지막 날 박현동 목사(십대지기 드림마을 운영)와 이수인 교수(아신대학교)가 발제했다. 월드비전, 목회데이터연구소, CTS다음세대운동본부가 주최했다.
먼저 가출 청소년 상담 사역을 오랫동안 맡은 박현동 목사가 ‘청소년과 사회’라는 제목으로 발제했다. 박 목사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2019년 당시 가출 청소년을 약 20만 명, 현장 상담가들은 약 10만 명으로 추산했다. 이 가운데 집으로 돌아가는 가출 청소년들은 전체 가출 청소년의 약 90%, 나머지 10%인 1만여 명의 가출 청소년들은 길거리를 방황한다. 주로 무인편의점, 장례식장, 아파트 보일러실 등을 전전한다고 한다.
대한민국 정부도 청소년 가출을 예방하고자 상담소인 ‘이동 쉼터’ 운영을 독려하며 지원하고 있다. ‘이동 쉼터’는 가출 청소년들이 쉽게 찾아오도록 인근에서 상주하면서, 각종 상담·식음료·의료서비스·놀이 등을 제공해 가출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자 마련됐다.
박현동 목사도 경기도 의정부시에서 버스를 개조해 만든 이동쉼터 ‘포텐’을 운영하고 있다. 박 목사는 “가출 청소년에 대한 낙인찍기를 자제하고, 이들이 가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박 목사로부터 자문을 받은 한 목사는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중고등학교 앞에서 청소년 아이들에게 라면을 끓여주는 사역인 ‘10대 라면’을 하고 있다고 한다. 박현동 목사는 “50명 선착순으로 청소년들에게 컵라면을 제공하면서 이들과 얘기를 나누고 그들의 고민을 듣는 사역”이라고 소개했다. 이 사역은 전국 각지로 현재 400여 개가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박현동 목사는 청소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경청하고 공감하는 ‘좋은 어른, 찾아가기 쉬운 만만한 어른’을 원한다고 했다. 박 목사는 “청소년 아이들은 좋은 사람에게 올인한다. 그리고 그 사람의 종교가 기독교라면 아이들의 첫 종교는 기독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포텐’ ‘10대 라면’ 등도 좋고 만만한 어른이 청소년들과 접촉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 접촉점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는 “청소년들 중 열등감에 시달리는 이들이 상당수”라며 “그들은 자신의 친구들에게 ‘내 외모가 어때?’라고 항상 묻는다. 이런 과정을 통해 수없이 열등감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어)에 시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에서 다음세대 위기가 논의된다. 그러나 교회가 문을 닫고 청소년들에게 찾아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기는 것”이라며 “교회가 문을 열고 열등감 등 각종 고민에 시달리는 청소년들에게 적극 다가서자”고 했다.
이어진 발제에서 이수인 교수(아신대)는 ‘청소년과 미디어’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미디어 사용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는 과식이 아니라 편식의 문제”라며 “만 17세까지 아이들이 가르침을 받는 출처는 시간의 양 순서대로 미디어 (6만 3천 시간), 학교(1만 1천 시간), 부모·교회(2천 8백 시간)”라고 했다.
그는 “교회의 청소년 미디어 교육은 주로 대중문화를 죄악시하며 미디어 절제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도 과거 제기됐다”라며 “그러나 아이들의 미디어 사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미디어 절제보다 미디어를 어떻게 선용할지가 중요하다”고 했다.
특히 “미디어 중독은 증상이지 원인이 아니다. 오직 하나님과의 교제와 연합을 통해 채울 수 있는 내면을 하나님이 아닌 다른 것을 통해 채우려 한다면 공허에 시달린다”며 “때문에 중독은 관계의 문제”라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들이 게임중독에 빠지는 이유는 그들이 성취감을 얻고자 함이다. 현실에서 성취감을 얻는 것이 어렵기 때문에 손쉽게 성취감을 얻는 게임에 빠지는 것”이라며 “그러나 진정한 성취와 만족, 안식은 오직 하나님과의 교제에서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이수인 교수는 “중독 문제의 해결책은 하나님과의 관계 회복이지만 우리 사역자나 성인들도 어려운 문제인데, 청소년들에게 과연 쉬울까”라며 “중독은 비우는 게 답이 아니다. 좋은 것으로 채워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마태복음 12장 43-45절을 예로 들며 “중독자들은 중독을 끊는 과정에서 다른 중독에 빠지는 경우도 있다”며 “우리 마음에 빈 공간이 있다면 다른 것으로 채우려는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교수는 “우리 어머니는 일일드라마를 즐겨 보신다. 그런데 나와 내 아들이 당신을 찾아가 함께 보드 게임을 하니, 일일드라마 보는 것을 자연스레 잊게 된다고 말씀하셨다”라며 “이처럼 청소년들에게 단순히 미디어를 절제하라는 얘기는 중독 해결의 온전한 답이 아니다. 현실적인 해결책은 단순한 미디어 절제보다, 좋은 미디어로 채우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쁜 미디어 중독을 해결하기 위해 대체할 좋은 미디어로 ▲책 ▲다양한 활동 ▲교사를 제시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8명과 함께 매주 화요일마다 8주 과정으로 책 모임을 시작했다. 이 모임은 청소년들과 읽을 책을 놓고 얘기를 나눈다”며 “이 모임을 통해 청소년들은 1주일에 책 한권 씩 본다. 아이들에게 나타난 변화는 책을 보려 미디어 시간을 자연스레 줄이기 시작한 것”이라고 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책모임에 참여하는 중2 남학생은 “일주일 중 제일 기다리는 시간”이라고 했고, 중1 여학생은 “평생 하고 싶다”고 했다.
이수인 교수는 향후 책모임을 다양한 활동과 결합시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는 “다양한 활동도 미디어”라며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고 각자 배역을 맡아 연극을 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특히 “교사가 좋은 미디어”라며 “앞서 말했던 것처럼, 중독의 문제는 관계의 문제다. 게임중독에 빠진 청소년들은 부모의 맞벌이나 관계가 좋지 않은 등의 문제로 부모님과의 관계가 좋지 않아 게임중독에 빠지는 것”이라고 했다.
때문에 “우리 청소년 사역자들이 청소년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그들의 눈높이에 맞춰 좋은 상담가가 되어 준다면, 청소년 아이들은 중독에 빠지지 않을 수 있다”며 “특히 우리의 말과 행동을 청소년 아이들이 본다. 이를 통해 청소년들이 하나님과 신앙을 배운다. 우리가 살아있는 미디어로서 아이들에게 좋은 신앙의 본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청소년 아이들에게 좋은 말보다 행동과 삶을 보여줄 때, 사역자들은 좋은 미디어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그래서 우리 사역자들이 청소년과 하나님을 매개하는 미디어가 돼야 한다. 그래서 기독교 신앙과 하나님의 말씀을 삶으로 구현해 줘야 한다”고 했다.
이 교수는 “모든 삶과 행동, 말 등을 통해 청소년들이 하나님께 돌아오도록 청소년 사역자들이 좋은 미디어가 되어주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