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광역시의회 최근 정례회에서 ‘대구광역시 시립예술단 설치 조례 일부조례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개정안은 “시립예술단 종교화합자문위원회 폐지 및 종교편향 방지를 위한 근거를 마련하고, 시립예술단 운영의 전문성과 효율성을 확대하기 위해” 제안됐다.
개정안 주요 내용은 △종교편향 방지 기능 강화를 위한 단서조항 신설과 △종교화합자문위원회 관련 규정 전문삭제 등이다.
종교화합자문위원회는 △예술단 정기공연 프로그램 등의 종교 중립성에 관한 사항 △종교 간, 종교계와 예술계의 화합·발전을 위한 협력 방안에 관한 사항 △그 밖에 종교적·사회적 논란이 될 수 있는 사항에 대한 자문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자문위 회의에서 종교중립성과 관련된 안건은 출석한 종교계 자문위원 전원이 찬성이 찬성해야 의결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 점이 얼마 전 베토벤 교향곡 ‘합창’에 대한 자문위 결정에 작용했다.
앞서 대구시립교향악단과 대구시합창단은 대구 수성아트피아 재개관을 맞아 베토벤 교향곡 제9번 ‘합창’을 공연할 예정이었지만, 종교화합자문위는 위원 한 명의 반대로 해당 교향곡에 대해 ‘신(God)을 찬양하는 내용이어서 종교적으로 편향됐다’는 의견서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황당하다”는 반응이 쏟아졌다. 전 세계적인 클래식 명곡에 대해 자문위가 어이없는 판단을 했다는 것이다. 방성택 대구시음악협회장은 “베토벤 교향곡 ‘합창’은 인류 평화를 위해 화합하자는 내용으로 종교를 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예술작품”이라며 “서양 음악 대부분이 교회음악에서 유래됐고, 무대에서 종교적 행위를 한 것도 아닌데도 클래식 음악을 굳이 종교와 결부시켜 상연을 막겠다는 시도는 국제적인 망신이자 후진국형 발상”이라고 했다.
이후 종교중립성 관련 안건의 만장일치 의결의 부당성을 제기하는 목소리와 함께,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원래 취지와 다르게 운영되고 있다는 문제의식이 비등했다.
결국 종교화합자문위원회가 폐지되자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3일 발표한 성명에서 “대책 마련 없는 자문위 폐지는 종교간 화합을 방해하고 종교 갈등을 조장하는 것”이라며 “갈등을 방지할 수 있도록 즉시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종교편향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한편, 이번에 의결된 개정안에는 ‘종교편향 방지 기능 강화를 위한 단서조항’도 신설됐는데, 예술단 감독심사위원회에 대한 내용을 담고 있는 조례 제7조에 “시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는 종교계에서 추천한 전문가를 포함하여 구성할 수 있다”는 내용을 새로 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