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여 개 단체가 참여하는 ‘보호출산법 시민연대’(이하 시민연대)는 지난 27일 국회 보건복지부 법안심사 소위원회에서 논의된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위기임산부의 익명출산을 보장하는 보호출산제 심사 결과를 두고 성명서를 28일 발표했다.
시민연대는 성명서에서 현재 소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보호출산제는 2012년 시행된 입양특례법의 강제 출생신고제 논쟁과 흡사하다고 했다.
당시 출생아의 알권리를 위해 도입된 출생신고제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친부모와 태아 생명권을 지켜내지 못한 입법부작용을 초래했다고 이 단체는 주장했다.
시민연대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함께 보호출산제의 병행입법을 주장하며 그 근거로 2021년 입양특례법 시행 이후 지난 11년간 출생아 수를 비율로 아동 유기가 두 배 증가했고, 영아살해도 계속됐다는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다. 보호출산제가 부재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출생등록을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위기 임산부에게 위험한 선택을 강요할 수 있다는 게 시민연대 측 주장이다.
시민연대는 성명서에서 “2012년 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라, 태어난 아이들의 부모에 대한 알권리 보장을 위해 출생신고서 제출을 필수로 하도록 했다. 이를 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인 위기 임산부들은 위험한 출산을 하고, 이에 따라 태어난 아이들은 목숨을 잃거나 버려졌다”고 했다.
이 단체는 “인간 본연의 권리인 알권리의 법제화를 반대하지 않았다. 다만 그것이 영아살해와 아동유기의 원인이 되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며 “ 때문에 알권리를 기본으로 하되 이를 보완하는 제도가 반드시 동시에 따라야 한다”고 했다.
그런데 “그 주장은 지난 11년 동안 묵살됐다. 우리 눈앞에서 갓 태어난 아이 시신이 종량제 봉투에 처참하게 담겨져 있는 모습을 목격하고도 우리는 더 이상의 비극을 막을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다. 생명보다 지켜져야 할 소중한 것은 그저 알권리였을 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알권리 없는 생명권 따위 차라리 낙태라는 손쉬운 방법으로 처리하면 될 일이라는 기가 막힌 말까지 들어야 했다”며 “지난 27일, 이른바 태어난 생명의 알권리를 보장하는 보편적 출생등록법과 위기임산부의 안전 및 태아 생명을 보장하는 보호출산법이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동시에 검토됐다. 이는 2011년 입양특례법 강제출생신고제를 둘러싼 논쟁의 복사판”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알권리를 위한 보편적 출생등록제는 여야 간 합의로 소위원회 문턱을 넘어서고 본회의까지도 무난하게 통과될 것을 예상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하지만 보호출산법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의 반대에 가로막혀 소위원회 문턱도 넘지 못했다”고 했다.
이 단체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의 권고는 보편적 출생신고를 보장하고 익명출산의 가능성도 허용하는 제도의 도입을 제안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유엔의 권고와 전·현정부도 일관되게 추진하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보호출산제의 병행입법을 민주당과 정의당이 반대하고 있다. 이유는 자기가 낳은 아이를 포기하지 않을 여성의 권리를 위해 지원정책을 충분히 강화하라는 것”이라며 “2011년 입양특례법 제정 이후 지난 11년 동안 미혼모와 한부모를 중심으로 한 여성지원정책은 꾸준하게 강화되어 왔다”고 했다.
그러나 “그러면 영아살해와 아동유기가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감소세를 보였어야 했다. 하지만 출생아 수를 비율로 한 아동유기는 두 배가 넘게 증가했고, 영아살해 기사는 꾸준하게 언론에 오르내린다”고 했다.
이 단체는 “우리는 알권리와 여성정책 강화를 반대하지 않는다.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필요성도 공감한다. 마찬가지로 지금 당장 길거리에서 죽어가고 버려지는 아이들의 생명도 지켜져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야가 합의했다는 보편적 출생등록제의 단독입법은 2011년 입양특례법 강제출생신고제처럼 영아살해와 아동유기라는 끔찍한 참사를 더욱 부추기게 될 것이다. 보호출산제와의 병행입법은 이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했다.
이 단체는 “그토록 소중한 알권리 쟁취로 생명권을 짓밟는 어리석은 일을 두 번째 되풀이 해서는 안된다”며 국회 보건복지부 법안심사소위 의원들에게 보편적 출생등록제와 더불어 보호출산제의 병행입법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