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주석중 교수의 생전 기도 “모든 치료는 주님 손에”

교회일반
교회
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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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 최근 고인 아들이 쓴 편지 공개

 

故 주석중 교수 ©서울아산병원 홈페이지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최근 교통사고로 별세한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故 주석중 교수의 아들 주현영 씨가 보낸 장문의 편지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최근 게시했다.

 

국내 대동맥박리 수술의 권위자로 알려진 故 주석중 교수는 주님의교회 집사로 봉직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아들 주현영 씨는 故 주석중 교수 연구실에서 유품을 정리하던 중 주 교수가 쓴 신앙고백을 발견하고 오열했다고 한다.

주현영 씨는 노환규 전 회장에 보낸 편지에서 “장례를 마치고 며칠 후 유품을 정리하러 연구실에 갔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리되지 않은 채 뒤섞여 있는 서류들 속에는, 평소 사용하시던 만년필로 직접 쓴 몇 개의 기도문이 있었다. 벽에 있는 작은 게시판에도 기도문 한 장이 붙어 있었다. 영문으로 쓴 그 기도문 한 구절은 이렇다”고 했다.

“…but what can I do in the actual healing process? Absolutely nothing. It is all in God’s hands.”(그러나 실제 치료 과정에서 제가 무엇을 할 수 있습니까?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모든 것은 하나님의 손에 있습니다.)

그러면서 “정성을 다해 수술하고 환자를 돌보지만 내 힘은 정말 아무것도 아니니, 하나님께서 도와주십사 간절히 기도하는 마음을 그렇게 적어두신 듯하다”고 했다.

주 씨는 “아버지 빈소가 마련된 첫날 펑펑 울면서 찾아온 젊은 부부가 있었다. 갑작스러운 대동맥 박리로 여러 병원을 전전하였으나, 어려운 수술이라며 모두들 기피하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희 아버지께서 집도하여 새로운 생명을 얻었노라며, 너무나 안타까워 하시고 슬퍼하셨다”고 했다.

이어 “‘아무리 위험한 수술이라도 ‘내가 저 환자를 수술하지 않으면 저 환자는 죽는다는 생각이 들면 내가 감당해야지 어떡하겠냐’, ‘확률이나 데이터 같은 것이 무슨 대수냐’던 아버지 말씀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얼마 전 어머니께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단다. ‘나는 지금껏 원 없이 살았다. 수 많은 환자들 수술해서 잘 됐고, 여러 가지 새로운 수술 방법도 좋았고, 하고 싶은 연구 하고, 쓰고 싶었던 논문 많이 썼다. 하나님께서 내려주신 소명을 다한 듯하여 감사하고 행복하다’”라며 “마치 당신의 운명을 예감이라도 하셨던 것일까. 저희는 아버지의 자취가 너무나 그리울 것 같다”고 했다.

주현영 씨는 故 주석중 교수 연구실에서 유품을 정리하는 도중 발견한 라면스프에서 수술에 매진한 나머지 끼니를 거르던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라 눈물이 났다고 했다. 그는 “거기 쓰시던 책상 서랍 여기저기, 그리고 책상 아래 놓인 박스에 수도 없이 버려진 라면 스프가 널려 있었다”며 “제대로 식사할 시간을 내기도 어려워서, 아니면 그 시간조차 아까워서 연구실 건너 의국에서 생라면을 가져와 면만 부숴 드시고 스프는 그렇게 버려둔 것이 아닌가 여겨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환자 보는 일과 연구에만 전심전력을 다하시고 당신 몸은 돌보지 않던 평소 아버지의 모습이 그대로 느껴져 너무나 가슴 아팠다”고 했다.

주 씨는 과묵하나 마음이 따뜻한 故 주석중 교수의 생전 진심을 전했다. 주 씨는 “아버지께서는 너무나 힘들고 긴장되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심장 수술에 정성을 다해 도와주신 많은 이들에게 늘 고마워하셨다”며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데 능한 분이 아니셔서 아버지의 진심이 전해지지 못했다면 이렇게나마 아버지의 뜻을 전해 드리고 싶다”고 했다.

주 씨는 끝으로 “많은 분들께서 저희 아버지를 누구보다 따뜻하고 순수한 가슴을 지닌 사람으로 기억해 주셨다. 여러분이 기억해 주신 아버지의 모습과 삶의 방식을 가슴에 새기고, 부족하지만 절반만이라도 아버지처럼 살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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