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체계 미비·사회적 방임이 가져온 참사
‘출생통보제’ 등 제도 보완에 적극 나서야
비밀출산제(보호출산제) 도입도 시급
의료현장서 생명·사랑운동 실천 앞장설 것”
한복의협은 “최근 경기도 수원의 한 아파트 냉장고에서 영아 시신 2구가 발견됐는데, 그 아기를 살해한 사람이 다름 아닌 30대 친모라는 사실에 충격을 금할 길이 없다”며 “2018년과 2019년 출산 직후 두 아기를 살해해 냉장고에 보관해 왔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경제적으로 어려워서’였다고 한다”고 했다.
이들은 “또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 태어난 한 아기는 생후 76일께 영양결핍으로 사망했는데 이 아기는 출생신고가 돼 있지 않아 병원 진료나 복지 혜택 등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것으로 밝혀졌다”고 했다.
한복의협은 “우리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한 건 이 같은 사례가 최근 감사원이 2015년부터 2022년까지 출생등록이 안 된 영유아 2,236명을 찾아내면서 비로소 세상에 드러났다는 점”이라며 “2,236명 중에 불과 1%인 23명을 조사한 결과 4명의 아동이 산모에 의해 살해돼 유기되거나 적절한 의료 조치도 받지 못한 채 사망했다고 하니 충격과 함께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길이 없다.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얼마나 더 참혹한 결과를 마주하게 될지 두려운 마음이 든다”고 했다.
이들은 “낳기만 하고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아기는 제도적으로 보건·교육 혜택에서 소외될 뿐 아니라 방임과 학대에 처해지기 쉽다는 건 상식”이라며 “부모에 의해 살해돼 냉장고에 유기된 아기도,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아기도 모두 출생등록이 안 돼 있었다. 결국, 이 모든 사태는 정부의 미비한 행정체계와 사회적 방임·무관심이 가져온 참사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한복의협은 “따라서 정부와 국회는 출생기록이 없는 아동이 생기지 않도록 의료기관이 출생 정보를 직접 지자체에 통보는 ‘출생통보제’ 등 제도 보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며 “국회에서 여야가 곧 ‘출생통보제’ 도입을 골자로 한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하는데 조속한 시일 내에 여야가 합의 처리함으로써 더 이상 사각지대가 생기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또한 “이와 함께 많은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비밀출산제(보호출산제)의 도입도 시급하다. 영아유기를 방지하려면 미혼모 등 산모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고 아기의 출생신고를 허용하여 아기가 안전한 환경에서 자라날 수 있도록 배려하는 법이 반드시 시행돼야 할 것”이라며 “보호출산제가 임산부의 양육 포기를 부추길 것이라는 일부의 우려도 있으나 신원을 밝히기 어려운 산모의 병원밖 출산을 막고 아기 유기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출생통보제’와 함께 시행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정부와 국회가 뒤늦게라도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서둘러 대책 마련에 나서게 된 건 다행이나 법과 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생명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일은 국가적인 책무이자 사회, 나아가 한국교회가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모두 한때 어머니의 태아였다. 생명은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이기에 세상 어느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가치와 존엄성을 지니고 있다”며 “그런 소중한 생명이 태중에서 살해되는 낙태를 법이 허용하고, 출생 후 산모의 환경적인 요인과 경제적인 이유 등으로 살해, 유기되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은 요원할 것이다. 이런 비정한 현실에 경악할 뿐 남의 일로 여기고 방관한다면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해하는 범죄와 생명 경시 풍조를 막을 길이 없다”고 했다.
한복의협은 “하나님이 주신 생명을 무참히 짓밟는 잔혹한 영유아 살해 유기 사건을 접하며, 산모의 몸속에서 잉태된 아기라도 그 생명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닌 하나의 고유한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며 “또한, 그 생명은 하나님의 형상을 지닌 인격체이기에 누구도 함부로 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 같은 사실에 입각해 의료현장에서 생명을 존귀히 여기는 생명·사랑운동을 실천하는 데 앞장설 것을 굳게 다짐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