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싱글대디 "그래, 우린 더이상 혼자가 아냐"

교육·학술·종교
정한나 기자
hannah@chdaily.com

최근 몇년새 가족 패러다임은 급변하고 있는 추세다. 부부 국적이 서로 다른 다문화가족은 물론, 비혼(非婚) 동거가족, 조손가족과 더불어 엄마와 아빠 중 한 명이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 가족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 중 한부모 가족의 경우 '새로운 가족의 탄생'이 아니라 '가족 해체'라는 시선을 받는 경우가 있다. 특히 이혼이나 배우자의 가출, 사별 등 여러 사유로 '나홀로' 부모가 된 싱글맘, 싱글대디를 보는 시선은 인식 변화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따갑기만 하다. 이러한 세상 편견에 맞서 떳떳하게 살고 있는 싱글맘, 싱글대디들을 위한 한부모 가족축제가 열렸다. 18일 오후 LA비전교회(김대준 목사)에서다.

녹록치 않은 이민생활 가운데 지친 싱글맘, 싱글대디들에게 신앙 안에서 회복과 위로의 시간을 마련해주고자 기획된 이번 행사에는 남가주 지역에 거주하는 한부모 100여명과 자녀 40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성황리 개최됐다. 가정사역상담소(FMC)와 가정을세우는사람들(FBM), 맘스 홈(MOMS HOME)이 주최하고 LA비전교회가 주관했다.
행사는 97년 교회 내 한부모 가정이 된 이들에 대한 돌봄이 전혀 없는 현실을 안타깝게 생각한 써니 송 박사(탈봇신학교 목회상담학 교수)가 주도해 시작됐고, 현재 탈봇신학교 가정사역팀을 비롯한 남가주 13개 한인교회가 협력해 주최해 오고 있다.

행사 최대 이벤트인 수기 공모전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실시돼 총 46명이 참가했으며, 이 중 청소년 부문에 지원한 19명을 상대로 장학금이 전달되기도 했다. 이날 행사는 한부모 가족들이 아픔을 나누고 정보를 공유하는 소그룹 교제시간, 자녀들을 위한 연령별 강연과 오락 프로그램 등 다채로운 순서로 진행됐다.

다음은 이번 수기 공모전에 당선된 글 중 일부 발췌 내용.

<남편과 통화를 끝내고 불과 15분쯤 지난 후 다시 걸려온 전화에서, 함께 있던 남편 친구 분의 음성은 몹시 떨렸다. "놀라지 마세요. 미스터 박이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는데 빨리 오셔야겠습니다." 아니, 아직 가게 문을 닫을 시간도 멀었고 아이들은 집에 있고, 차는 남편이 타고 갔기에 발도 없는데... 어찌해야 할지 몰라 안절부절 하고 있는 가운데 어떻게 알고 오셨는지 교회 이 집사님 내외 분이 놀란 얼굴로 가게에 찾아오셨다. "빨리 병원에 가야지." 정신없이 아이들을 태우고 병원으로 가는 차 안에서 '별일 아니겠지, 금방 깨어나겠지' 마음을 진정시키며 달려갔다. 도착하니 병실엔 보지도 못한 병원 기구들이 수도 없이 꽂혀있고 의식을 잃은 채 누워있는 얘들 아빠에겐 내가 도착하기도 전에 이미 뇌사 판정이 나 있었다.(싱글맘 P씨 수기 '홀로서기' 중)>

<전 남편의 무단 가출(내가 아는 여자와의 외도, 도박 등이 문제)로 인해 나는 분노와 수치심, 좌절감으로 마음과 몸이 완전히 황폐해져 있었다. 텅 비고 처절한 마음으로 8개월 짜리 아이를 안고 찾아왔던 이곳 한부모 모임에 이제는 다른 싱글들보다 조금 먼저 아픔을 가진 선배로서, 아픔을 겪었던 자로서, 그리고 상처 입은 치유자로서 현재 똑같은 아픔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는 누군가를 향해 세상에 혼자만 아픔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여기에 당신들을 간절히 돕고자 하는 동지가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열린 마음이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싱글맘 S씨 수기 '용서' 중)>

<돌이켜보니 모든 것이 하나님의 은혜였고 돌보심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2002년 아이들 엄마의 가출로 낯선 미국 땅에 홀홀단신으로 겁도 없이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아무 연고없는 LA에 도착했다. 외가가 뉴욕에 계셨으나 그다지 큰 도움도 안되며 되려 상처만 받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에서 그렇게 한 것이다.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집을 떠날 때의 문자적 고통이 현재 21세기에도 고스란히 적용되는 나의 이민 여정이었다. 생각해보라. 남자 혼자 아들 둘을 키운다는 것이 어찌 쉬운 일이겠는가?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2008년 3월 관상동맥이 꽉 막혀 수술을 받고 죽다 살아났으니, 이 또한 하나님의 돌보셨음임을 안다.(중략) 이제 내 자신을 돌아보면 모질고 험난한 세월을 살아왔고, 지금도 세상 도전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지만 나보다 힘든 싱글들을 돌아보고 격려하고 싶고, 힘들게 살아온 가운데 삶에서 체득한 조그마한 노하우들을 나누며 같은 가족임을 잊지 않고 부둥켜 안고 살아가고 싶다. 서로 손을 마주 잡는다면 아무리 세찬 파도라 할지라도 그것을 넘고 꼭 이기리라 믿는다.(싱글대디 C씨 수기 '믿음의 여정' 중)>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신지 벌써 올해로 6년째다. 아버지가 우리 곁을 떠나간 이후 많은 일이 있었다. 우선 힘든 일이 맨 먼저 떠오르지만 좋은 일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분명 내가 지금 확신할 수 있는 건 하나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해 주셨고, 모든 일을 주관하신다는 것이다. 하나님의 사랑을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더 많았지만, 하나님께서 내게 가장 좋은 것을 준비해 놓으셨다는 걸 이제서야 알 수 있게 됐다.(한부모 자녀 U군 수기 '하나님과의 여정' 중)>

한편, 행사를 주최한 LA비전교회에서는 후속 프로그램으로 매주일 오후 4-6시 별거 및 이혼가정 회복모임(DC) 13주 과정을 진행한다.
▶LA비전교회 주소: 520S. Lafayette Park Pl #200. LA. CA 90057
▶문의: (213) 386-9191

#한부모 #싱글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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