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명과 인권 보호하는 ‘생명존중법’ 마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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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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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생명존중법 제정과 돕스 판결의 의미’ 주제 세미나 개최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주최로 열린 ‘생명존중법 제정과 돕스 판결의 의미’ 세미나가 진행되고 있다. ©노형구 기자

지난해 6월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49년 동안 미국에서 낙태를 허용해온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하는 ‘돕스 대 잭슨’ 판결을 내렸다. 그 배경에는 프로라이프 관점에 입각한 정책결정자의 법 해석과 미국 복음주의 교회 등 프로라이프 단체의 축적된 노력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상임대표 이상원 교수)가 지난 22일 서울 영락교회에서 ‘생명존중법 제정과 돕스 판결의 의미’라는 제목으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발제자로 정소영 미국변호사(세인트폴 세계관 아카데미 대표)는 “2022년 6월 24일, 미국 연방대법원에서 ‘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판결이 나왔다. 1973년 ‘로 대 웨이드’ 사건의 판결을 뒤집는 일이 현실화된 것”이라며 “이는 의료적 응급상황이나 태아의 심각한 장애를 제외한 임신 15주 이후 모든 낙태를 금지하는 미시시피 주법의 위헌성을 판단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 판결의 핵심 내용은 ▲여성의 낙태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간의 기본권이 아니다 ▲낙태권은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를 박고 있는 권리가 아니다(과거 미국은 낙태를 범죄로 규정했고, 심지어 전체 주(州) 중 3/4이 어느 일정 시점에서는 낙태를 범죄로 규제했다) ▲이제 낙태규제 법안은 각 주(州)가 결정한다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여성의 낙태권은 미국 연방 헌법의 자유권(Right of Liberty)에서 유추한 사생활권(Right of Privacy)의 일종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연방대법원은 여성의 낙태권은 헌법이 명시적으로 보호하는 권리는 아니며, 그저 ‘거듭된 유추’라는 법리적 해석을 통해 얻어낸 권리일 뿐이라는 입장”이라고 했다.

또 “연방대법원은 낙태권이 미국의 전통과 역사, 그리고 미국 국민 양심에 뿌리 박혀있는 기본권적 자유권에 포함되지 않음을 밝혔다”라며 “특히 미국 헌법이 보장하는 자유권은 질서 있는 자유(Concept of Ordered Liberty)다. 즉 창조주가 부여한 천부인권 질서의 한계 안에서의 자유만을 인간 기본권으로 인정한다는 사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만일 낙태를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할 경우, 불법 마약 사용이나 매춘 등 비도덕적 일탈 행위를 자유권에 기초해 권리로 상정할 수 있는 문제도 발생한다는 것이 연방대법원 입장”이라고 했다

정 변호사는 “미국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일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하지만 연방대법원의 낙태판결과 연동된 제도로 인해, 각 주(州)에서는 낙태 클리닉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Dobbs 판결 1년 이후, 거의 절반에 가까운 주에서 낙태 금지 쪽으로 방향 선회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Daily Caller News Foundation에 따르면, Dobbs 판결 이후 현재 임신 12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준비하는 주는 25개 주다. 이 중 14개 주에선 이미 임신 12주 이후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지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한 낙태를 거의 금지하고 있다. 25개 주 가운데 8개 주에서는 소송에 돌입해, 주 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며 “만약 미국 25개 주에서 낙태가 금지된다면 매년 20만 명의 태아가 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장지영 교수 ©노형구 기자

또 다른 발제자로 장지영 교수(이화여대 의대 임상조교수)는 “미국 내 가장 큰 개신교단인 남침례교의 산하 윤리 및 종교 자유 위원회는 교회 4만 3천개 및 회원 1600만 명 이상이 가입돼 있다. 산하 단체로 선거관리기관, 연구기관, 위기임신센터 지원 기관(Psalm 139 Project)이 있다. 관련 프로라이프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남침례교 협의회는 1971년부터 낙태 관련 정치·사회적 안건에 대한 입장인 ‘남침례교 결의안’을 발표하며 정책 입안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며 “당시 로 대 웨이드 판결 시기를 전후로 자유주의 신학에 일부 전염됐던 미국 남침례교 내부에서는 ‘하나님도 낙태를 찬성하신다’ 등 낙태 찬성론이 힘을 얻기도 했다. 1979년부터 교단 내 자성론이 일면서 낙태 찬성 목회자들이 회심하기 시작했고, 예레미야 1장과 시편 139편을 낙태 반대를 확증하는 구절로 공식 지정했다”고 했다.

미국에서 낙태 건수는 1969년 약 5만 건을 기록하다 1970년에는 20만 건으로 증가했다. 로 대 웨이드 판결 직후인 1975년 처음으로 1백만 건으로 급증해 1980년부터 1985년까지 연평균 1백 60만 건을 유지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미국 복음주의 기독교는 레이건 행정부를 기점으로 낙태 반대를 위한 정치적 영향력을 가속하기 시작했다. 장지영 교수는 “미국 보수주의 교계 대표 목회자 제리 파웰은 ‘도덕적 다수’를 설립, 낙태 및 동성애 반대를 표방하는 후보자를 지지하는 기독정치 운동을 펼쳤다”며 “그 결과 1980년 대선 운동부터 낙태권 제한을 주장한 레이건 후보에 미국 기독교인의 3분지 2 이상이 표를 던지면서, 대선에서 캐스팅 보트로 활약했다”고 했다.

또 “미국 남침례교 협의회는 1984년부터 ‘낙태 반대 결의안’을 발표하면서 본격 프로라이프 활동을 펼치기 시작했다. 교단 산하 교회마다 미혼모에 대한 물질적 지원 등 산모 서비스 시행과 함께 ‘기독교 생명 위원회’를 설치, 반(反) 낙태 입법을 위한 로비 활동을 시작했다”고 했다.

1993년부터 집권한 빌 클린턴 행정부는 친 낙태 정책을 쏟아내기도 했다. 당시 낙태클리닉 인근에서 프로라이프 운동가들의 낙태 반대 활동을 금지하는 ‘표현의 자유 제한’ 입법이 민주당을 중심으로 추진되자 “미국 남침례교 협의회는 즉각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1996년 미 의회에서 발의된 ‘부분 분만 낙태 허용 법안’에 대해서도 철회 의사를 강경 표명했다”고 장 교수는 덧붙였다.

2001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들어서자 남침례교의 정치권을 향한 낙태 반대 활동은 더욱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장지영 교수는 “남침례교는 2002년 부분 분만 낙태 금지법 통과를 요구해 이듬해인 2003년 미 의회에서 통과됐다. 2008년에는 낙태시술을 지원하는 가족계획협회에 대한 정부의 예산 지원 정책을 반대하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도 촉구했다”고 했다.

참석자들이 단체사진을 찍고 있다. ©한국기독교생명윤리협회 제공

장지영 교수는 프로라이프 관점에 입각한 정치인과 법관의 정책 결정과 여기에 영향을 미치는 프로라이프 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트럼프 행정부는 무엇보다 가톨릭 신도이자 낙태 반대론자인 ‘에이미 코니 배럿’을 대법관으로 임명함으로써 로 대 웨이드 판결 무효화에 큰 힘을 실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프로라이프 활동가 수잔 B. 앤서니 리스트는 1993년 정당과 상관없이 낙태를 반대하는 여성 정치인을 지원하는 단체 SBA List를 설립했다. 현재 80만 명 회원을 보유한 SBA List는 상·하원 의원들의 프로라이프 관련 의정 활동 기여도에 따라 점수를 만들어 관련 리스트를 작성해 선거 기간마다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지난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애리조나 플로리다 등 주요 경합지역에서 4백만 명 이상 유권자와 소통했다. 약 5,200만 달러의 예산을 지출했다”고 했다.

장지영 교수는 그러면서 “프로라이프 운동의 가장 큰 장애물은 ‘낙태에 대한 무관심’”이라며 “낙태에 대한 문제는 결국 생명의 시작과 탄생 과정, 낙태의 실체, 낙태를 경험한 여성들이 감당해야만 하는 신체적, 정신적 고통 등을 알아야 본질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장 교수는 이와 관련한 미국 프로라이프 단체의 활동을 소개했다. 장 교수는 “‘라이브 액션’은 시민들에게 낙태 시술 과정을 보여주는 길거리 인터뷰 영상을 SNS 계정에 게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스스로를 낙태 찬성론자라고 답했던 사람의 약 70%는 ‘아기가 임신 초기부터 저런 모습일지 몰랐다’, ‘잔인하다’, ’알게 된 이상 낙태를 지지할 수 없다’ 등 변화된 생각을 말했다. 해당 영상은 현재 온라인에서 수백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낙태를 알아보려 검색창에 ‘abortion’을 검색했던 여성들이 해당 영상을 보고 출산을 선택한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라이브액션이 낙태 시술 과정을 보여준 뒤 낙태에 찬성했던 사람이 반대를 표하는 모습을 영상으로 제작했다. ©기독일보DB

그녀는 “일단 낙태 실체를 알게 된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프로라이프 활동가가 된다”며 “의학기술의 발전과 초미숙아의 성공적인 생존 스토리는 ‘태아는 세포 덩어리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체임’을 알려준다. 젊은 세대들이 낙태를 두고 합리적이고 올바른 판단과 신념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다”고 했다.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홍순철)는 지난 22대 대선후보와 제8회 지방선거, 교육감 후보자를 상대로 '생명존중인식도 조사'를 시행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 2021년부터 프로라이프 활동가 양성 프로그램인 'Stand Up For Life'를 시작했다. 현재까지 89명의 프로라이프 활동가가 배출됐다.

장 교수는 “기독교적 권리를 인식한 개개인이 지배적인 도덕적, 문화적 세력을 형성하면서 정치적 의결을 행사하는 데까지 지경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일반 시민인 평신도들이 주체가 돼 대중 정치적 접근을 통해 ‘종교의 자유’를 수호해야 한다”며 “생명은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앞서 기조강연에서 김길수 목사(생명운동연합 대표)는 “최근 한 여론 조사에서도 국민의 86.9%가 ‘태아는 생명’이라고 응답한 바 있다. 이로써 태아 생명권은 어떤 권리보다 우선시돼야 함을 알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행정부와 입법부는 우리의 미래를 위해 조속히 태아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며, 태아를 차별하지 않는 생명존중법을 마련해야 한다”며 “태아는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생명권의 주체이며, 태아 역시 생명에 대한 권리를 인정받아야 한다. 따라서 태아가 태중에서부터 건강하고 안전하게 자라날 수 있도록 보장하는 ‘태아보호법’ 및 태아 인권을 보장하는 ‘태아 인권법’을 제안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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