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가디나 지역의 대표적인 한인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던 그는 몇 년 전 중고등부 전도사로 부임해 영어권 2세들의 교육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생활고에 시달려 보험 에이전트로 일하면서 사역을 이어 온 것으로 전해졌다.
목회자 일가족의 참변 소식은 교계에 적지 않은 충격을 가져다줬는데, 남가주의 한 목회자는 그동안 들춰내지 못했던 교역자 케어에 경종을 울린 사건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지난달 LA를 방문한 미드웨스턴침례신학대학원 아시아부 박성진 학장을 만나 교역자 케어에 대한 진단과 해법을 들어봤다.
박성진 학장은 한국교회가 주변을 돌아보는데 등한시했음을 지적하면서, 지금까지 성장을 목표로 달려왔다면 이제는 멤버 케어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에게서 목회자 연금, 생명보험, 은퇴 전별금, 교회 개척, 목회자 이중직 등 여러 주제에 대한 방향도 들을 수 있었다.
이하는 일문일답.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의 현실, 어떻게 진단할 수 있나?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는 생존의 기로에 있다. 앞으로 20년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본다. 더이상 70-80년대 우리가 경험한 성장과 부흥을 꿈 꿀 때가 아니다. 성장은 내적인 질적 향상이 있은 후에야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 간과했던 부분들을 분석하고 냉철하게 자성의 목소리를 수용하며 실질적 해결책을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교회가 사회에서 외면당하고 질타를 받는 이유가 세상에 선한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다. 선한 사업을 한다고 기독교 인구가 늘어날지도 장담할 수 없다. 교회가 사회에 희망을 보여줄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의 시스템은 그렇지 않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말씀을 가지고 나아갈 수 있도록 희망을 보여줘야 한다. 희망이 보이지 않으면 좌절하게 된다. 구조적인 시스템을 바꿔야 희망을 찾을 수 있다. 그 부분에 대한 변화가 있어야 한다."
-한국교회와 미주 한인교회가 미래 사역을 위해 갖춰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지금까지는 성장을 위해서 계속 달려왔다. 이제는 한국교회가 성장을 추구하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한 보안이 있어야 한다. 성장보다 멤버에 케어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해야 미래를 향한 새로운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 지금까지의 패턴을 수정하지 않고 나아가면 큰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교단과 목회자들도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교회가 멤버 케어를 위한 교단적 차원의 고민과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목회자들에게 헌신과 희생을 요구하면서 은혜와 믿음으로 문제를 간과해 온 것이 사실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위기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외면했기 때문에 찾아왔다고도 볼 수 있다."
-가장 시급한 필요는 무엇인가?
"선교사님들과 목회자에 대한 노후 케어다. 한국교회가 오래 전부터 우려해 왔던 부분이지만 제대로 된 방향을 제시하는 교단이 거의 없었다. 본인들의 삶 전부를 바친 목회자들과 선교사님들을 위해 노후 대책을 제공하는 한국교회가 없다. 이분들에게 은퇴 후에 머물 수 있는 아파트를 제공하는 것도 좋지만 실제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노후에 대해서 교회가 책임져 주지 않으니 한 교회를 또는 한 나라에서 30년 사역하고 그만두는 시점에서 노후 고민을 하지 않을 목회자가 어디 있나? 사역을 마치고 은퇴하는 선교사를 후원하는 교회도 없는 실정이다. 그러다 보니 전별금에 대한 요구가 발생하고 교회와 마찰을 빚게 된다. 한 교회를 위해 온 삶을 바쳐 사역했는데, 노후를 생각하면서 제대로 준비된 것이 없다면 실제로 과욕이 생길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큰 지출을 요구받으면 교회에서는 '청빈한 삶을 살아야 할 목회자가 재물에 욕심을 낸다'고 비난하기 쉽다. 교인들과 갈등을 빚는 경우가 많아지고, 대부분 비난의 화살은 목회자에게로 향하게 된다.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다.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는 환경에 목회자들과 선교사들이 내몰려있다."
-멤버 케어에 대한 실제적 보완으로는 무엇을 꼽을 수 있나?
"교회마다 선교사 파송 기준이 다르겠지만 이제는 얼마나 많은 선교사를 파송했는지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선교사님들에게 최소한 생명보험과 은퇴 연금은 들어줘야 한다. 파송했다면 선교비만 보내는 것이 아니라, 헌금을 모아 이분들에게 은퇴연금을 들어주어야 한다. 선교사님들이 은퇴 이후에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최소한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배려해 줘야 한다. 선교사님들이 노후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니 불안을 느낄 수밖에 없다.
담임 목사들도 마찬가지다. 이분들이 사역을 시작할 때부터 은퇴연금을 들어주면 30년 정도 사역한 후에는 상당한 금액의 은퇴연금이 쌓이게 된다. 그럼 전별금이 따로 필요 없게 된다. 매월 약정액이 지출되면 교회에도 큰 부담이 없다. 시스템 보완이 이뤄지면 목회자와 선교사들도 은퇴 이후의 삶을 염려하지 않고 현재의 사역에 최선을 다할 수 있다.
또 갑작스러운 병환으로 목회자와 선교사가 돌아가셨을 경우 사모님들과 아이들의 삶은 말할 수 없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생명보험이 있으면 다른 것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게 된다."
-미국 교단은 생명보험과 은퇴연금에 대해 어떤 정책을 가지고 있나?
가이드스톤 (GuideStone Financial Resources)은 남침례교가 설립한 재정 보험 관련 투자회사로 전문 경영인이 경영을 담당하고 선교사님들의 연금을 관리하면서 증액시키는 역할을 한다. 정기적인 감사를 통해 재정 투명성과 신뢰도를 확립했으며, 교단 본부에 재정이 쌓이는 것을 방지하면서 권력이 남용되는 사례를 막을 수 있도록 했다."
-담임 목사와 선교사뿐 아니라, 부목회자와 개척 교회 목회자들에 대한 케어도 필요하다.
"그렇다. 최근에도 미주 한인교회 영어권 부목사님이 가족과 함께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소망과 희망이 보이지 않으니 그런 선택을 내렸다고 볼 수 있고, 더욱 깊이 들어가면 오늘날 우리 기독교의 시스템이 목회자들을 그런 환경으로 내몰고 있지는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교회가 부목사, 개척교회 목회자들에게 대우하는 것을 보면 사회 기업에서 사원들을 위해 투자하는 복지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목회자의 헌신과 충성, 청빈한 삶은 아름답지만 이것을 강요하다 보면 자치 목회자의 생활이 어려워지고 사역에 집중할 수 없게 된다. 좋은 인력을 확보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듯이 교회가 사람을 위해 투자해야 한다.
그리고 기독교가 사회적으로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에 한국교회의 미래를 위해 건강한 교회 개척이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물론 한국이 인구절벽의 상황에 놓여있고, 젊은 세대들이 세속화에 물들어가고 있지만 건강한 교회 개척이 이뤄져야 한국 기독교가 위기 상황을 돌파할 수 있다. 그런데 개척 후 자립하는 비율이 턱없이 낮은 수치다. 어떤 통계에서는 3%라고 하는 실정이니 부목사, 전도사들이 교회 개척에 두려움을 가질 수밖에 없다."
-실제로 교회 개척 후 정착까지 많은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회를 개척할 때 준비되지 않은 개척을 하기 때문이다. 개척을 위해서는 먼저 개척하려고 하는 지역을 파악해야 하고, 목회 대상으로 삼으려는 그룹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지역의 멘토를 찾아서 지역의 사역 환경을 제대로 분석하고 시작해야 한다. 지역 환경을 제대로 알아야 개척에 실패하지 않는다. 컨텍스트를 파악하지 못하고 개척하면 100전 100패다.
많은 경우 부목사로 사역하다가 퇴직금을 받아 교회를 개척하는데, 준비되지 않은 개척의 경우 퇴직금이 모두 떨어지면 좌절을 경험하게 된다. 다시 교회의 부목사로 들어가는 것도 쉽지 않다. 이것은 한국교회의 막대한 손실이자 목회자들이 개척하는 것에 두려움을 주는 요소이기도 하다. 구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 목회자가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한다면 어느 누가 개척을 할 수 있나? 실제 개척교회 목회자들의 삶은 녹록하지 않다."
-교회 개척 후 정착률을 높이기 위한 방안은 무엇인가?
"각 교단들이 교회 수를 늘리는데만 집착하기보다는 개척에 대해 깊이 고민하면서 체계적이고 실제적인 훈련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바람은 교단차원에서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자들이 준비 기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 주면 좋겠다. 지역 선정부터 '왜 개척하는지에 대한 목적'을 확립할 수 있도록 분명한 목회 철학을 세울 수 있도록 가이드가 필요하다. 사역 대상 그룹과 환경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분석 도구도 제공해줘야 한다.
개척을 준비하는 목회자들도 무작정 교회를 시작하기보다는 본인의 목회철학을 SNS를 통해 알리고 자신의 목회 철학과 비전에 함께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야 한다. 자신의 목회 비전과 함께 할 30 가정이 모이지 않으면 개척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 회중들도 담임 목사의 최저 생계를 책임지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경제적인 문제에 사로잡히면 개척을 해도 교회 사역에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교회 개척에 대한 남침례 교단의 방침은 어떤가?
"남침례교회 국내 선교부(NAMB, North American Mission Board)는 개척 메뉴얼을 바탕으로 개척을 원하는 목회자들을 훈련하고 지원한다. 먼저 3년간 목회자의 생활비를 후원하고 평가를 거쳐 필요시 5년까지 지원한다. 남침례교 신학교에는 교단의 지원을 통해 저렴한 등록금으로 수업을 받을 수 있도록 돕는다.
특별히 개척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고 실제적인 멘토십을 받을 수 있도록 개척 경험이 있는 지역의 목회자와 멘토십을 형성해 준다. 이런 지원을 거쳐 자립에 성공하는 교회 비율이 27%이다. 한국의 개척 교회 자립 비율이 3%인 것에 비하면 매우 높은 수치다."
-목회자의 이중직에 관해서도 의견이 나뉘는데, 어떻게 보는가?
"돈의 문제를 간과할 수 없기에 목회자들은 이중직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 이중직을 비판하기에 앞서 목회자 지원에 대한 좀 더 체계적인 지원과 구조적 시스템의 확립이 이뤄져야 한다. 경제적 궁핍에 내몰리는 목회자들에게 고집스럽게 청빈한 삶을 요구할 수는 없다. 돈에 대한 문제는 반드시 실제적인 것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는데, 바울도 텐트 메이커로 일을 하면서 목회를 했다.
물론 대부분의 목회자들이 이중직으로 피곤을 호소한다. 이중직을 수행하는 목회자들은 본인의 건강을 유지하면서 목회할 수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 교회 개척에서 경제라는 부분을 가장 앞세울 수 없지만 경제의 중요성과 가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오히려 큰 혼란이 일어난다."
-한국교회와 미주한인교회의 미래를 위해 교단과 교계, 목회 지도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는 무엇이라고 보나?
"개신교는 개혁주의 신학이 핵심이다. 전통만 따지고 더 이상의 개혁이 없으면 개혁주의가 아니다. 그것은 또 따른 중세시대의 카톨릭에 불과하다. 그럼 희망이 없다. 철저하게 회개하는 자성의 운동이 일어나야 한다.
또 교회가 지속적인 성장을 원한다면 먼저 내부적으로 질적인 변화가 와야 한다. 질적인 변화가 수반되지 않은 상황에서 양적 변화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내부에서부터 들려오는 고통의 소리를 모른척해서는 안되고,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건강한 개척교회가 많아져야 하는데, 담임 목회자의 사역 비전에 따라 교단의 적극적인 지원과 후원 성도들이 함께하는 올바른 개척이 이뤄져야 한다. 자립 단계를 넘어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들이 많아져야지 비로소 생존이 가능하다. 교회 안에서부터 희망을 찾아볼 수 있는 변화의 분위기가 확산되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