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당시 기독교인들은 대한민국 지지세력으로 인식되었고, 이것이 좌익들이 기독교를 박해한 이유였다.”
이는 박명수 교수(서울신대 명예교수, 한국정치외교사학회 회장)가 25일 오후 서울신대 본관 소강당에서 열린 ‘제27회 영익기념강좌’를 통해 발표한 논문의 내용이다. 이 강좌는 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가 주최했다.
‘지역사회(로컬리티)와 한국전쟁 그리고 기독교’라는 주제로 열린 이날 강좌에서 박 교수는 ‘논산군 성동지역의 근현대사와 6.25 전쟁, 그리고 기독교인들의 피해’라는 제목으로 이 논문을 발표했다. 충남 논산군 성동면을 중심으로 6.25 전쟁 당시 있었던 기독교인들의 피해를 살피면서 그 원인을 분석한 것이다. 그는 “이 지역의 근현대사 연구, 기존의 자료의 재검토, 이 지역에서 채집한 구술자료들을 통해서 6.25 전쟁 당시 일어난 기독교인들의 피해에 대해서 재검토” 했다.
박 교수는 “6.25 당시 논산군의 피해규모는 약 1,200여 명에 달하는데, 그 중 약 600여 명이 성동면에서 희생되었다고 추정된다. 이 가운데 기독교인의 피해가 약 140여 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이어 “지금까지 성동면 병촌교회를 중심으로 66명이 희생되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본 연구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우곤교회를 중심으로 73명의 기독교인 피해가 있었다는 증언이 나왔다”며 “여기에 대해서 앞으로 보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지만 73명의 규모는 6.25 전쟁 당시 전남 영광 염산교회의 77명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라고 했다.
박 교수는 성동면 우곤리 우곤교회의 종교·이념을 둘러싼 갈등과 피해상황을 다루면서 “6.25 전쟁 기간 동안 가장 위험한 순간은 인민군이 유엔군에게 패배하여 쫒겼던 (1950년) 9월 말경이었다”며 “퇴각하는 좌익들은 이 지역의 기독교인과 일반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겨주었다. 이 지역에서 우곤리 교인들은 엄청난 수난을 당했다”고 했다.
박 교수는 특히 논문 말미, 6.25 전쟁 당시 성동지역의 피해를 정리하면서, 그 원인을 단지 계층이나 씨족 간 갈등 등의 측면에서만 보지 말고 ‘이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6.25 전쟁에서 기독교인 피해의 가장 중요한 원인은 이들이 인민공화국 건설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6.25 전쟁 시 희생당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좌익의 국가건설에 방해가 되는 인물이라고 생각됐다”고 했다.
박 교수는 “이 지역의 좌익들은 이 땅에 인민공화국을 만들려고 했고, 여기에 반대되는 세력을 제거해야 한다는 생각이 가장 큰 살해의 원인이라고 본다”며 “만일 이런 사회주의 혁명이 강하게 있지 않았다면 반상, 씨족, 종교가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사실 이같은 갈등은 과거 많이 있어왔다. 하지만 이념전쟁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이런 큰 희생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따라서 6.25 전쟁에서 민간인 살해 문제를 이같은 이념을 제외하고 단순한 반상, 씨족, 종교의 갈등으로 축소하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했다.
박 교수는 “성동면은 6.25 당시 전라도를 제외하고는 가장 많은 인원이 희생당한 지역이다. 이 지역에 이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온 이유는 이 지역이 일제시기부터 좌익사상이 강했고, 그 세력이 6.25 당시에 이 지역에 강하게 존재했기 때문”이라며 “이들에게 이 지역에 있는 기독교 공동체는 우익의 일원이며, 반공집단”이라고 했다.
한편, 이날 강좌에선 박 교수에 이어 장금현 박사(서울신대 현대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가 ‘군산지역과 한국전쟁: 기독교인의 집단희생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 논문을 발표했다. 논찬자로는 윤정란(숭실대)·박종현(연세대) 교수가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