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커플 건보 피부양자 인정 판결, 어떻게 봐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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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채익 의원실·복음법률가회, 24일 토론회 개최
토론회가 진행되고 있다. ©복음법률가회

얼마전 법원이 동성 커플에 대한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한 토론회가 24일 오후 서울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열렸다.

이 토론회는 국민의힘 이채익 의원실과 복음법률가회(상임대표 조배숙)가 주최했고, 진평연·복음언론인회·한국성과학연구협회·바른인권여성연합·전학연·차별금지법바로알기아카데미가 협력했다.

발제자로는 음선필 교수(홍익대 법과대학), 민성길 명예교수(연세대 의과대학), 이상현 교수(숭실대 법과대학), 윤용근 변호사(법무법인 엘플러스)가 나섰고, 조영길 변호사(법무법인 아이앤에스), 연취현 변호사(법률사무소 와이), 이상언 논설위원(중앙일보)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서울고등법원 행정1-3부는 동성 배우자를 둔 A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료 부과처분 취소 소송’에서 지난 2월 21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앞서 A씨는 건강보험 직장 가입자인 동성 배우자의 피부양자로 등록했지만 얼마 후 공단은 ‘피부양자 인정요건 미충족’을 이유로 보험료 부과처분을 내렸다.

이에 A씨는 공단이 법적 혼인 관계에 있지 않은 사실혼 관계 배우자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하면서도, 배우자가 동성이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지난해, 우리 민법과 대법원 및 헌법재판소 판례, 사회의 일반적 인식에 비춰 혼인은 남녀의 결합을 근본 요소로 한다는 취지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그런데 이것이 2심에서 뒤집힌 것이다.

“‘성적지향은 본성’ 전제, 대단히 비논리적”

토론회 첫 발제자로 나선 음선필 교수는 이 같은 2심 판결에 대해 “성적지향을 이유로 한 차별은 금지되어야 한다는 신념이 자리잡고 있다. 그리고 그 전제로 ‘성적지향은 선택이 아닌 타고난 본성’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며 “그러나 이 전제는 과학적 검증을 필요로 한다. 오늘날 성적지향이 타고난 본성이라는 주장은 이미 많은 과학적 검증에 의하여 사실상 폐기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법적 논증에서 당연한 전제로 간주하는 것은 대단히 비논리적”이라고 지적했다.

음 교수는 이번 소송이 ‘기획’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단지 건강보험료 부담을 해소하려는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며 “동성결합의 합법화로 이어지는 우회로를 확보하기 위해 사법부의 판결을 얻어내고, 나아가 다른 영역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를 축적함으로 장차 거부할 수 없는 입법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는 해석이다.

그러면서 “조만간 시민동반자(생활동반자)법이나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이 더욱 거세질 것이며, 건강가정기본법을 더 강력하게 흔들어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음 교수는 “오늘날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이유로 다양한 공동생활체가 등장하고 이에 대하여 적절한 법적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필요하다면 가족에 준하여 국가 보호와 지원이 필요한 생활형태를 인정할 수 있다”며 “하지만, 이는 반드시 사회적 합의에 기초해야 한다”고 했다.

“동성결합 상대방은 사실혼 배우자와 본질적으로 달라”

또 이날 마지막 발제를 맡은 윤용근 변호사는 “서울고등법원 제1-3 행정부는 본질적으로 다른 동성결합 상대방과, 법률혼의 성립요건을 모두 갖추어 법률혼에 준하는 법적 효력을 인정받는 사실혼 배우자를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평가하는 위법적 판단을 했다”고 했다.

이어 “성적자기결정권을 전제로 성행위 대상을 누구로 할 것인지에 대한 불확정적 개념인 ‘성적지향’ 개념을 끌어들여 동성결합과, 법률혼에 준하는 혼인관계를 전제로 하는 ‘배우자’를 동일하게 취급해야 한다는 비법률적 판단을 한 위법이 존재한다”고 했다.

윤 변호사는 “따라서 우리나라 가족제도와 혼인법 질서를 붕괴시키고 실질적으로 동성결합 상대방을 배우자로 인정하는 듯한 판결을 선고한 서울고등법원 제1-3 행정부의 이 사건 제2심 판결은 대법원에서 당연히 파기되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사실상 동성혼 인정 문 열었다는 해석, 지나친 비약 아닐까”

한편, 이날 토론자로 나선 이상언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재판부는 ‘피부양자 제도 운용의 관점에서’라는 전제를 깔고 A(사실혼 배우자)와 B(동성결합 상대방)가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판결문에 ‘피부양자 제도의 관점에서 두 집단의 동일성을 판단함에 있어’라고 쓰여 있다. 이 전제를 배제한 상태에서 원천적으로 A와 B가 동일하다고 주장한다고 보기가 어렵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즉 “‘사회보장으로 기능하는 건강보험 제도의 취지에 비추어 볼 때’ A와 B가 달리 취급되어야 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또는 제시되지 않았다)는 게 재판부 주장”이라는 것.

이 위원은 “건강보험 피부양자 제도는 독특하다. 판결문에 쓰여 있듯이 민법상 가족의 범위 밖에 있는 ‘생계를 같이 하지 않는 배우자의 부모’ 등도 소득이 없거나 적으면(현재는 연 소득 2000만원 기준) 직장가입자의 피부양자로 등록돼 보험료를 내지 않고도 보장을 받을 수 있다”며 “반대로 직계 가족이라도 연 소득이 기준선 이상이면 피부양자가 될 수 없다. 법률적인 의미의 가족 또는 부양 의무 대상과 피부양자 집단이 일치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런 형태의 제도가 생긴 원인에 대해 “직장 생활을 하는 1인이 배우자와 자녀, 그리고 부모의 생계를 책임지는 형태의 가족이 일반적이었기 때문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정부) 입장에서는 직장 가입자에게 생계를 의지해야 하는 사람(대부분 가족 구성원이지만 위에서 말했듯 민법상 가족이 아닐 수도 있다)이 조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해 큰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 일을 줄여야 할 필요가 있다. 또 그 사람의 건강 문제가 직장 가입자의 경제적 활동이나 건강에 나쁜 영향을 줘 사회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할 필요도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동거 커플의 한쪽’도 피부양자 대상에 포함하지 않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이 건은 특이한 구조를 가진 건강보험 시스템 안에서의 쟁점과 관련된 것”이라며 “이것을 법원이 사실상 동성혼을 인정하는 문을 열었다고 해석하는 것에 지나친 비약이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