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팬데믹으로 힘든 시간 거치며 신앙 단단해져
요즘 교회들, 인본주의 경향… 진리 따라가야
제각각 부활절 행사 하면 자칫 갈등으로 보일 수도
한국교회,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자유 대한민국과 지도자 위해 기도하자
자유·북한 인권 강조하는 정부, 잘 하고 있다 생각
교계 보수 목소리, 한기총으로 다시 모였으면
연합기관들 하나 되어 나라 바로 이끄는 등불 되길”
한국교회가 기독교 최대 절기 중 하나인 부활절을 앞두고 있다. 코로나 방역 조치 등 어려운 환경을 지나온 한국교회는 이번 부활절을 계기로 회복과 부흥을 기대하고 있다. 이에 기독일보는 한국교회 원로 중 한 명인 권태진 목사(군포제일교회)를 만나 교계 안팎의 현안과 미래 방향성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아래는 일문일답.
-오늘날 한국교회의 전반적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개인적으로는 목회 45년의 기간 동안 지난 약 3년간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교회가 위축되었고, 예배 인원 제한 등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걸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한국교회가 많이 약해졌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오히려 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어려운 일을 극복하면서 신앙이 더 단단해졌기 때문입니다. 부활절 이후 한국교회에 더 나은 내일이 펼쳐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요즘 한국교회에 문제점이라고 할 만한 부분이 있을까요?
“교회들이 점점 인본주의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일부에선 인문학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경향도 보입니다. 베드로가 인간적인 생각으로 말했을 때, 예수님께서는 ‘너는 나를 넘어지게 하는 자’라고 책망하셨습니다. 교회가 유념해야 할 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걸 어떻게 바로잡을 수 있겠습니까?
“교회는 무엇보다 진리를 굳게 붙들어야 합니다. 진리는 곧 예수님입니다. 진리를 따른다는 건 예수님처럼 좁은 길, 고난의 길, 불편한 길로 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길 가운데서도 기뻐할 수 있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광야에서 가나안을 사모했듯이, 우리도 신앙생활을 하면서 천국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주님을 따라 고난의 십자가를 지면서도 부활에 대한 믿음을 가져야 합니다. 이것을 잊으면 넓은 문과 편안한 길만을 선택하게 됩니다. 이번 부활절에는 고난의 길을 통과하고 부활의 기쁨을 맞는 모든 성도님들이 되시기를 바랍니다.”
-교계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분열되었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부활절 연합예배는 교회가 하나 될 수 있는 좋은 계기인데, 이 행사 저 행사가 겹치면 자칫 갈등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교계 지도자들이 조심해야겠습니다.
-이번 부활절이 회복과 부흥의 계기가 되기 위해 한국교회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한국교회 회복의 첫 단추는 목회자들이 회복되는 것입니다. 그럼 성도들도 회복됩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늘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내가 만약 성도라면 나 같은 목사를 존경하고 따르겠는가?’ 이를 통해 스스로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목회를 고민합니다.
한국교회도 밖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외부의 사람들을 통해 경고의 메시지를 주시는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이번 부활절에는 한국교회 성도들이 이런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기독교인들이 우리 사회를 위해 기도해야 할 제목이 있다면요?
“자유 대한민국이 하나님께서 맡기신 천부적 인권을 잘 실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기독교인들은 하나님의 섭리 가운데 세워진 지도자를 위해 끊임없이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기도 운동이 이번 부활절을 통해 일어나길 바랍니다.”
-윤석열 정부에 대해선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대통령이 ‘자유 대한민국’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그 한 마디가 굉장히 감동이 됩니다. 또한 북한 인권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정부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왜곡된 역사와 잘못된 법을 바로 잡아 달라는 것입니다. 그러한 것들이 지금 한국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간혹 정치권과 교계가 갈등을 빚기도 합니다.
“우선 나라의 지도자들은 모든 국민을 안고가야 합니다. 교인들도 다 같은 국민입니다. 자기와 맞지 않는다고 해서 배척해선 안 됩니다. 지도자는 화합할 수 있어야 합니다. 종교도 정치를 지배하려고 해선 안 됩니다. 단지 나라의 정신적 기반이 되고 원칙을 이야기 하면 됩니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오랜 시간 끝에 최근 정상화 했습니다.
“한기총은 역사가 있는 교계 연합기관입니다. 그런 한기총이 한국교회를 대변하는 기관이 되는 게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오랫동안 변호사가 사실상 대표로 있으면서 제구실을 못했는데, 다행히 정서영 목사님께서 새 대표회장이 되셨습니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교회 보수의 목소리가 다시 한기총으로 모였으면 좋겠습니다.”
-연합기관 통합도 필요하겠지요?
“물론입니다. 그들이 하나 되어야 한국교회 여론도 하나로 모일 것입니다. 연합기관들이 하나 되어 나라를 바로 이끄는 등불이 되길 바랍니다.”
“효과적 설교 공유 고민하다 찬송시 써… 곡 붙여 찬송가로
성민원 복지 사역, 성도·이웃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시작
복지 동기는 영혼에 대한 사랑… 포교 위한 것 아냐”
-화제를 좀 바꾸어 보겠습니다. 최근에 신작 찬송가(K-찬송)집을 봉헌하셨지요?
“지금까지 40년이 넘도록 설교를 하면서 이를 효과적으로 성도들과 공유할 수 없을까 고민하다 ‘찬송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해 찬송시를 한 100편 정도 썼습니다. 그 중 50여 편에 문성모 목사님께서 곡을 붙이셔서 찬송가집을 냈습니다. 곧 추가로 14곡을 더 발표할 예정입니다. 그렇게 올해 안에 100곡을 내는 게 목표입니다. 훗날 이 찬송가들이 지금 우리가 교회에서 부르는 찬송가들처럼 널리 불렸으면 좋겠습니다.”
-군포제일교회 부설 복지기관인 성민원이 올해 25주년을 맞았습니다. 복지 사역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습니까?
“개척교회 시절, 방 두 칸의 가정집에서 한 칸은 예배당으로, 다른 한 칸은 사택으로 사용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그 때부터 집 없고 힘든 사람, 실패한 사람들에게 같이 살자고 했습니다. 청년들 여러 명과 같이 살면서 예배하고, 밥 먹고, 새벽기도 하고… 지금 생각해보면 그것이 그들을 구제하고 돌본 것이지만, 그때는 그저 가정이기에 집도, 쌀도, 위로도 같이 나누었던 거죠. 하지만 그렇게 동고동락하던 청년들이 매몰차게 떠나가기도 했습니다. 하나님은 그 사건을 통해 사람은 오롯이 사랑의 대상임을 깨우치게 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성도와 이웃의 삶의 접점에서 필요에 따라 자연스럽게 태어난 사역들이 성민원 복지의 시작입니다.”
-교회와 별도로 성민원을 설립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교회의 이름으로 직접 복지활동을 해도 좋겠지만, 그럴 경우 그 순수성을 의심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포교 활동의 일환이라는 거죠. 그래서 성민원을 따로 세웠습니다. 성민원은 포교 때문에 복지활동을 하지 않습니다. 복지의 동기는 영혼에 대한 사랑입니다. 군포제일교회도 이를 위해 성민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지난 25년 동안 돈으로 환산한 성민원 복지사업의 규모는 약 2,700억 원인데 이 중 교회가 지원한 것이 약 900억 원입니다. 우리 사회가 이것이 국가를 위한 순수한 헌신임을 이해해주면 좋겠습니다.”
“부활은 기독교만이 가진 특별한 은혜”
-끝으로 부활절을 앞둔 한국교회에 당부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기독교는 십자가라는 형틀을 상징으로 삼고 있습니다. 죄인들이 달리는 형틀을 구원의 상징으로 만든 게 바로 부활입니다. 예수님은 인류의 모든 죄를 지시고 십자가에 달려 돌아가셨지만, 사흘 만에 부활하셨습니다. 이를 통해 인류 구원의 길을 여셨습니다. 부활은 기독교만이 가진 특별한 은혜입니다. 한국교회 모든 성도들이 이번 부활절에 새 힘을 얻고 부활의 영광을 나타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부활절을 계기로 온 교회가 하나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