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문건으로 추정되는 ‘섭외 대상 등급 기준표’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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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형구 기자
hgroh@c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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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커뮤니티 등에 올라온 섭외 대상 등급 기준표 ©인터넷 커뮤니티

궁핍자 등을 섭외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표기된 문건이 논란이 되고 있다.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내부 포교 지침으로 추정되는 문건이다. 한국교회 주요 교단들은 신천지를 이단으로 규정하고 있다.

온라인 상에서 발견되는 해당 문건은 ‘섭외 대상 등급 기준표’라는 제목을 달고 있다. 이에 따르면, 경제환경·건강상태 등 각 영역에서 섭외 대상자를 A·B·C등급으로 분류하고 있다. 가령 궁핍자·장애인·지병질환자 등은 섭외 대상에서 최하위등급인 C급으로 분류됐다. 반면 경제적으로 부유한 이들은 포교 대상에서 A급으로 분류됐다.

신천지 출신으로 지금은 탈퇴한 부산이음이단상담소 소장 권남궤 목사·구리이단상담소 소장 신현욱 목사는 “해당 문건은 신천지 내부에서 실제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현욱 목사는 “해당 문건에 따른 포교 지침은 신천지 내부에서 모두가 상식적으로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신천지가 포교 대상자 접촉단계에서 성공률을 끌어올리려, 자신들이 원하는 포섭자를 찾기 위한 기준표라고 보면 된다”고 했다.

권남궤 목사는 “신천지 입장에서는 신체적 상태·경제력 등 포섭된 신도가 향후 활동력 있게 포교하는데 적합한 조건을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해당 포교 문건은 성경과 배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남궤 목사에 따르면, 성경에는 ‘주의 성령이 내게 임하셨으니 이는 가난한 자에게 복음을 전하게 하시려고 내게 기름을 부으시고 나를 보내사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눈먼 자에게 다시 보게 함을 전파하며 눌린 자를 자유케 하고(누가복음 4장 17절)’ 등의 구절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권 목사는 “예수께서는 이 땅에 오셔서 가난하고 소외된 병든 자들의 위로자가 되시고, 그들에게 구원을 선포하셨다”며 “신천지가 예수와 정반대로 가난하고 병든 자들을 포교대상에서 배제하는 것 자체가 스스로 이단임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했다.

출처가 신천지로 추정되는 포교 문건 ©인터넷 커뮤니티터

문건에서 또 다른 특징적인 부분은 기존 기독교인들이 주요 섭외 대상으로 분류돼 있다는 점이다. 해당 문건의 각 분류 소제목에 따르면, 성경적 관심에서 ‘봉독 3~10회·예언내용’, 신앙목적에서 ‘구원·영생100%·천국’, 기도제목에서 ‘영적성장’, 신앙동기에서 ‘스스로’ 등 신앙인들이 섭외 대상 A급에 해당된다.

권남궤 목사는 “신천지의 핵심 교리가 요한계시록 등 성경을 매개체로 하고 있어, 예언서에 관심이 많은 신앙인이 주요 포섭대상 중 하나”라며 “구원의 확증이 희박한 기독교인들이 신천지에 포섭되기 쉽다”고 했다.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에서는 포교 열매가 없으면 신천지에서 떨어져 나가고, 이는 구원의 탈락을 의미한다고 가르친다”며 “신천지를 비롯한 대부분 이단들이 인간의 노력이나 열심, 의지나 행위로 구원받는다는 ‘행위 구원론’ 혹은 ‘율법주의’를 내세우기에, 그 자체로 이단”이라고 했다.

신 목사는 “신천지 등 이단들은 구원의 기준 자체가 복음적이지도 않다”며 “복음이란 오직 믿음, 오직 은혜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라고 했다.

권남궤 목사도 “기존 정통교회는 은혜로 구원받은 데서 나오는 감사로 전도하는 반면, 신천지는 포교가 구원받는 조건”이라고 했다.

신천지 본부 관계자는 해당 포교 대상자 등급 기준표에 대해 “신천지라고 써 있는 문서가 아니라서 우리는 모르는 사실”이라며 “우리는 전도를 할 때 특정 부류를 우선순위 대상자로 삼지는 않는다. 무종교도 있고, 교회를 다녀본 사람 등 다양한 부류가 있다”고 했다.

그러나 신현욱 목사는 “신천지는 지금도 섭외 대상 기준표에 따라 포교하려 할 것”이라고 했다.

한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전피연, 대표 신강식)는 지난 14일 신천지 교주 이만희 씨를 사기·횡령 및 업무상 배임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전피연은 이 씨가 매년 1명 이상 포교 조건을 내걸고, 이를 어긴 신천지 교인에게 110만 원의 벌금을 물려 모은 총 액수의 10%를 횡령했다고 주장했다. 전피연은 이만희 씨의 편취 액수는 약 100억 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해 8월 대법원은 이 씨가 신천지 자금과 후원금 등 총 57억여 원을 횡령해 자신이 거주할 ‘평화의궁전’ 건축과 배 구입 비용 등에 쓴 혐의 등을 일부 유죄로 인정해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한 원심을 최종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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