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에 단일 교단 세울지, 교파별 선교할지 논의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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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MA, 북한교회 재건 위한 한국교회 선교전략 논의
‘북한선교를 위한 한국교회 원탁회의 준비 2차 모임’이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 관련 한국교회 선교전략 일치를 위한 컨설테이션’이라는 주제로 24일 서울 종로 여전도회관에서 열리고 있다. ©김진영 기자

한반도 통일 이후 북한에 교회를 재건하기 위한 한국교회는 선교전략은 무엇일까? 각 교단 선교 전문가들이 모여 구체적으로 이를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세계선교협의회(KWMA)가 주최하고 KWMA 통일선교위원회가 주관한 ‘북한선교를 위한 한국교회 원탁회의 준비 2차 모임’이 ‘통일 이후 북한교회 재건 관련 한국교회 선교전략 일치를 위한 컨설테이션’이라는 주제로 24일 오후 서울 종로 여전도회관 리루이스홀에서 열렸다.

김승민 목사(한교총 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의 기도로 시작된 모임은 1부 환영사·격려사, 2부 특강, 3부 교단별 북한사역 발표 및 논의 순서로 진행됐다. 1부는 강대흥 선교사(KWMA 사무총장)의 사회 아래 조봉희 목사(KWMA 통일선교위원장)가 환영사를, 이순창(예장 통합 총회장)·김상복(할렐루야교회 원로)·임현수(토론토 큰빛교회 원로) 목사가 격려사를 전했다.

특강은 안인섭 교수(총신대 신대원, 기독교통일학회 명예회장)와 변창욱 교수(장신대 선교역사)가 차례로 했다. 먼저 안 교수가 ‘북한교회 재건 3원칙의 의미와 한계, 그리고 발전적 대안 모색’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했다.

“카이퍼의 제3의 길, 한국교회에 큰 시사점”

안 교수에 따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은 지난 1995년 북한교회재건위원회를 결성했다. 이 위원회는 이후 ‘북한교회 3원칙’을 주창하면서 ‘북한교회재건백서’를 발간하는 등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절대적 공헌을 했다고 안 교수는 전했다.

이 백서가 밝히고 있는 ‘북한교회 3원칙’은 다음과 같다고 한다. ①연합의 원칙: 북한교회 재건은 모든 교단이 협력해서 한다. ②단일교단의 원칙: 북한에는 하나의 교단을 세운다 ③독립의 원칙: 북한교회를 도와 그들이 교회를 재건하는 데 앞장 서게 한다.

이에 대해 안 교수는 “보수적인 교회가 주창하여 통일과 북한교회를 위한 방향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가 매우 크다”며 “북한교회 재건을 위해 사역을 감당해 나가는 남한 교회의 문제점과 한계점을 명확하게 인식하면서 진행한 원칙”이라고 했다. 또한 “남한 교회의 47개 교단 13개 기관이 합의했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대표성 있는 원칙”이라고 평가했다.

안인섭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김진영 기자

그는 “그러나 1995년과 2023년 사이 30년의 역사적 상황의 차이는 이 원칙을 재고하게 만들고 있다”고 했다.

안 교수는 “총체적인 변혁을 겪고 있고, 위기를 맞고 있는 21세기 상황 속에서 통일을 준비하고 북한교회를 재건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으며 우리는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가”라며 “이 질문들은 보다 전문적인 고도의 역사적이고 사회-경제적 연구를 더욱 요청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교회 재건을 위한 발전적 방안으로 ①복음의 보편적 가치를 담아내는 성경적 관점을 합의된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 ②정치적 이데올로기나 특정 정파에 함몰시키지 말아야 한다. ③한반도의 통일국가 형성과 맞물려 있다. ④하나님 나라의 관점에서 조명해야 한다는 것 등을 제안했다.

안 교수는 특히 “아브라함 카이퍼의 제3의 길이 한국교회에 큰 시사점을 준다”고 했다. 그는 “카이퍼는 사유재산을 절대적으로 옹호하여 특권층을 만들거나 반대로 완전한 공산사회를 주장하는 양 극단주의 모두 기독교적이지 않다고 보았다”고 했다.

안 교수는 “카이퍼는 모든 재산의 절대적인 소유권은 오직 하나님께만 있다고 강력하게 천명했다. 이런 관점은 칼빈의 청지기 사상과 같은 선상에서 제3의 길을 보여준다”며 “카이퍼의 이 사상은 통일과 북한교회 재건의 경우에 유용하게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의 주체사상은 당연하게 기독교적인 관점에서 배격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남한의 물질만능주의적인 사조와 그에 근거하여 통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갖는 것 역시 비기독교적이라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며 “한국교회는 한반도의 모든 주권이 하나님께만 있음을 고백하면서 오직 성경만을 최고의 교과서로 삼아 북한교회 재건과 평화적 통일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 요구되는 것”이라고 했다.

“하나님 나라 확장과 하나님 선교라는 큰 틀에서”

이어 ‘선교지 분할 정책 합의 과정에서 교단의 역할이 주는 시사점’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한 변창욱 교수(장신대 선교역사)는 “선교지 분할 정책은 한 지역에 여러 교단 선교부가 들어가 사역함으로써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경쟁과 갈등, 선교비의 중복 투자를 피하고, 교회의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방편으로 시도됐다”며 “이는 아직 복음이 전해지지 않은 지역의 ‘신속한 복음화’를 위해 효율성과 경제성의 관점에서 고안된 선교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변창욱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그는 북한교회 재건 문제와 관련해, 이런 선교지 분할 협정 과정에서 한국교회가 논의해야 할 점으로 △북한에 하나의 개신교단을 세울 것인지, 분열된 교회들을 세울 것인지 △북한 전역을 분할해 교파별로 나눌 것인지, 아니면 단일 개신교단을 세울 것인지 등을 제시했다.

또한 북한선교 방향성을 제시하기도 했는데, △어떠한 종류의 교회가 세워져야 할지 탈북 목회자·신학자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 한다. △북한교회 세우기 운동은 한국교회가 그동안 보여준 수많은 분쟁과 분열의 모습을 해소하고 일치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로 삼아야 한다. △북한교회 세우기 운동을 구체화하기 위한 초교파 상설기구(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한교회 재건에 대한 각 교단의 생각을 수렴하며 합의안(consensus)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 등이다.

변 교수는 “한국교회 초기 역사에서 합의되고 시행된 선교지 분할 협정은 경쟁과 다툼보다 연합과 협력의 정신으로 시작됐다”며 “북한교회 세우기 과정에서 특정 교파 이기주의나 교파교회 확장에서 벗어나 하나님 나라 확장과 하나님 선교라는 보다 큰 틀에서 북한교회 선교를 보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그동안 교파주의로 인해 분열된 모습을 보여주었던 한국교회가 나눔과 겸손의 모습으로 교파의 장벽을 넘어 일치와 동역(partnership)의 하나된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