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에만 연달아 두 건의 아동학대 사망 사건이 알려져 사회적 공분이 높은 가운데,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하는 제도적 조치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특히 학대 피해 아동에게도 적용되는 '원가정 보호 원칙'이 학대 부모와 피해 아동의 분리를 어렵게 해 아동 보호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 높다.
23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7일 인천 남동구의 한 아파트에서 초등학교 5학년 A(12)군이 부모의 학대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사망 당시 A군의 몸에서 멍 자국 여러 개를 발견하고 A군 부모를 긴급체포했고, 아동학대 살해 혐의를 적용해 검찰에 송치했다.
앞서 2일에는 인천 미추홀구 한 빌라에서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흘간 혼자 방치된 두 살배기 B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조사 결과 친모 C씨는 상습적으로 B군을 홀로 집에 방치한 채 잦은 외출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동학대 사례는 매년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8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아동학대 사례는 3만7605건으로 2017년 2만2367건에서 4년 만에 68% 증가했다.
2021년 기준 학대 가해자가 '부모'인 경우는 3만1486건으로 전체 아동학대 사례 건수의 83.7%를 차지했다. 또 학대 장소의 86.3%(3만2454건)는 '가정 내'로 드러났다.
실태가 이렇지만 아동학대 사건 피해 아동 중 상당수는 '원가정 보호 원칙'에 따라 부모와 분리 없이 학대가 발생했던 가정으로 돌아가고 있다.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1년 피해 아동의 84.6%(3만1804건)는 원가정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양육자와 분리돼 친족, 시설 등에 보호되는 경우는 5437건(14.5%)에 불과했다.
'원가정 보호 원칙'은 아동 보호 의무를 강화하고자 2016년 신설된 조항이다. 아동복지법 4조3항은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해 보호할 경우 신속히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문제는 원가정으로 돌아간 아동이 다시 학대 피해를 보는 사례는 적지 않다는 점이다. 5년 동안 발생한 아동학대 피해 사례 중 2021년에 다시 신고가 접수된 재학대 사례는 5517건에 달했다.
2년 전 국민적 공분을 샀던 '정인이 사건'과 창녕 여아학대 사건도 학대 가정 복귀의 결과인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이에 분리가 신중해야 하는 만큼 원가정 복귀도 명확한 원칙을 두고 신중히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지금은 '아이가 원하니까', '부모가 잘하겠다' 하면 이 원칙에 따라 피해 아동을 원가정으로 돌려보낸다"며 "아이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거나 갈등 요인이 완전히 해소된 후 가정으로 돌려보내는 것과 같은 명확한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원가정 복귀 원칙'은 건강한 가정에서 통용되는 말이지, 가정이 지옥인 곳에 '원가정'이라는 말을 쓰는 것은 맞지 않다"며 "가정이 제 기능을 못 할 때는 국가 보호가 원칙이 돼서 부모 노릇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