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기총 자리 잡으면 복귀하는 교단들 있을 것
세 개 보수 연합기관 하나 돼 한 목소리 내야
한교연과는 이질감 없어, 과제는 ‘중도’ 한교총”
정서영 목사가 14일 열린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총회에서 제28대 신임 대표회장으로 선출됐다. 총대들은 단독 후보인 그를 만장일치 기립박수로 추대했다. 이로써 한기총은 법원이 지난 2020년 5월 전광훈 목사의 대표회장 직무집행을 정지한 후 약 2년 9개월 만에 정상화 했다.
그러면서 교계 안팎의 시선이 한기총에 쏠리고 있다. 지난 1989년 창립한 한기총은 비록 오늘날 그 위상이 전과 같지는 않으나, 한국교회 대표적 보수 연합기관으로서 그 역사성과 상징성이 남다르기 때문이다. 이에 기독일보는 한기총 신임 대표회장인 정서영 목사를 만나, 한기총 안팎의 현안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아래는 일문일답.
-한기총 대표회장으로 선출되신 소감 부탁드립니다.
“정말 기쁩니다. 총대들께서 한 분도 반대 없이 만장일치로 추대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믿어주신 만큼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한기총 대표회장직이 오랜 기간 공석이었습니다. 앞으로 한기총 안정화를 위해 하셔야 할 일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지난 약 3년 간 한기총은 그냥 이름만 있다시피 했습니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그 존재의 의미가 없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에 한기총을 정상화 시켜 한국교회를 살려보고자 대표회장 선거에 출마했던 겁니다. 이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습니다.”
-한기총이 정상화 하면서 보수 연합기관(한기총·한교연·한교총) 통합 논의에도 교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과거 한기총이 잘못해서 한기총을 정상화 시키려고 만든 것이 한교연(한국교회연합)입니다. 또 한교연과 한기총을 통합시키려다 안 되니까 생겨난 것이 한교총(한국교회총연합)입니다. 결과적으로 한기총 때문에 한교연과 한교총이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한기총만 제자리를 찾는다면 통합은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각 교단들 안에는 한기총에 대한 정서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한기총이 자리를 잡으면 한기총으로 복귀하는 교단들이 분명히 있을 겁니다. 그럼 한기총이 힘을 얻게 되고 지지부진했던 연합사업에도 탄력이 붙을 겁니다. 연합기관 통합도 자연스럽게 이뤄지겠죠.”
-연합기관 통합에 대한 원칙이 있으십니까?
“제가 원하는 통합은 보수 연합기관 사이의 통합입니다. 저는 한국교회에 보수·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연합기관이 각각 하나씩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 두 기관이 각자의 색깔을 가지고 주어진 일을 잘 감당하고, 필요할 경우 서로 연합해 힘을 합치면 되니까요. 과거 진보엔 NCCK(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보수엔 한기총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것이 지금 NCCK는 그대로인데 보수 연합기관은 한기총, 한교연, 한교총으로 분열했습니다. 이렇게 세 개가 되다보니까 힘이 분산이 됩니다. 정부나 사회를 향해 성명을 낼 때도 제각각일 때가 있습니다. 목소리가 하나로 모이지 못 하는 겁니다. 세 기관이 빨리 하나가 되어 한국교회와 사회를 위해 헌신해야겠습니다.”
-한교연은 통합 논의 과정에서 한교총에 대해 “정체성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습니다. 목사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한기총과 한교연은 모두 보수적 연합기관으로 크게 이질감이 없습니다. 저는 과거 한교연 대표회장을 맡기도 했었습니다. 그러나 한교총은 중도적 성향인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현재 한국교회에서 중도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한교총의 이런 점이 향후 통합 논의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될 듯합니다.”
“한기총 내 서로 흩어진 생각·마음 모아갈 것
보수 한국교회 입장 대변하는 게 한기총 역할
사회 전반의 반기독교적 요소에 잘 대처해야
한기총의 문제는 한국교회의 문제… 책임 커”
- 목사님께서 생각하시는 한기총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
“보수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기총 내에서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한기총 안에 생각이 다른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들이 서로 자기 주장만 관철시키려고 하다보니까 상대방을 이해하지 못 하고 다툼이 생겨나는 겁니다. 작은 다툼도 잘 해결하지 못 하면 큰 갈등으로 번지게 됩니다. 한기총이 오랜 기간 이런 문제를 안고 왔습니다. 이제 제가 대표회장으로서 대화를 통해 흩어진 생각과 마음들을 모아나갈 생각입니다.”
-한국교회를 위한 한기총의 가장 큰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여러 현안에 대한 한국교회의 입장을 정리해서 정부와 사회에 전달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보수적 입장에서 기독교인들을 대변해, 해야 할 말을 분명히 하는 겁니다.”
-현재 한국교회가 직면한 사회적 현안은 무엇일까요?
“가장 중요한 것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동성애 등과 관련된 독소조항이 있는 이 법이 만약 제정된다면 소수 때문에 다수가 피해를 보는 역차별이 일어날 것입니다. 또 하나는 사립학교법 문제입니다. 이 법으로 인해 특히 기독교 설립 이념을 가진 학교들이 그 이념을 제대로 실현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이 밖에도 사회 전반에 여러 가지 반기독교적 요소가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런 것들에 잘 대처해야겠습니다.”
-현재 한장총(한국장로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맡고 계십니다. 두 연합기관 대표회장을 동시에 맡는 것이 어떤 효과가 있을까요?
“한국교회 70~80%를 차지하는 장로교를 대표하는 기관이 바로 한장총입니다. 그 회원교단들이 한기총·한교연·한교총에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제가 그런 한장총의 대표회장을 맡고 있는 것은 한기총 운영은 물론, 연합기관 통합 논의에서도 분명 큰 이점이 될 것입니다.”
-끝으로 한국교회 성도들에게 꼭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부탁드리겠습니다.
“과거 한기총은 한국교회를 대변하며 굉장히 중요한 역할 해 왔습니다. 그러다 문제가 생겼고, 지탄도 받았습니다. 그럼에도 한기총에 대한 기대는 여전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일반 국민들 역시 다른 기관은 몰라도 ‘한기총’ 하면 아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좋든 나쁘든 한기총이 많이 알려져 있는 건 사실입니다.
한기총이 지금부터라도 잘 하면 한국교회를 위해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위해 일단 한기총이 정상화 돼야 한다고 생각했고, 대표회장 선거에 도전하게 됐던 겁니다. 저는 한기총의 문제는 곧 한국교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한기총이 잘못하면 한국교회 전체가 비판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 만큼 한기총의 책임이 큽니다. 한기총이 속히 제자리를 찾아 한국교회를 위해 다시 힘차게 일어날 수 있도록 많은 기도 부탁드립니다.”
정서영 목사는 개신대학원대학교(신학석사)와 서울기독대 대학원(Ph.D.) 등을 나와 한국교회연합(한교연) 대표회장, 세계한국인기독교총연합회(세기총) 대표회장 등을 역임했고 현재 충신중앙교회 담임, 예장 합동개혁 총회장, 한국장로교총연합회(한장총) 대표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대표회장을 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