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북송' 수사, 정의용으로 정점… 쟁점은 '탈북민 국적·귀순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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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용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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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죄 판단시 '직권남용' 등 적용 거론
정의용 당시 외교부 장관(전 국가안보실장)이 지난해 5월10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이임식을 마친후 나서고 있다. ©뉴시스

'탈북어민 강제북송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이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두 차례 불러 조사했다. 검찰 수사가 마무리 국면에 접어든 것으로, 검찰은 신병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 전 실장 측은 큰 틀의 사실관계는 인정하며 법률관계를 다투고 있다고 한다. 우리 정부가 남하한 선원들을 북한으로 다시 돌려보낼 법적인 근거가 있는지가 쟁점이다.

강제북송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이후 문재인 정부 관계자들은 선원들의 입국과 북송 등의 기본적인 사실관계들을 공개하고 인정했다. 정 전 실장 측도 이 수준의 사실관계는 다투지 않는다고 한다.

통일부가 국회에 보고한 내용을 종합하면 당국은 2019년 10월31일부터 11월2일 사이에 NLL(북방한계선) 인근에서 북한 어선이 지속적으로 남하를 시도했다고 파악했다. 당국은 선원 2명을 나포해 합동정보조사를 진행했다.

당국은 나포된 선원 2명과 이미 북한군에 체포된 1명이 공모해 다른 선원 16명을 살해한 것으로 봤다. 같은 해 11월5일 선원들을 북한으로 추방하겠다고 북한에 통지했고, 같은 달 7일 선원들을 북한으로 보냈다. 그 다음 날 선박도 인계했다.

검찰은 당국이 법률상 근거 없이 선원들을 북한으로 돌려보냈다고 보고 있다. 선원들은 우리나라에 남는다고 했지만 정부가 강제로 북한으로 보냈다고도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작업을 국가안보실이 주도했다고 조사했다. 당시 책임자는 정 전 실장이다. 검찰이 혐의 입증에 성공할 경우 법률상 의무에 없는 일을 시키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적용될 수 있다.

결국 이 사건의 쟁점은 귀순의사를 밝힌 탈북자를 북한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지다. 세부적으로는 선원들의 국적이 무엇인지, 외국인이라고 해도 고문이 행해지는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것이 가능한지 등도 다퉈진다.

탈북자의 법률상 용어는 '북한이탈주민'이다. 북한이탈주민법은 북한이탈주민을 '군사분계선 이북지역에 주소, 직계가족, 배우자, 직장 등을 두고 있는 사람으로서 북한을 벗어난 후 외국 국적을 취득하지 아니한 사람'으로 정하고 있다.

쉽게 말해 북한 사람이 다른 국적 없이 우리나라로 들어오면 북한이탈주민, 탈북자가 된다.

이때 탈북자의 국적은 어디에 있을까. 이 지점에서 문재인 정부 당국자들과 검찰의 시각이 갈린다.

검찰 수사를 지켜보는 학계의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 주민은 잠재적으로 우리 국민이고 탈북자는 우리 영토에 들어온 이상 우리 국적을 가진다고 한다. 이때 귀순의사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법률 용어는 아니지만, 현실적으로 필요한 개념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이 2018년 2월 우리나라를 방문했을 때 귀순할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북한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NLL을 넘어오는 어민들의 경우에도 귀북하기 원한다면 돌아갈 수 있다.

이때 필요한 개념이 귀순의사다. 당시 선원들은 귀순의사를 밝힌 것으로 조사됐다. 즉 검찰은 선원들이 우리 영토에 들어와 귀순의사를 밝힌 이상 우리 국적을 가졌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반면 전 정부 관계자들은 귀순의사의 진정성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한다. 선원들은 살인 처벌을 피하기 위해 남하한 것이기 때문에 귀순의사는 거짓이고, 이는 북한으로 돌려보내야 할 근거가 된다고 본다.

다만 현행 법률상 귀순의사라는 개념이 명시적으로 정립돼 있지 않고, 더욱이 그 진정성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는 시각도 있다. 이론에 따라 이견의 여지가 있지만, 최소한 귀순의사를 밝힌 이상 우리 국민이라고 볼 수 있다는 주장이 많다.

대법원은 북한 주민의 국적과 관련해 1996년 11월 북한의 주권을 인정할 수 없다고 하면서 북한 국적을 가지고 있던 이영순씨를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판시한 적이 있다. 이 판례는 현재까지 변경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부 지엽적인 사건에서는 탈북자를 바로 우리 국민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는 판시도 있지만, 해당 사건들은 탈북자의 국적이 쟁점이 아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대법원은 이후로도 관련 사건에서 1996년 판례 법리를 발전시키고 있다고 한다.

흉악범인 탈북민을 난민 혹은 외국인으로 인정한다고 가정할 수도 있다. 이 경우에도 강제추방이 가능하다는 선례가 없고, 탈북민이 난민이라는 선례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의 신병처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검찰은 다음 주 신병처리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최고 책임자이기 때문에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고령의 나이이고 법리를 주로 다투기 때문에 구속 필요성이 적다는 분석도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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