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크리스천포스트(CP)에 따르면, 존 아이브너 CSI 회장과 캐롤라인 콕스 영국 상원의원은 17일(현지 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아제르바이잔이 봉쇄를 해제하지 않을 시, 나고르노-카라바흐에 인도주의적인 공수물자 보급을 허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결의안을 촉구했다.
두 사람은 서한에서 “당신은 아르메니아 대량학살을 인정한 최초의 미국 대통령”이라며 “우리는 당신의 감시하에 또 다른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를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지난해 12월 12일, 아제르바이잔의 활동가들과 군인들은 아르메니아인이 다수인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과 아르메니아 공화국 및 외부 세계를 연결하는 유일한 도로인 라친(Lachin) 회랑을 폐쇄했고, 이 지역에 대한 전기, 가스 및 인터넷 접속을 차단했다고 CSI는 설명했다.
그 결과 나고르노-카라바흐에서는 식량과 연료 및 필수 의약품은 물론, 난방용 전기와 연료가 고갈되어 추위로 인해 빈곤층과 노인들이 위험에 처해 있다고 덧붙였다. 기독교 인권 단체인 CSI는 현재 상황이 “계속 진행 중인 대량 학살의 일부”라고 경고했다.
아이브너 회장은 CP와의 인터뷰에서 “19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아르메니아인 학살 이후, 대량학살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며 “일반적으로 아르메니아인 집단학살(1915-18)이라고 일컫는 사건은 사실 시리아인, 아시리아인, 아람인을 포함한 기독교인에 대한 광범위한 집단학살이었다. 이는 현재까지 파도처럼 계속되는 과정의 정점”이라고 했다.
그는 이 학살이 “1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코카서스에서 계속되다가, 소련의 통치로 중단됐다. 이 과정은 소련의 붕괴와 함께 1차 카라바흐 전쟁에서 재개됐고, 2년 전 2차 카라바흐 전쟁, 지금은 봉쇄를 통해 카라바흐의 목을 다시 조르고 있다”고 했다.
아이브너와 콕스는 서한에서 봉쇄 조치가 “대량학살 협약(Genocide Convention)이 말한 ‘국가, 민족, 인종 또는 종교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말살하기 위해 고안된 힘든 생활 환경을 고의적으로 가함’으로써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정복하려는 아제르바이잔의 의도를 보여준다”라고 썼다.
이어 미국 정부에 “행동하지 않으면 세계사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며 “아제르바이잔이 나고르노-카라바흐를 정복하는 데 성공할 경우, 대규모 인종 청소가 일어나고, 인류 공동 문화유산의 귀중한 부분이 파괴되며, 모든 독재 정권의 침략이 오늘날 국제 질서에서 보상받는 형국을 보게 될 것”이라 경고했다.
지난달 CSI와 인권 단체들은 이 지역에 대한 봉쇄가 과거 아제르바이잔, 터키, 오스만 제국의 인종 및 종교적 청소와 일치한다며, 유엔 집단학살 방지 사무국에 의해 확인된 14가지 잠재적 잔학 범죄의 모든 지표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CP에 보낸 성명에서 이번 봉쇄가 지난해 9월, 아제르바이잔이 아르메니아 공화국을 이유 없이 공격한 데 이어, 2020년 9~11월 아제르바이잔과 동맹국 터키가 아르메니아인들을 상대로 44일 동안 침략 전쟁을 벌인 뒤 이어진 행위”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제르바이잔군이 두 전쟁 모두에서 아르메니아인들을 상대로 전쟁 범죄를 저질렀거, 2020년 전쟁은 수만 명의 아르메니아인을 강제 이주시킨 인종 청소라는 결과를 낳았다”라고 덧붙였다.
아르메니아인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인종 청소 운동은 1989년부터 1994년 당시에도 이 지역을 봉쇄하며 시작됐다.
나고르노-카라바흐 지역은 아르메니아 기독교인이 인구의 다수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으로는 무슬림이 절대 다수인 아제르바이잔의 영토로 승인되어 분쟁이 계속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2021년 4월 24일 아르메니아 대학살 106주년 기념 성명에서 과거 오스만제국(현 터키)의 아르메니아 학살을 대량학살(genocide)로 공식 인정했다. 이는 1981년 로널드 레이건 전 미국 대통령이 아르메니아 대량학살을 인정한 이후 40년 만에 처음이었다.
한편 2020년 10월, 캘리포니아주 LA 주재 아제르바이잔 총영사관 앞에서는 아르메니아계 미국인 등 10만여 명이 아르메니아에 대한 아제르바이잔의 군사 행동에 반대하는 시위행진을 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