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외교 전문가, WCC에 러시아 정교회 회원 박탈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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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김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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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키릴 러시아 정교회 총대주교(왼쪽)가 6년 임기를 새로 시작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축복한 뒤 포옹을 나누고 있다. ©Orthodox Church 유튜브

미국의 한 외교 정책 전문가가 세계교회협의회(WCC)에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하는 러시아 정교회의 회원 자격 정지를 요구했다고 크리스천포스트가 5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워싱턴 DC 기반 싱크탱크인 미국기업연구소(American Enterprise Institute, AEI)의 작가 및 선임연구원인 엘리자베스 브롤은 3일 유럽 정책분석센터(Center for European Analysis)에 ‘하나님의 이름으로 가라”라는 칼럼을 게시했다.

브롤은 러시아 정교회 수장 키릴 총대주교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한 혐의를 들어 WCC가 러시아 정교회를 회원 자격에서 정지시켜야 한다고 촉구했다.

브롤은 “모든 기독교인이 알고 정기적으로 공언하듯이, 완벽한 기독교인은 없다”면서 “반면 러시아 정교회는 하나의 믿음 안에서 가시적 연합을 실천하고, 선교와 전도를 위해 일하고, 인간의 필요를 위해 봉사하고, 사람들 사이의 장벽을 허물고, 정의와 평화를 추구하는 WCC의 기준에 따라 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지도자들이 그러한 기독교적 가치에 대한 철저한 경멸을 보여준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키릴 총대주교가 “자신의 교회를 보호하기 위해 크렘린과 타협해야 할 수도 있지만, 전쟁에 대한 그의 대중적 지지는 기본적인 협력 차원을 훨씬 넘어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WCC가 이를 인정하고 러시아 정교회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켜야 할 때”라며 “더 광범위한 회원들이 WCC의 가치 있는 목표대로 살려고 노력해도 러시아 정교회는 WCC와 세계 기독교를 조롱하는, 전쟁을 도발하는 조직을 품을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WCC 지도부는 지난 9월 러시아의 침공이 “불법적이고 정당하지 않다”고 발표한 성명을 포함해 우크라이나 침공을 수차례 비난한 바 있다.

당시 성명은 “세계 각지의 기독교인으로서 우리는 죽음과 파괴를 멈출 즉각적인 휴전과 지속 가능한 평화를 확보하기 위해 대화와 협상을 재차 촉구한다”며 “그리스도인 형제자매들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교회의 지도자들에게 우크라 국민들의 계속된 죽음, 파괴, 이주 및 재산 박탈에 반대 목소리를 높여달라는 중앙위원회의 당부를 거듭 호소한다”고 했다.

지난해 10월, WCC 사무총장 대행인 이오안 소카 목사는 대표단을 이끌고 키릴 총대주교와 회담을 가졌다. 회의는 수 시간 동안 진행되었으며,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논의도 포함되었다.

소카 사무총장 대행은 회담 후 인터뷰에서 “우리는 상황을 계속 주시하고 기도하며 대화를 계속할 것”이라며 “교회 관계, 평화 구축, 성명 및 대화라는 네 가지 초점을 통해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3월 미국의 정교회 사회문제위원회(OPAC)와 우크라이나 대주교는 러시아 침공에 공모한 러시아 정교회 지도부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이 성명은 러시아 정교회 지도자들이 “(양) 무리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우크라이나 정교회 국민들을 저버렸다”면서 “크렘린의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군인만큼이나 무고한 어린이와 민간인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고 규탄했다.

지난 6월, 영국 정부도 키릴 총대주교를 비롯해 러시아의 루바 벨로바 아동권리위원, 러시아군 소속 대령 4명 등에 대해 전쟁 범죄 혐의와 관련된 혐의로 제재 대상에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