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명 성관계 불법촬영' 기업 회장 아들, 항소심도 실형

성관계 몰래 촬영 혐의…피해 여성 수십 명
수십여 명의 여성과의 성관계 장면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모 기업 회장 아들이 지난해 12월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뉴시스

수십 명의 여성과 성관계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 기업 회장 아들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다만 일부 피해자들과 합의한 점이 참작돼 형량은 줄었다.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2부(부장판사 박노수)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반포 등) 혐의로 기소된 모 기업 회장의 아들 A씨에게 1심과 달리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했다.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은 유지하되 5년 간의 아동·청소년 관련 기관 취업 제한 명령은 면제했다.

공범 혐의로 함께 기소된 B씨와 C씨에게는 1심보다 줄어든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수강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외장하드에 담긴 동영상 등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피고인들과 소유자의 참여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보고 해당 저장장치들이 위법수집증거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판부는 이 사건 하드디스크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수사 과정에서 전자정보 탐색 등 절차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점 등을 비춰볼 때 수사기관이 의도적으로 피고인들의 참여를 회피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증거의 증거능력을 배제하는 것은 적법절차와 실체적 진실 규명의 조화를 도모하려는 형사법의 취지에 반하므로 예외적인 경우로 봐야 한다"고 했다.

다만 A씨, B씨의 경우 항소심에 이르러 일부 피해자와 합의한 점, C씨의 경우 A씨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던 위치에 있었고 이 사건 공론화에 상당한 역할을 한 점 등을 고려해 3명 모두에게 원심보다 가벼운 형을 선고했다.

경기도 소재 대형 골프 리조트와 기독교계 언론사를 운영하는 기업 회장 아들로 알려진 A씨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총 37회에 걸쳐 여성 37명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비서 B씨도 여성 3명의 나체를 몰래 촬영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언론 취재를 통해 불법 촬영 의혹이 제기되자, 미국으로 출국을 시도하다가 경찰에 긴급체포된 후 지난해 12월 구속됐다.

지난 6월 1심은 이들이 오랜 기간 범행을 저지른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 받지 못한 점, 공항에서 체포된 점 등을 고려해 A씨에게 징역 2년을, B씨와 C씨에게 징역 10개월을 각 선고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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